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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생각할 때, 우리는 보통 자존감을 떠올린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회복탄력성도 높을 것이고, 인생의 만족도도 높을 것이다. 그런 예상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자존감을 높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스스로를 사랑하라, 자신을 믿어라, 자존감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서점의 한 코너가 통째로 그 말로 채워져 있다. 근데 여기서 한 번
그래서 무엇이 남았나
연재중
지금까지 우리는 과정을 보았다. 가난한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정부가 기업을 키우기로 한 것. 그래서 당시 젊은이들의 목숨을 연구비로 바꾸어 온 일, 경제가 성장하며 이 지원을 확대하고는 기업에 눈먼 돈으로 불리게 된 일. 이 돈을 노리는 대리시험과 눈에 띄려는 미인대회가 되어 버린 일.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이 확장해서 얽히고설킨 지하철 노선도처럼 생태계가
반가운 손님, 두 모녀의 로드트립
연재중
뉴질랜드 남섬에서 겨울 신고식을 마칠 즈음 봄과 함께 반가운 첫 손님이 찾아왔다. 한국에서 후배 Y가 딸을 데리고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엄마 친구와 자신의 친구가 함께 방문하는 귀하디귀한 이벤트에 아이는 공항 입국장을 서성대며 “진짜 오는 게 맞을까” 연신 물었다. 아이의 질문이 “안 왔나 봐!”로 바뀔 즈음 기다리던 얼굴들이 나타났다. Y
공든 고구마탑을 함께 무너트리자
연재중
"나 오늘 나가사끼 짬뽕에 우동사리 추가해서 먹고 싶어." "그래 그래." "얘들아 혹시 오돌뼈는 어때?" "먹자. 주먹밥도 추가하자." "문어 가라아게 어떨까?" "맛있겠다 좋아 좋아." "치킨 가라아게도 하면 너무 겹치나?" "시켜 시켜." "그래 그럼 '고탑' 두 개에 방금 말한 것들까지 해서 주문할게~" 만났다 하면 17만원 쓰는 모임. 나
잉크가 마르기 전에 한 잔 더!
연재중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제법 괜찮은 와인을 고르고 싶다면 호주를 기억해 두시라. 특히 묵직한 레드 와인을 좋아한다면 더 그렇다. 프랑스가 포도밭의 역사와 가문의 전통을 설명하는 동안 호주는 조금 다른 문제에 몰두했다. 좋은 와인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안정적으로, 더 싸게 만들 수 있을까. 물론 호주 와인도 역사가 깊다. 19세기부터 포도를 재배했으
행복하여라, 오늘의 끝에 다다른 이들.
연재중
뭐 하나에 미치는 거, 좋아 보이네 뭐 하나에 미치는 건 아름답다 새벽. 골목에 나섰는데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새벽의 도시에서 기대되는, 숨소리 하나도 조심스러운 고요함이 아니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취객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소리, 볼륨 조절기가 고장 난 대화소리였다. 어제저녁에 축구 경기가 있었다더니 밤새 잔치가 벌어졌나 보았다. 먼 길을 나서는 우리
돌아왔더니 하루가 있었다
발리에 도착해서도 나는 여전히 폐병 환자처럼 기침을 했다. 기침을 할 때마다 몸과 기억이 잠깐씩 인도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라다크의 차가운 공기와 숨이 차던 골목길, 기사 아저씨가 끓여 다 준 물에서 올라오던 뜨거운 김까지. 달갑지는 않았지만, 인도에서 가져온 기념품 같기도 했다. 그래도 집에 돌아오니 마음은 놓였다. 엄마가 있었고, 몰리가 있었다. 몰
우리는 왜 할인한다는 말에 약해질까
연재중
마트에 가면 평소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던 물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때가 있다. 빨간색으로 큼지막하게 적힌 할인 문구 때문이다. 평소보다 30% 저렴하다는 안내나 오늘만 특별 가격이라는 문구를 보면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당장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 원래 구매 목록에 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온라인 쇼
왜 안전한 집에 있지 않아?
