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퇴근
우리는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살아간다. 나 역시 한 가지 일을 겪으며 평범한 하루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 가족은 나이순으로 출근과 등교를 하지만, 다섯 식구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특히 대학생이 된 딸은 늦은 시간까지 학교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다. 몇 달 동안 비슷한 시간에 귀가하는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 날, 딸은 스토킹 피해를 겪게 되었다.
현관문 비밀번호조차 제대로 누르지 못한 채 현관 앞에 털썩 주저앉아 겁에 질려 있던 딸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모습을 마주한 순간, 엄마인 나에게는 두려움과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혹시라도 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어땠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아침에 웃으며 출근했다고 해서 저녁에 반드시 무사히 집에 돌아온다는 법은 없어.”
처음에는 너무 비관적인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침에 평소처럼 인사를 나누고 집을 나선 가족이 저녁에도 아무 일 없이 돌아오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평범한 하루는 사실 수많은 우연과 무사함 위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그다음 날부터 나는 전철역에서 딸을 기다렸다. 딸이 무사히 돌아오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딸은 엄마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는지 결국 그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딸의 선택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식을 지켜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싶은 자녀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되면 문 앞에서 기다리곤 했다. 이제는 훌쩍 자라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나이가 되었지만, 부모의 마음은 여전히 그때와 다르지 않다. 아들이든 딸이든,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다가 돌아오는 자녀의 귀갓길이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깨달았다.
평범한 일상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안전한 귀갓길 역시 누구에게나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도 가족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보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아침에 나눈 평범한 인사가 저녁에도 웃음으로 이어지는 것.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가장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행복은 바로 그런 일상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