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옷장정리를 했습니다.
제 옷장엔 4계절의 옷들이 모두 들어있는데요. 그럼에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들을 정리하는 일은 쉬지 않았던 거 같아요. 물론 여름옷들과 겨울옷들을 매번 바꾸는 일은 하지 않지만 말이에요.
이렇게 옷장 하나에 4계절 옷들이 모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미니멀라이프 덕분입니다. 그동안 많은 옷들을 비워오기도 했고요. 그렇게 수많은 물건들을 버려왔습니다. 그러나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여전히 집안에 있는 많은 물건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그만큼 미니멀라이프를 산다는 건 꽤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네요.
여전히 읽고 싶은 바카라을 샀긴 했지만 다 읽은 후 쌓여가는 모습에서,
좋아한다고는 했지만 한 권 두권 늘어가는 노트와 펜들의 모습에서,
작아진 옷들을 비우지 못하고 서랍장 한구석에 몰래 숨겨둔 모습에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미니멀라이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물건을 비운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왠지 더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답니다. 그때는 그냥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했었다는 거.
그러나 집안에 있는 작은 공간 하나하나, 그런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물건들 하나하나를 보고 있자니 이게 미니멀라이프였구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물건을 대하는 자세 또한 바뀌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새삼 미니멀라이프가 제 가까이에 와 있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아침마다 아무런 반감 없이 청소기를 들어 휘리릭 돌리고 있는 모습에서,
자연스레 쓰레기봉투를 삐뚤빼뚤 접어 그의 자리에 가지런히 넣어놓는 모습에서,
어느새 몇 페이지 남지 않는 노트, 더 이상 잉크가 나오지 않는 펜의 모습에서,
매일밤 9시가 되면 바카라상 앞에 앉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며 일기도 쓰고 일정도 정리해요. 그리고 하루를 되돌아보고 있어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이런 시간이 가능했던 건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리고 그 벅찬 집안일을 단숨에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진짜 무엇 때문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거 같지 않으세요?
조금은 단순해진 삶에서,
가지런히 정리된 공간 옆에 텅 비어있는 공간만 바라봐도 그 해답은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쩜 어설프지만 이미 진짜 미니멀라이프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우리는 흔히들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을 자주 하며 살고 있지 않나요? 저 역시도 해내지 못한 일들 앞에서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시간이 없었다는 말을 내뱉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기도 했고요. 특히 퇴근 후에 해야 하는 집안일에 말이에요.
저녁 식사도 준비해야 하고,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비롯한 주방정리까지. 내일 입어야 한다며 세탁을 요청해 오는 아이들의 말에 12시가 넘어야 겨우 빨래를 널고 누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 바카라상 앞에 앉을 시간은커녕 치카를 할 힘도 없이 녹초가 돼버린 듯 침대에 눕곤 했으니.
그러나 이제는 자연스레 바카라상 앞에 앉아 모든 기록을 하고 나서도 바카라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집안일에 쏟는 시간이 엄청 줄어들었다는 거. 이거 하나만 봐도 얼마나 많은 물건을 줄였는지를 상상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물론 쓰면서 채울 수밖에 없는 물건들도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같이 사는 경우에는 그런 물건들이 더 많아지는 건 당연한 거고요. 저희 집엔 쓰려고 내놓은 폼클렌저만 5개가 있으니 할 말이 없네요.
이런 어쩔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어쩜 미니멀라이프는 가까이하기엔 먼 인생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그러나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게 또 미니멀라이프가 아닐까 합니다. 단순하고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말이죠.
그래서 말인데요, 오늘은 필요 없는 물건을 찾아 딱 한 개만 비워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