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하다

by알레

'도파민' 하면 독자님들은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나는 가장 먼저 '도파민 과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이는 '숏폼 중독', '자극 중독' 같은 부정적인 현상으로 이어졌다. 워낙 자주 들어서 그럴 테지만, 정작 나는 도파민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카라을 읽다 보니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오히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뇌 내 물질이었다.


바카라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는 도파민을 이렇게 설명한다.


도파민은 인간의 학습,
행동에 대한 동기부여,
환경적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래에 자주 겪었던 무기력감에는 도파민이 한몫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무기력을 도파민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수면, 컨디션, 그날의 정서 상태 같은 요인도 함께 작용할 테니, 이 바카라의 설명은 여러 이유 중 하나를 알려주는 힌트 정도로 받아들이려 한다.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정도의 목표를 정해놓고 살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바카라에 따르면 도파민은 "스스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거나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오고, "목표를 달성하면" 다시 한번 나온다고 한다.


여기에 내가 이해한 바를 덧붙이면, 도파민은 보상을 받는 순간보다 보상을 기대하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목표를 잘게 쪼개는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도 '달성' 그 자체보다, 기대와 진행감을 자주 만들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 자체를 질문하게 되었다는 글을 썼는데, 바카라을 통해 이 질문이 도파민을 움직이지 못하는 질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기엔 너무 거대한 질문이었다.


마라톤 경기에는 구간별로 마일스톤(이정표)이 있고, 러너들은 이를 지나며 작은 성취감을 맛본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동기가 보충되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왜 5년 목표를 1년, 월간, 주간, 일간 목표로 작게 쪼개라고 하는지 이제야 납득이 간다. 행동의 장벽이 낮아지면 작은 성취감을 반복하기 쉽고, 그 반복이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다음 문장은 지금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꿈은 생생하게 상상하는 순간,
실제로 절반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세한 마일스톤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파민도 분비되지 않으므로
선뜻 행동하지 못하고 꿈이라기보다는
'공상'에 그치고 만다.

다만 이 문장을 "상상만 하면 절반은 이루어진다"로 읽지는 않으려 한다. 좋은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실행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을 상상을 마일스톤이라는 행동 단위까지 구체화해야 비로소 꿈이 된다는 뜻으로 읽기로 했다. 지난 몇 년간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 들었던 이유도 이렇게 보면 이해가 된다. 나에게는 그림은 있었지만 이정표가 없었다.


흥미로운 건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 동기가 약해져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태도를 지향하며 살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성장의 동력을 둔화시켰을 수 있다는 건 몰랐다. 물론 내가 이해하기로 도파민 분비가 아예 멈춘다기보다는, 새로운 목표나 도전이 없을 때 동기 신호가 약해진다는 정도일 것이다.


경제적 자유나 사업의 성공을 이룬 사람들 중에는 인생을 게임에 비유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이들은 어쩌면 목표와 보상이 만드는 동기의 구조를 본능적으로 잘 활용하는 사람들 인지도 모른다. 바카라에는 이런 문장도 있었다.


도파민은 더 힘든 목표를 세웠을 때 분비되며
강력한 동기부여를 한다.


스포츠 선수들이 한 경기가 끝나면 항상 다음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설명이었다. 다만 내가 이해하기로는, 도전이 동기가 되려면 지금의 나에게 닿을 수 있다고 느껴지는 선이어야 한다. 너무 높으면 오히려 의욕이 꺾일 수 있다. 앞서 말한 '작게 시작하기'와 어긋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닿을 수 있는 조금 더 높은 다음 단계를 반복해서 세우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물론 뭐든 과해도 문제, 부족해도 문제다. 도파민이 과하면 의존으로, 부족하면 의욕과 동기를 잃는 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파민을 흔히 '쾌락 물질'로만 알고 있었는데, 내가 새로 이해한 바로는 즐거움 그 자체보다 '하고 싶다'는 마음과 그것을 향해 움직이는 힘에 더 가깝다. 가장 바람직한 건, 게임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레벨 업하듯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면서 건강한 성취감을 이어가는 삶이 아닐까.


나의 삶으로 돌아와 정리해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잘못된 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었어야 했다. 예를 들어 ‘5년,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가?’처럼 상상할 수 있는 기준을 질문에 넣어야 한다. 그다음은 거꾸로 타고 내려와 '그래서 오늘 내가 선택할 행동은 무엇인가?'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큰 그림에서 오늘의 행동까지 연결될 때 동기의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바카라 <원씽>에 바로 이 내용이 나온다. 여러 번 읽은 바카라인데 그땐 와닿지 않던 내용이 이제야 닿는다.


평소 뇌과학 분야의 바카라은 잘 읽지 않았다. 그런데 나를 더 깊이 알고 싶어서, 지금 겪고 있는 문제의 해답을 찾고 싶어서 꺼내든 바카라에서 많은 힌트를 발견하고 있다는 게 재미와 관심을 더해준다. 이것도 어쩌면 도파민 덕분일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도파민, 이 녀석. 그동안 너무 오해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