연재중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나는 가끔 그 일들을 생각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아직 잘 모르는 남자의 스노클링 가이드를 덥석 받아들인 게 문제였나? 콜택시를 너무 자주 부른 게? 아니면 애초에, 여자 혼자 아메드 같은 시골 마을에 간 것부터가? 잘못을 찾자면 끝이 없다. 게다가, 그 잘못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이상했다. 스노클링을 좋아한 것. 바다에 간 것
발 없는 평판이 천리 간다
연재중
한창 이력서를 넣느라 바빴던 어느 날. 언젠가 함께 일했던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요즘에 이력서 돌려?” 혹시 내 연차를 구하면 알려주십사 주위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구직 활동을 하던 터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이 바닥이 좁아도 정말 좁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서다. 최근 일부 외국계 기업에서 활용하던 레퍼런스
세상의 절반이 사라진 남자
연재중
전화기가 울린다. 응급실이다. 호출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지 십 분 만에 왔다. 뇌졸중 의심, 팔십 세 남자. 나는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뛰었다. 응급실까지는 오 분이 걸렸다. 뛰는 동안 머릿속으로 숫자를 셌다. 네 시간 삼십 분. 증상이 시작된 순간부터 흐르기 시작하는 시계다. 그 안에 들어온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쓸 수 있다. 막힌 혈관이
행복을 배우는 학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면 그날이 오늘일 순 없는 걸까. 오늘은 수많은 내일의 시간이 쌓이고 쌓여 도착한 시간인데 말이다. 오늘 누려야 할 행복마저 내일로 미룬 채 오늘을 희생양 삼지는 않았던가. 거창한 행복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행복은 영영 오지 않을 내일이 될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와 기준은 다 다르다. 마음 그릇의 모양과
우리 집 아이, 우리 반 아이
연재중
다사다난했던 2026년 상반기가 지났다. 남아 있던 육아휴직 반년을 탈탈 털어 쓰고, 2학기 개학일에 맞춰 복직했다. 우리 집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초등학교 1학년 생활에 적응을 마쳤고, 나 역시 생각보다 빠르게 새 학교에 익숙해졌다. 십여 년 만에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중간에 복직한 탓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담임 선생님이 바뀌어 낯설었
저녁에 돌아온다는 법은 없어
연재중
우리는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살아간다. 나 역시 한 가지 일을 겪으며 평범한 하루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 가족은 나이순으로 출근과 등교를 하지만, 다섯 식구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특히 대학생이 된 딸은 늦은 시간까지 학교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주제넘게 살다가는 언젠가 큰 낭패를 당한다는 말로, 분수에 맞게 살라는 뜻이다. 아내에게는 결혼한 언니가 있는데, 언니네 부부는 둘 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의대를 나와 현재 의사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그들의 의사 생활 시작은 많이 늦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의학전문대학원을 다시 갔으니 그 시
슬리퍼
가족들과 오랜만에 방아머리 해수욕장에 갔다. 해양 생물을 좋아하는 둘째 덕분에 우리는 일 년에 세네 번은 꼭 갯벌에 가거나 낚시를 하는데, 올봄에는 이사와 전학으로 인해 갯벌체험과 낚시는 생각도 못했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 우리 가족의 매년 루틴인 갯벌 체험을 하러 나섰다. 아침에 일어나 물때를 확인하고, 플라스틱통, 갈퀴와 호미, 마실 물을 준비
이비인후과 계산대에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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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션은 그날따라 유난히 아팠다. '아' 하고 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로. 진료를 마치고 계산대 앞에 섰다. 휴대폰의 삼성페이 화면을 여는 순간, 갑자기 속이 메슥거렸다. 머리가 핑 돌았다. 그리고 기억이 끊겼다. 다시 정신이 든 건 뒤통수가 깨질 것 같은 통증과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 때문이었다. "괜찮으세요? 119 불러 드릴까요?" 추석 전날, 동네에서
그곳에선 이상하게 집중이 잘되는 이유가 있었다
어릴 적 성당에 가면 느껴지는 고요함이 좋았다. 미사에 참여하는 건 귀찮은 일이었지만, 그래서인지 여행지에 가면 성당에 들어가 보곤 했다. 어떤 곳에 가면 유독 마음이 편해진다던가, 어떤 장소에 가면 갑자기 글이 잘 써지는 경우가 있다. 장소가 주는 힘이 있는 걸까? 그런 분위기는 것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조도의 차이, 들려오는 소리의 차이, 향기의 차이
프랑스에는 인종차별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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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남편의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 하나가 아시아 사람 이야기를 하며 손으로 눈을 옆으로 찢는 흉내를 냈다. 그런데 나는 그때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친구도 비하하려는 의도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고, 남편도 듣고 그냥 웃으며 지나치는 정도였다. 참고로 나는 그 흔한 속쌍꺼풀
튜더 형제들
연재중
1453년 2월 만 10살이 되지 않은 레이디 마거릿 보퍼트는 어머니와 함께 런던으로 가서 국왕 헨리 6세와 그의 아내인 앙주의 마거릿을 알현하게 됩니다. 레이디 마거릿이 국왕 부부를 알현하게 된 것은 국왕인 헨리 6세의 뜻으로 복잡한 정치적 관계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때쯤 헨리 6세의 통치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프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는가?
