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그릇마다 담겼던 마음

매콤한 돼지갈비찜

by굳데이

명절 무렵 마트에 가면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갈비 선물세트에 눈길이 간다. 그 앞에 잠시 서 있으면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명절을 앞두고 갈비를 선물하기도, 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부산에 계신 어머니가 차례를 모셨고, 명절이면 우리도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모님께서 연로해지신 뒤에는 우리가 제사를 이어받아 서울에서 차례를 지냈다. 명절을 앞두고 선물로 들어온 갈비는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가 차례 음식을 준비할 때 꺼내 손질했다. 그렇게 만든 소갈비찜을 차례상에 올리고, 차례를 지낸 뒤에는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돌이켜보면 갈비찜은 한동안 우리 집 명절 식탁에서 빠지지 않던 음식이었다.


그중 부모님께 드릴 갈비는 따로 챙겨두었다. 부산 부모님 댁에 갈 때가 되면 아내는 그 갈비를 꺼내 부모님이 드시기 좋도록 손질하고 양념까지 해서 다시 얼렸다. 그렇게 준비한 갈비를 들고 부산에 내려가면 어머니는 반가워하시면서도 꼭 한마디 하셨다.


“너희들이나 먹지. 애들도 좋아할 텐데...”


당신들 드시라고 따로 챙겨간 것인데도 어머니는 늘 자식과 손주들부터 생각하셨다. 그때는 늘 듣던 말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말뿐 아니라, 정성껏 준비한 갈비를 받아 들고 계시던 어머니의 모습까지 함께 떠오른다.


명절마다 부산으로 내려가던 시절의 갈비에 얽힌 기억도 있다. 어머니가 차례를 모실 때는 명절이면 형님들 가족을 비롯해 온 가족이 부산에 모였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자식과 손주들이 함께 먹을 갈비탕을 한 솥 푸짐하게 끓여놓으셨다. 맑으면서도 묘하게 노르스름한 국물이었다. 고기에서 우러난 빛깔이었는지, 어머니만의 비법이 따로 있었는지 이제는 알 길이 없다. 상에 놓인 갈비탕 그릇만큼은 늘 푸짐했다.


특히 멀리 서울에서 내려온 손주들의 그릇에는 갈비를 몇 점씩 더 얹어주셨다. 자주 볼 수 없는 손주들이니 하나라도 더 먹여 보내고 싶은 마음이셨을 것이다. 반면 가까이 살아 평소에도 자주 보던 여동생의 아이들 그릇에는 갈비가 조금 적게 들어갔다. 한번은 그 일로 여동생이 서운해하며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지금은 가족끼리 웃으며 꺼낼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날 여동생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어머니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도, 갈비 몇 점의 차이는 그릇을 받는 사람에게 크게 보였을 테니까.


아이들은 다 자란 지금도 가끔 부산 할머니 집에서 먹었던 갈비탕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갈비탕의 맛만큼이나 명절마다 부산에 내려가 할머니와 함께했던 시간이 오래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어머니에게 갈비는 그저 고기 몇 점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주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집의 명절 풍경도 여러 번 달라졌다. 어머니가 차례를 모실 때는 부산으로 내려갔고, 우리가 제사를 이어받은 뒤에는 서울에서 차례상을 차렸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기제사만 모시고 명절 차례는 지내지 않는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부산으로 내려가던 일도, 차례상에 소갈비찜을 올리던 일도 이제는 지난 풍경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잊고 지냈던 갈비찜이 문득 생각났다. 오랜만에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주로 소갈비로 갈비찜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골랐다. 양념에도 매콤한 맛을 조금 더했다. 기억 속 갈비찜을 그대로 되살리기보다는, 지금 우리 집 식탁에 어울리는 한 냄비를 끓이고 싶었다.


돼지갈비는 기름기를 손질해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뒤, 향신 재료와 함께 데쳐 깨끗이 씻었다. 손질한 갈비에 배즙과 간장, 고춧가루로 만든 양념과 물을 넣어 먼저 끓이고, 감자와 당근, 양파를 넣어 갈비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푹 끓였다. 마지막에 대파와 고추를 넣고 조금 더 끓인 뒤 참기름과 통깨로 마무리했다.






# 재료


돼지갈비 2kg, 감자 3개, 당근 반개, 양파 1개, 대파 1개,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물 0.5리터, 참기름 1큰술, 통깨 1큰술

• 향신 재료 : 월계수 잎 6장, 소주 200ml, 마늘/ 통후추/생강 약간

• 양념장 : 배즙(배 반개 + 양파 반개 + 물 0.5리터), 마늘 3큰술, 생강 1큰술, 고추가루 9큰술, 고추장 4큰술, 진간장 150ml



# 요리 과정


갈비에 붙어 있는 두꺼운 기름기를 칼로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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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한 갈비는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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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물과 향신 재료를 넣고, 끓으면 갈비를 넣어 5분 정도 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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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갈비는 체에 받쳐 찬물에 깨끗이 헹군 뒤, 두꺼운 고기에는 양념이 잘 배도록 칼집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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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와 양파, 물을 믹서기에 넣고 곱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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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재료를 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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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먹기 좋은 크기로 큼직하게 썬 뒤, 모서리가 부서지지 않도록 돌려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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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모서리를 돌려 깎고, 양파와 대파, 고추도 적당한 크기로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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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갈비와 양념장, 물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뚜껑 닫고 강불에서 30분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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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한 채소를 넣고 중불에서 30분간 끓인 뒤, 대파와 고추를 넣어 중약불에서 10분간 더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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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끈 뒤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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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한 매콤한 돼지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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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들여다본 매콤한 돼지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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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한 갈비찜은 익숙한 간장 양념의 맛 뒤로 매콤함이 은근하게 따라왔다. 갈비는 부드럽고, 함께 익힌 채소에도 양념이 배어 밥과 곁들이기 좋았다. 예전에 먹던 소갈비찜과는 맛이 달랐지만, 따뜻한 갈비찜 한 냄비를 식탁 가운데 놓으니 문득 그 시절의 식탁이 떠올랐다.


갈비를 먹다 보니 명절이면 부산으로 내려가 먹었던 어머니의 갈비탕과, 우리가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며 만들었던 갈비찜이 차례로 떠올랐다. 서로 다른 시절의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늘 가족이 있었다. 그때는 명절이면 으레 먹던 갈비탕이라고만 생각했다. 이제 돌아보니 어머니는 당신의 쌈짓돈으로 갈비를 마련해 자식과 손주들의 그릇을 채워주셨다. 한 점이라도 더 먹이고 싶었던 그 마음이 이제야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오늘 내가 끓인 것은 어머니의 갈비탕도, 예전 차례상에 올리던 소갈비찜도 아니다. 돼지갈비로 만든 조금 매콤한 갈비찜이다. 아내의 그릇에 갈비를 한 점 더 골라 담다 보니, 어머니가 왜 멀리서 온 손주들의 그릇에 갈비를 몇 점씩 더 얹어주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한 점 더 담아주고 싶은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