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이 새로운 시선이 될 때

KITTE 도쿄

bycitevoix



00 역을 마주한 흰 얼굴


도쿄역 마루노우치 광장의 남쪽 모서리, 붉은 벽돌 역사를 비스듬히 마주한 자리에 흰 건물 하나가 모서리를 둥글게 굽히고 서 있다. 그 뒤로는 유리 타워가 솟아 있다. 옛 도쿄중앙우체국(東京中央郵便局), 지금의 KITTE다. 세 번째 편에서 도쿄역 마루노우치 역사를 다루며 광장 한가운데서 역을 올려다봤다. 이번에는 역을 등지고, 그 역을 한 세기 가까이 마주해 온 건물을 바라본다.


옛 우체국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새로 썼을까.




01 1930년대의 우체국



1930년대 초 완공된 도쿄중앙우체국은 체신성의 건축가 요시다 테쓰로(吉田鉄郎)가 설계했다. 같은 시기 마루노우치의 건물들이 돌기둥과 장식으로 무게를 드러낼 때, 이 우체국은 장식을 걷어낸 흰 벽과 규칙적인 창으로 서 있었다. 이 건물은 일본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혀 왔다. 가까이서 본 이 건물은 아무것도 뽐내지 않는다. 메이지생명관의 열주 같은 돌기둥도, 기둥머리의 조각도 없다. 흰 벽과 창의 반복이 전부다. 그런데 그 단순함 덕분에, 뒤편의 유리 타워와 나란히 서도 어느 한쪽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02 남긴 것과 새로 쓴 것


2008년, 이 우체국을 헐고 고층 빌딩을 짓는 계획이 발표됐다. 옛 건물의 일부만 남기는 안이었다. 반대의 목소리는 건축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번졌고, 논쟁 끝에 남기는 부분이 처음 계획보다 늘어났다. 그렇게 2012년, 우체국의 옛 얼굴 뒤로 JP타워가 올라섰고, 이듬해 그 저층부에 상업시설 KITTE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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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에야 잠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들어서면 여러 층을 뚫은 아트리움이 옛 우체국의 몸 안을 비워 낸다. 건축가 구마 겐고(隈研吾)가 참여한 이 내부는 옛 건물의 뼈대를 감추지 않는다. 4층에는 옛 우체국장실이 당시 모습에 가깝게 되살아나 있다. 국장실은 일본우편과 도쿄대학 종합연구박물관이 함께 꾸린 박물관 인터미디어테크(Intermediatheque)의 일부로 공개되어 있고, 그 창은 도쿄역을 가까이 마주한다.



03 시선을 보존하는 일



이 건물에의 포인트는 6층의 옥상 정원이다. 누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도쿄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이 정원은 거저 생긴 자리가 아니다. 이 재개발은 옛 건물을 남기고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옥상 정원을 만드는 대가로, 원래 허용된 것보다 큰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길 건너 도쿄역이 쓰지 않은 용적(지을 수 있었지만 짓지 않은 바닥 면적)의 일부도 이 타워가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1,500제곱미터의 이 정원은 그 약속의 결과다. 입장료도, 조건도 없다.



KITTE에서 남은 것은 우체국의 얼굴만이 아니다. 90여 년 전부터 이 건물은 같은 자리에서 도쿄역을 마주해 왔다. 그 관계는 국장실의 창에 남았고, 이제 옥상에서 누구나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옥상에 서서 역을 내려다보면 이 건물이 한 세기 가까이 보아 온 풍경을 이제 누구나 나눠 본다. 보존은 건물을 남기는 일인 동시에, 그 건물이 도시를 바라보던 시선을 남기는 일이다.


그 옥상에서라면 역 너머도 보일 것이다. 붉은 벽돌 역사 뒤편으로 유리 타워가 솟아 있는 곳, 오랫동안 역의 뒷면이라 불리던 야에스다.


글, 사진 | citevoix

내용 참고 | KITTE, 인터미디어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