알고 보니 ‘엄마에 대하여’ 김혜진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다. 작가는 특히나 소설의 제목을 짓는 일이 어렵다고 했다. 이 바카라의 제목도 출간 회의 중에 딸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니 ‘딸에 대하여’라고 정하게 되었다고 했다.소설을 읽고 보니 제목을 ‘엄마에 대하여’라고 지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딸보다 딸의 엄마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
우체국이 새로운 시선이 될 때
00 역을 마주한 흰 얼굴 도쿄역 마루노우치 광장의 남쪽 모서리, 붉은 벽돌 역사를 비스듬히 마주한 자리에 흰 건물 하나가 모서리를 둥글게 굽히고 서 있다. 그 뒤로는 유리 타워가 솟아 있다. 옛 도쿄중앙우체국(東京中央郵便局), 지금의 KITTE다. 세 번째 편에서 도쿄역 마루노우치 역사를 다루며 광장 한가운데서 역을 올려다봤다. 이번에는 역을 등지고,
가을이 머무는 증평
충청북도 증평군은 이러한 가을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도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면적이 크지 않지만 자연과 도시의 생활공간이 가까이 연결되어 있으며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그 중심에는 증평읍을 가로지르는 보강천과 오랫동안 지역의 쉼터로 사랑받아 온 보강천 미루나무숲이 있다. 10월 중순에
10월, 집밥의 다정한 온기
연재중
어젯밤, 아들이 잠든 사이에 나는 작은 작전을 하나 수행했다.작전명은 따로 없다. 굳이 붙이자면 '야간 이적'쯤 되겠다. 아들이 요즘 관심을 갖고 있던 게임이 있다. 그 게임을 내가 먼저 키워 두었다. 그리고 어젯밤, 아들이 잠든 사이에 그 계정을 아들 휴대전화로 옮겨 놓았다. 아빠가 키운 선수를 아들 팀으로 보내는 이적 시장. 이적료는 없다. 계약 조
인연은 천리 밖에서도 만난다
연재중
중국에는 예로부터 '유연천리래상회 무연대면불상봉'이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인연이 있으면 천리 멀리 있어도 만날 것이고, 인연이 없다면 눈앞에 두고도 마주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오세브레이로에서 다음 마을로 가던 날 대만 아주머니를 거의 열흘 만에 다시 마주치고 이 문장이 딱 스쳤다. 레온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걸음이 빨라진 데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더
나도 하고 싶은 말 잘하고 싶어
연재중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것도 어렵지만, 나에겐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사는 것도 어려웠다. 나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감정을 많이 살피기 때문이다. 일부러 그러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그냥 내 성향이 그렇다. 그래서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가 기분 나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그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향이 과할 때는 나에게 부당한 일
미술관 한가운데 런웨이가 놓였을 때
연재중
관객보다 먼저 도착한 런웨이 2026년 5월 27일, 아직 일반에 문을 열지 않은 서울의 한 미술관에 첫 관객들이 들어섰다. 그들은 작품을 보러 온 관람객이 아니라 샤넬 공방 컬렉션 쇼에 초대받은 손님들이었다. 이 미술관은 퐁피두센터가 서울에 처음 여는 분관, 퐁피두센터 한화. 미술관은 시민보다 런웨이에 먼저 문을 열어 준 셈이다. 쇼가 끝난 다음 날, S
가우디가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이걸 이렇게 지으셨니?
연재중
거리 위 웅장한 화장터 바르셀로나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이었다. 우리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러 갔다. 아! 참고로 어제저녁에 자기 전에 가우디라는 사람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였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가우디는 카사바트요, 카사밀라, 사그라다파밀리아, 구엘 공원 등 여러 건축 유적?을 남긴 건축가였다. 또한, 자연을 표방한 건축을 하였다. 높
턴테이블에 관한 단상
연재중
살롱 드 리브르 턴테이블에 관한 단상 도서관 창가에 턴테이블이 몇 대 놓여 있다. 창밖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되어 있고, 근처에는 LP 음반들이 정갈하게 꽂혀 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그 앞을 지나치는데, 어쩐지 무심히 지나치기가 어렵다. 반갑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이 조금 아련해지기도 한다. 내가 클래식 음악
노잼이 디폴트인 나라
연재중
노잼도시 헬싱키 핀란드에 가기 전, 비자를 받으러 광화문역 근처에 위치한 핀란드 대사관에 갔다. 대사관에는 핀란드에서 가볼만한 곳이나 핀란드에서 해볼만한 것들이 정리된 바카라자도 있었는데.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즐길거리 바카라자를 보니 숲에 피크닉가기, 자전거 타기, 바다에서 수영하기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그동안 서울에 살면서는 온갖 즐길거리와 먹거리,
물을 돈 주고 산다고?
식품영양학자가 동화를 읽는 방법 ㉔ 제목 : 물을 돈 주고 산다고? 부제 : 기꺼이 봉이 김선달의 손님이 된 이유 어릴 때 봉이 김선달 이야기를 읽으면서 김선달 그가 참 뻔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대동강 물이 자기 것도 아닌데 그걸 팔 생각을 하다니. 강물은 그냥 흐르는 것이고, 누구나 마실 수 있는 것인데 어떻게 물을 팔아서 돈을 받을 수 있을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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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배달을 시키고, 다리가 아프면 택시를 탔다. 귀찮으면 돈으로 해결했다. 나는 그런 돈을 ‘귀찮아 비용’ 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커피 한 잔, 배달 한 번, 택시 한 번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한 달 동안 모이면 생각보다 큰돈이 된다. 그래서 오늘부터 안 써도 되는 돈을 하나씩 줄여보기로 했다. 배달을 참은 돈, 택시를 타지 않은 돈, 습관처럼 사던 커피를 사지 않은 돈. 그 돈을 그냥 통장에 두는 대신 조금씩 모아 주식을 사보려고 한다. 목표는 무조건 아끼며 사는 것이 아니다. 귀찮아서 사라지던 돈을 내 자산으로 바꿔보는 것. 하루하루 얼마나 아꼈는지, 그 돈으로 어떤 주식을 샀는지 기록해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내가 참았던 배달 몇 번이 배당을 주는 주식 한 주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귀찮아 비용 하나를 지켜본다.
