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독립’,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견디는 일

/ ① 드디어 진짜 자유다! 쁘띠 독립의 시작

by홍나씨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쉼이나 호캉스, 혼자 가는 여행은 수도 없이 해봤지만, 어느 순간 여행은 결국 돌아와야만 하는 것이고, 내 삶이 바뀌려면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에서의 일상’이 바뀌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좋은 것은 낯선 공간에서 보내는 새로운 일상과 그곳에서 이방인이 되는 경험이어서겠지. 물론 서울에서도 여행처럼 하루에 매일 10만 원 이상씩 쓰면서 먹고 즐기고, 그 순간의 감각과 경험에만 집중하면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만 껄껄.


사실 퇴사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 며칠이라도 몸과 마음이 오롯이 쉬는 것이었다.






이 나이 먹도록 독립도 못한 무능력의 입장에서 하는 배부른 투정이나 하소연일 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된 이후 가장 슬프고도 무력했던 점은 집이 온전한 쉼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집이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편안함 대신 지퍼 끄트머리에 낀 머리카락처럼 약간의 불편함이 늘 있었다. 단 0.1g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일상 속 진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일단 물리적 탈출이 필요했다.


지금 당장 독립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무능과 오래 축적된 잘못된 선택, 그 결과로써 맞이한 지금의 현재에 대한 모든 자바카라을 몇 년이고 반복하다 지쳐서


그럼 며칠이라도!

하며 일주일 정도를 생각하던 찰나, 어떻게든 길을 찾으면 길이 보이는 건지 [단기임대]라는 키워드가 알고리즘에 걸렸다. 그 결과 감사하게도 알고리즘이 이끈 광고로 인해 적절한 가격에 4박 5일 머물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호텔이 아닌 그야말로 주거를 위한 공간이라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물품들이 필요했다. 당장 내일 필요한 식재료를 배달시키고, 필요한 물건들을 캐리어에 바리바리 싸들고 신도림으로 향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지도 못한 추가적인 생필품이 필요해 다이소에서 거한 쇼핑 후 작은 방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던 오피스텔은 작고 낡았지만 에스닉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휴가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 종일 누워서 뒹굴거리며 쉬어보자!'며 독립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려던 참이었다. 참 웃기게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쉬어보겠다고 에어컨까지 빵빵하게 켜서 침대에 누운 순간, 오랜만에 맛본 해방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죄바카라감도 같이 올라와서 몸을 일으켜 다시 앉아버렸다.



보는 사람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왜! 죄바카라감이 드는 걸까…

그렇다면 그 죄바카라감의 원천은 어디일까?

나는 왜 혼자서도 누군가의 눈치를 볼까?

그 목소리와 시선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진짜 내 목소리가 맞았을까?




참 잘 쉰다는 건 새삼 어렵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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