쉰이 훌쩍 넘어서야 돈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계기는 뜻하지 않게 마주한 지역주택조합 문제였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했던 계약은 2억 원의 대출 문제와 매달 130 여만 원의 이자로 돌아왔습니다. 노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살아남기 위해 부동산을 배우고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권의 바카라에서 달러 투자를 만났고, 1달러를 사는 것조차 두려웠던 사람이 매일 공부하고 직접 사고팔기를 반복하며, 어느새 달러 투자를 알려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달러를 통해 배운 것은 돈 버는 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기다리는 법, 나만의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우는 법, 작은 성취가 쌓여 다시 나를 믿고 일으켜 세우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 글은 2억의 위기 앞에서 처음 돈을 배우기 시작한 평범한 사람이 1달러부터 시작해 자신의 돈과 삶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신혼집을 보러 간 민재는 아파트 횡단보도에서 3년 전 소개팅녀 유진을 발견합니다. 아는 척은 하지 않았지만, 유진이 그 아파트에 월세로 산다는 사실을 알고 묘하게 안심합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입니다. 집값, 부모의 지원금, 남편의 온라인 게임, 투자수익까지 민재는 자꾸 남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결혼과 내 집 마련이라는 평범한 출발점에서 한 사람의 비교심리가 어디까지 번질 수 있는지를 20여 편에 걸쳐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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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부는 단지 더 많이 벌기 위한 공부가 아닙니다. 나와 가족을 지키고, 원하지 않는 삶을 거절하며, 주어진 오늘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한 공부입니다. 투자는 돈을 버는 단계에서 시작해 돈을 지키는 단계를 지나 삶을 누리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이 바카라은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충분한 자산이란 얼마인지, 무엇을 위해 투자하는지, 모은 돈을 어떻게 시간과 행복으로 바꿀지 묻습니다. 돈에 끌려다니지 않고 돈을 삶의 좋은 도구로 사용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투자 인문학입니다.


어제 배운 기술이 오늘 구식이 되고, '갓생'을 사는데도 매일 피곤한 시대.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쥐고 있지만, 정작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가장 막막해하는 세대입니다. AI가 대신 회의를 잡고, 연애에도 투명한 조건이 붙고, 이름 모를 비누 하나를 살 때도 가치관을 따지는 요즘. 이 낯선 변화들은 대체 어떤 신호일까요. 《요즘 세상 해독기》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 시리즈입니다. 30년 가까이 트렌드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기획자의 시선으로, 쏟아지는 신조어와 현상 이면에 숨은 진짜 맥락을 짚어냅니다. AI, 조직문화, 건강, 관계, 소비까지 각 편은 요즘 사람들의의 일상,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그리고 바로 써먹을 3단계 실천법으로 채워집니다. 거창한 담론 대신, 출근길 3분이면 충분한 가벼움으로 말입니다. 세상을 해독하면, 일과 관계와 소비를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낯설지만 다정한 이 해독의 시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Editor
pick
Polo Ralph Lauren, Timberland, Columbia Sportswear, 그리고 Villeroy & Boch. 오랜 헤리티지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 현장에서 22년간 체득한 비즈니스의 본질, 해외 전시장과 투자 미팅 현장에서 목격한 시장의 생생한 현실, 그리고 K-패션 브랜드를 해외 리테일러와 매칭하며 정립한 전략적 통찰을 담았습니다.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Global Original Brand'로 성장하고자 하는 리더들에게 실질적인 나침반이 되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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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해 보이는 일상의 규칙과 제도를 돈, 가격, 인센티브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봅니다. 경제학을 설명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제학이라는 이름조차 붙이지 않은 채 세상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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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보는 통장에 찍힌 숫자는 정말 돈일까? 미국은 왜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디지털 달러(스테이블코인)를 키우려는 것일까? 조개껍데기와 금화에서 은행예금,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까지 돈의 변화를 따라간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송금과 투자를 어떻게 바꾸고, 돈을 만들고 통제하는 권력을 누구에게 옮겨놓을지 살펴본다. 내 통장의 돈에서 달러 패권까지, 미래의 돈을 이해하고 내 자산에 미칠 변화를 읽기 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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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광고회사를 퇴사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AP신문의 광고평론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만들지는 않더라도 다른 광고들을 꾸준히 보면서 감을 잃지 싶지 않았던, 개인적 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밖에 나와보니 사람들은 광고에 대해 훨씬 더 무관심했고, 광고의 의미도 전략도 잘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광고를 잘 읽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광고평론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 편 한 편 생각보다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AP신문도 꾸준히 광고평론 지면을 유지해주고, 덕분에 교육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아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수록되었습니다.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그 노력을 나눕니다. 특히, 광고를 공부하는 학생과 현업 실무진을 주 독자층으로 삼는 '광고평론' 원문 그대로 옮기려고 합니다. 요즘 본 저 광고는 왜? 라는 느낌이 들면 찾아와주세요!!! 더불어, 제 관점으로 쉽게 풀어쓴 글은 <생각의 각도-광고>편에 따로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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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온라인카지노북은 <마흔일곱 은퇴 후 배당으로 삽니다>의 내용이 계속 이어지는 연재 글입니다. 그래서 첫 글부터 31화부터 시작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차트를 잘 읽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지표를 배우고, 더 정확한 진입점을 찾고, 시장의 방향을 맞히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시장을 경험하면서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트레이딩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틀렸을 때 살아남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글은 특별한 매매기법이나 필승 전략을 소개하지 않습니다. 추세와 지지·저항, 손절과 손익비, 포지션 사이징, 기다림과 심리, 그리고 AI 시대의 트레이딩까지. 한 개인 투자자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다시 생각하게 된 트레이딩의 본질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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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공무원으로서 최소한의 시간을 가지고 단 한해도 손실없이 연간 10~30%의 수익을 창출하는 원칙
화면 속 디지털 자산은 어떻게 진짜 가치가 될까요? 옛날 사람들은 금화가 진짜인지 확인하려고 이로 깨물어 봤습니다. 우리의 카피바라도 토큰을 깨물어 봅니다. '이거, 진짜야?' 모든 자산이 토큰이 된다고, 은행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궁금한 건 소박합니다. 주식은 이미 디지털인데 왜 또 토큰으로 만들까? 내 아파트가 NFT가 된다는 걸까? 오랜기간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로봇과 메타버스, M2E까지 신기술의 세계를 덕질해 온 저자가 두 세계 사이에서 본 토큰화를 쉬운 질문으로 풀어갑니다. 금융은 왜 이렇게 복잡한지, 내 아파트가 토큰화가 될 수 있는지, 그래서 무엇이 바뀌는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질문을 던집니다. 코드가 당신의 거래를 막는다면, 그 결정은 누가 내린 걸까요? 카피바라가 깨문 토큰은, 진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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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광고, 판단이 전부다 3 (감이 아니라 기준으로 결정하는 광고 제작법, 영상과 기타 실무 편) "내 손으로 직접 영상을 짜보고 싶은데 가능 할까?", "아이디어를 어떻게 풀고, 제작 발주는 어떤 식으로 주도해야 할까?" 숏폼과 AI 툴이 넘쳐나는 시대,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지만 '어떤 시선으로 진짜 고객을 사로잡을 것인가'는 온전히 나의 판단력에 달려 있다. 본 연재의 전반부에서는 스토리보드 구성 방법, AI를 활용해 영상 스토리를 직접 기획하고 촬영을 주도하는 법을 다룬다. 또한 후반부에서는 외주 관리부터 인쇄·온라인 발주, 촬영 현장 검수까지 실무를 스스로 이끌어가는 구체적인 실행력을 다룬다. 1부의 기획과 2부의 카피·디자인을 넘어, 이제 내 손으로 콘텐츠를 창조하고 판을 조율하는 진짜 실력을 완성하고자 한다. 혼자서 광고의 영상과 제작 실무를 온전히 마스터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글들은 가장 날카로운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알파세대는 조금 과장하면 신인류에 가까울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이들의 가치관과 행동을 기업과 브랜드에 투영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알파세대와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Z세대, 젠지의 이야기도 함께 탐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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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빛나는 브랜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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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0분, 1년에 2시간'의 실전 투자 시스템 누구나 바쁜 현대인을 위해 최소한의 시간 투자로 최대 효율을 내는 투자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온라인 게임인, 공무원, 프리랜서 등 시간적 여유가 없는 누구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평생 투자 전략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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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의 효과를 증명하는 법』 시리즈 3권. 코칭이 좋았다는 말은 어떻게 경영진의 결정으로 이어질까? 이 바카라은 HRD와 경영진의 언어 차이에서 출발해, 실제 기업의 코칭 결과를 보고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리더십 평가의 변화, 직급과 출발 수준에 따른 차이,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살펴본다. 숫자와 사례를 함께 제시하되, 상관을 인과로 단정하지 않고 데이터의 한계도 밝힌다. 코칭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하고, 도입과 지속에 관한 판단을 돕고 싶은 이들을 위한 바카라이다.
6마리 고양이들을 위해 시골의 어느 한건물을 통으로 빌렸습니다.원래는 고양이 까페를 차리려다 사기를 당해 꿈을 접고 학원 과학 교재를 직접 만들고 출판해보고자 하는 큰 프로젝트를를 기획했습니다.현재 출판업계는 단군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있다합니다.무모하지만 제 교재를 직접 출판해 편집샵까지 운영해보려는 큰 꿈을 안고 이 모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실패가 될수도 있지만 다시 한번 시작해보려합니다.비록 아쉽게 고양이까페꿈은 사기로 접었지만 다시 한번 도전하는 과정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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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카라은 나를 놓친 엄마로 살며 돈 앞에서 늘 작아졌던 한 여자가, 부동산을 포함한 돈공부를 통해 지금의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감추지 않은 시행착오와 서툴고 부끄러운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진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고자 합니다. /기술이나 방법론에 대한 설교보다 저자의 인생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두 가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돈공부가 결국 나 자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시드머니도 완벽한 정보도 없이 시작한 저자의 서툰 도전들이, 독자에게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생생한 간접경험과 즐거움이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이 바카라은 예전 저자와 같은 불안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부동산과 재테크를 어렵게만 느끼던 독자에게는 이야기로 읽는 즐거운 입문서가 되고자 합니다.
경제, 부동산 이슈를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
주식은 아무리 공부해도 잘 안 될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익을 내는 것과 상관 없는 것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운전을 하려면 운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자동차 부품 명칭이나 유래, 만드는 법 등을 공부할 필요는 없죠. 주식도 마찬가지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법을 공부하면 됩니다. 우리는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투자할 회사에 취직할 것도 아닙니다. 그저 돈 될만한 주식을 잘 사서, 좋은 가격에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이죠. 주식은 마진을 남기고 물건을 파는 장사입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주식을 공부하면 모든 게 달라 보이게 겁니다. 말만 쉬워 보였던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길로 초대합니다.
평범한 공무원 부부가 결혼을 하고 내 집 마련을 하며 자산을 불려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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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 기고하며 실무 프로젝트와 연구에서 배운 내용을 독자와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익힌 경험을 정리하면서, 고객을 이해한다는 말이 어떤 설명과 제품, 응대와 일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연결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익숙한 생활의 장면에서 질문을 꺼내고, 이론이 그 장면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살핀 뒤 실무에서 바꿀 일을 고민했죠. 그리고 그 고민이 나름대로 정리되어가면서 알던 것들을 가감없이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졌습니다. 적어도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바람으로... 그 바람이 글의 출발점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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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베이시스트 최은창입니다. <재즈가 나에게 말하는 것들 - 지금 여기에서>를 썼습니다.
- 김성대
(전)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 / 대중음악평론가 / IZE 기고 / <메탈리카: 메탈 마스터>, <너바나 평전: Smells Like Teen Spirit> 저자
Aprilamb'사월의 양'입니다. 일상다반사 슬로우라이프를 끄적끄적 쓰고.. 그리고.. 본업인 IT도 슬쩍 들여다보고...
정준호문화 칼럼니스트 정준호의 블로그입니다.
- 유니스 황
작곡가&피아니스트 유니스황. 브랜딩 디렉터. 일상의 풍경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쓰고 있습니다. YouTube채널 http://youtube.com/eunicehwang
- 박재우
일상에서 보고 들은 것들로부터 길어 올린 생각들로 다정한 위로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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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밥 주러 갔다가by 은진모든 일은 그 녀석들 때문이다. 밥은 받아먹으면서도 끝내 사람 손은 타지 않는 녀석들. 아니,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지 못한 내 탓이 더 크다. 그 녀석들을 만나기 전까지, 대전에서의 날들은 달콤했다. 서른 해 넘게 출근 시간에 맞춰 살다가, 시계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었다. 오로지 우리 두 사람의 하루만 챙기면 되었다. 느지막이 아침을 맞고, 식사
- 시월의 풍경이 거기에by 현월안
형제자매들과 시간을 맞추어 고향집에 갔다. 고향집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다. 그곳에는 나의 기억이 있고 부모님의 체취가 묻어있는 곳. 그 옛날 밥 짓는 냄새가 골목으로 흘러나오고, 마당 한쪽에서는 엄마가 나물을 다듬고, 해가 기울면 식구들이 엄마품으로 돌아오던 곳이다. 이제는 부모님이 모두 안 계신다. 그러나 고향집은
떠나야 알게 되는 것들by 영라내년 4월이면 한국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십 년이 된다. 십 년 전 어느 날, 남편이 '회사에서 싱가포르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가볼까?'라고 묻던 순간을 아직도 가끔 떠올리곤 한다. 그때 한국에 남기로 했다면 지금쯤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러니까 그 해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해 일 년쯤이 지났을 때였다. 경력은 십 년을 채워가고 있었고, 몇 번
- 산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by 단미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아침,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먼저 나온 친구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누고, 오늘은 누가 오는지 서로의 얼굴을 살핀다. 그렇게 우리의 정기 산행이 시작된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은 무조건 비워두기. 우리들의 약속이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친구들이 더 많지만,
갈비, 그릇마다 담겼던 마음by 굳데이명절 무렵 마트에 가면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갈비 선물세트에 눈길이 간다. 그 앞에 잠시 서 있으면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명절을 앞두고 갈비를 선물하기도, 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부산에 계신 어머니가 차례를 모셨고, 명절이면 우리도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모님께서 연로해지신 뒤에는 우리가 제사를 이어받아 서울에서 차례
아무도 나를 모르는 시골에서 조용히 살기by 상모솔새앞서 소개한 바 있듯이 한때 나에게는 입신양명이라는 꿈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공존했는데, 공공연히 사생활이 알려진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삶이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모 로맨스 소설가가 필명으로 글을 써서 작품이 아주 유명해졌지만, 본업이 따로 있으며 주변사람들도 그의 정체를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다. 고향 마을에
아내의 발을 씻겨주던 시간by 유석요즘 가을 날씨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카이블루빛 하늘은 유난히 더 높아 보인다. 말도 아닌 나도 최근 체중이 조금 늘었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살면서 요즘처럼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보고 싶은 아내가 그 어디엔가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
떠날 날이 가까워질수록by 이민자의 부엌어느 날 밤, 남편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가 날짜를 세어보더니 말했다.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고 했을 때 나는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다며 웃었는데, 어느새 돌아갈 날이 바로 앞에 와 있었다. 영국으로 오기 전에는 열네 날이면 제법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 혼자 휴양지 여행은 처음이라by 하르딘
내 주변 또래들에 비해 나는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혼자 하는 여행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서른아홉에 혼자 사는 싱글여자에게 여행을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고, 혼자 하는 여행이 더 익숙하고 편하다는 이유도 있다. 그런데 나는 왜 하필 이번에 발리에 가기로 했을까?
쓰레기 단상, 상추by 흔적제로웨이스트는 0의 상태를 의미하는 ‘제로(zero)’와 낭비를 뜻하는 ‘웨이스트(waste)’가 합쳐져 탄생된 말이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는 생활 방식이라고 여겨 부담을 갖지만, 사실 본질은 ‘쓰레기(trash)’가 아닌 ‘낭비(waste)’에 맞춰져 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제로웨이스트’가 아닌 ‘제로트래쉬’가 되었어야 했겠지. 사실상
내 미국 온라인 게임은 모두 삼성역에 있었다by 예나빠"저희 왔어요!" 거의 해마다 여름이면 아이들 방학에 맞춰 한국을 찾는다. 미국에 자식들을 보내놓고 기다리시는 양가 부모님과 일가친척을 뵙기 위해서다. 아이들을 앞세워 오랜만에 집에 들어갈 때면 반가움과 함께 늘 죄송한 마음이 든다. 모처럼 한국까지 왔는데 여름휴가 1~2주만 보내고 돌아가기에는 아쉽다. 그래서 휴가 앞뒤로 1~2주 정도 원격근무를 붙여
미니멀라이프의 길은 멀고도 가깝다by 미니멀랑이오랜만에 옷장정리를 했습니다. 제 옷장엔 4계절의 옷들이 모두 들어있는데요. 그럼에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들을 정리하는 일은 쉬지 않았던 거 같아요. 물론 여름옷들과 겨울옷들을 매번 바꾸는 일은 하지 않지만 말이에요. 이렇게 옷장 하나에 4계절 옷들이 모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미니멀라이프 덕분입니다. 그동안 많은 옷들을 비워오기도 했고요.
가꾼다는 것by 다시 나얼마 전 식물 하나를 집에 들였다. SNS에서 옅은 하늘빛 꽃이 한가득 피어 있는 모습에 사로잡혔다. 사진 속에서는 가느다란 줄기 끝마다 뭉게구름처럼 하늘색 꽃이 피어있었다. 나는 곧바로 검색을 시작했고, 그 꽃의 이름이 ‘플럼바고’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집에서도 저런 뭉게구름 같은 하늘색 꽃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문제는 우리 집이
남 시선 신경 쓰느라 소중한 날들을 날려버린 세월by 담연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깔끔하게 다려 입은 와이셔츠, 정갈하게 매어 둔 넥타이. 지난 30여 년간 대기업이라는 팍팍한 조직 안에서 매일같이 입어온 나만의 ‘갑옷’이다. 돌이켜보면 내 청춘의 대부분은 그 갑옷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염려하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
8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예체능 학비의 현실무게by 시엔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예고 입시생들은 곧바로 사활을 건 입시 직전 모드로 돌입한다. 예고 입시에 반영되는 중학교 내신 성적 산출이 3학년 1학기로 모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시험을 마쳤다는 해방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마지막 교시 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은 바카라가방을 둘러메고 스케치북을 든 채 학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단 하루의 휴식도 허락되지 않는
휴대폰 배터리는 억울하다by 청산별곡나는 휴대폰 배터리다. 인간들은 나를 소모품이라고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소모되는 건 나니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나보다 더 빨리 닳는 것들이 있다. 인간들의 기억력과 인내심이다. 전화번호는 나에게 맡겼고, 길 찾기는 내비게이션에 맡겼고, 생각은 AI에게 맡겼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른다. 참으로 자신감 하나는 충전이 필요 없다.
행복하여라, 오늘의 끝에 다다른 이들.by DK뭐 하나에 미치는 거, 좋아 보이네 뭐 하나에 미치는 건 아름답다 새벽. 골목에 나섰는데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새벽의 도시에서 기대되는, 숨소리 하나도 조심스러운 고요함이 아니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취객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소리, 볼륨 조절기가 고장 난 대화소리였다. 어제저녁에 축구 경기가 있었다더니 밤새 잔치가 벌어졌나 보았다. 먼 길을 나서는 우리
프랑스는 왜 그렇게 일을 안 할까?by 파리이방인"우리 바캉스 가서 뭐 할까?" 나의 물음에 남편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진정한 바캉스란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뭐라??" '어딘가로 휴가를 떠난다는 것은 어떤 장소를 새롭게 방문하거나 경험하는 것이지, 정말 아무것도 안 할 거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지 왜 바캉스씩이나 떠나야 한다는 것일까?' 휴가에 대한 나와 남편의 다른 생각은 바캉
‘쁘띠 독립’,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견디는 일by 홍나씨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쉼이나 호캉스, 혼자 가는 여행은 수도 없이 해봤지만, 어느 순간 여행은 결국 돌아와야만 하는 것이고, 내 삶이 바뀌려면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에서의 일상’이 바뀌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좋은 것은 낯선 공간에서 보내는 새로운 일상과 그곳에서 이방인이 되는 경험이어서겠지. 물론 서울에서도 여행처럼 하루에 매일 1
서울에 살면 행복할까? 시골에 살면 행복할까?by 심리학자 이선경연구결과, 서울에 살면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에는 없는 게 거의 없습니다. 새로 생긴 맛집도 많고, 보고 싶은 공연도 있고, 퇴근 후에 갈 만한 곳도 많습니다. 사람을 만나기도 쉽고, 마음만 먹으면 매일 다른 하루를 보낼 수 있죠. 그래서 서울에 살면 조금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한적한 지역으로 내려가면 삶은 편안해질 수 있어도
가을의 문턱에서by 스테르담대학교 시절, 어느 동네 보습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한 적이 있다. 어느 한 여중생이 수업이 시작한 지 10분 늦게 허겁지겁 들왔고, 나는 판서를 하고 뒤를 돌아보다 그 두 눈과 마주했다. 미안한 눈빛이었다. 아이에게 미안함을 주고 싶지 않았다. 부드럽게, 상대방이 편안해할 만 어조로 나는 말했다. "가을이 왔구나." 그 아이의 이름은 가을이었다. 이름이
존재감 없는 쉰 살 생일by 케이Kay3년 전, 나는 쉰 살이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한국 나이로 나이를 세는 게 싫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 살이라도 어리고 싶어서. 그래서 늘 만 나이를 고집했다. 그런데 만 나이가 표준이 된 바로 그 여름, 나는 만으로도 쉰이 되었다. 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꽉 찬 쉰. 나이 앞에서 흔들린 게 처음은 아니다. 20대에서 30대로
도시, 걷는 자의 베이스캠프by DK슬리퍼라는 욕망을 매달고 기타리스트들(전편 참조)을 떠나 팜플로나까지는 마지막 절반 정도가 시내를 걷는 길이었다. 트리니티 다리(Trinity Bridge)를 건너면서부터다. 다리를 건너고 벤치에 앉아 '바셀린 타임'을 갖고 난 후 아내는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트레킹화는 돌길, 물길, 진흙길을 끄덕 없이 걷게 해 주는 든든함이 있지만 길이 조금이라도 고분
도파민,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하다by 알레'도파민' 하면 독자님들은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나는 가장 먼저 '도파민 과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이는 '숏폼 중독', '자극 중독' 같은 부정적인 현상으로 이어졌다. 워낙 자주 들어서 그럴 테지만, 정작 나는 도파민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카라을 읽다 보니 내 생각이 완전히
보고서를 열 번 돌려받고 깨달은 점by 김도경 dkkim저는 보고서를 혼자 잘 만들어서 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열 번 가까이 반려당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요. 혹시 예전의 저처럼 문서를 혼자 붙잡고 계신 분이 있을까 싶어 그동안의 기록을 꺼내어 공유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초안은 혼자 붙잡지 말고 빨리 보여 주고, 들은 대로 여러 번 고치면 됩니다. 1. 예전 일입니다.
애증의 민음사 빵, 이게 뭐라고..by 부소유출판계의 뜨거운 감자, 민음사에서 빵도 출시했다. 매년 국제도서전의 흥행을 견인(?) 했던 대형 출판사 민음사는 올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문학전집 500권 출간..!! 뭐 이런 것이 아니고, 팝업 스토어, 굿즈 판매, 한정판, 그 밖에 다양한 SNS 행사, 그리고 놀랍게도 출판사 직원이 국민 예능 ‘라스’에도 출연하며 텍스트힙의 분위기를 이어가더니
PM이 해야 할 결정적 한마디by 첼라PM이 하루 종일 하는 일을 한마디로 하자면 말하기의 연속이다. 회의실에서, 메신저로, 메일로 끊임없이 누군가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고 인력, 일정, 품질 관리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러니 그 대화의 분위기라는 것이 항상 날 선 칼 위에서 걷는 기분을 주기도 한다. 기획자로 오랜 시간 일했다 보니
미술관 한가운데 런웨이가 놓였을 때by 이소라관객보다 먼저 도착한 런웨이 2026년 5월 27일, 아직 일반에 문을 열지 않은 서울의 한 미술관에 첫 관객들이 들어섰다. 그들은 작품을 보러 온 관람객이 아니라 샤넬 공방 컬렉션 쇼에 초대받은 손님들이었다. 이 미술관은 퐁피두센터가 서울에 처음 여는 분관, 퐁피두센터 한화. 미술관은 시민보다 런웨이에 먼저 문을 열어 준 셈이다. 쇼가 끝난 다음 날, S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나를 망칠 때by 다슬잘 쓰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생각이다. 나 역시 그렇다. 처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마음속에 쌓아 둔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기고, 그 글을 발행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 쓸수록 욕심이 생겼다. 조금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었고,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읽어 주었으면
감자에게도 평생온라인 게임은 없다by Susie 방글이장을 보러 가기 전, 남편에게 감자 심부름을 받았다. "러셋 포테이토로 사 와." 마트에 가면 감자가 여러 종류로 나뉘어 있다는 건 평소에도 알고 있었다. Russet, Yukon Gold, Red Potato, White Potato, Fingerling, 등등. 늘 보던 감자들이었다. 그저 감자가 참 많구나, 그 정도였다. 그런데 그가 러셋 포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