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예체능 학비의 현실무게

공대생 엄마의 예고 입시 관찰기

by시엔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예고 입시생들은 곧바로 사활을 건 입시 직전 모드로 돌입한다. 예고 입시에 반영되는 중학교 내신 성적 산출이 3학년 1학기로 모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시험을 마쳤다는 해방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마지막 교시 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은 바카라가방을 둘러메고 스케치북을 든 채 학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단 하루의 휴식도 허락되지 않는 가혹한 일정이다. 언제부터 이런 치열한 문화가 자리 잡았는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서로를 몰아붙이며 경쟁하는 풍토인지 여전히 알 길은 없지만, 여름방학 특강을 시작으로 시험 직전까지 매일 '9 to 10'의 쉼 없는 훈련이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시기가 되면, 학원에서 미리 무섭게 경고했던 '학원비의 현실'이 부모의 어깨를 짓누르는 거대한 실체이자 압박으로 다가온다.

학원에서 말하는 '1타임'은 보통 4시간에서 4시간 30분 정도로 바카라정된다. 학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1타임당 약 4만 원 후반대에서 5~6만 원 선. 하루 12시간 넘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하루에만 기본 3타임이 소요된다. 주 5일, 혹은 주 6일을 이 스케줄로 빽빽하게 채우고 나면, 한 달에 순수하게 청구되는 학원비만 수백만 원에 달한다.


어디 학원비뿐일까. 수채화 물감 한 세트, 수십 자루의 4B 연필과 소묘용 고급 켄트지, 각종 보조 재료와 수시로 보충되는 미술용품비, 거기에 '입시 직전 특강비'라는 이름으로 얹어지는 추가 비용까지 더해지면 금액은 상상을 초과한다. 23년 동안 엔지니어로서 손익과 리스크를 정밀하게 계산해온 내 머릿속의 계산기는 매달 지로용지가 날아올 때마다 둔탁하고 날카로운 경고음을 울려댔다.


아이가 처음에 미술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나는 나름대로 냉정하게 리스크를 계산했었다. 인터넷 맘카페나 주변 학부모들로부터 "요즘 예체능 중에서 미술은 그나마 싼 편이다", "음악이나 무용에 들어가는 레슨비나 악기값에 비하면 양반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속으로 소소한 안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본격적인 입시 레이스 위에 올라서자, 매달 통장을 서늘하게 스쳐 지나가는 숫자의 단위는 내 어설픈 안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파르고 무섭게 치솟았다.


불확실한 미래에 이토록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달프고 아슬아슬한 일이다. 이 투자가 '합격'이라는 명확한 결실로 돌아올지, 아니면 허공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그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명확한 스펙과 자격증, 수치화된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던 엔지니어의 이성으로는 도무지 수용하기 힘든 '확률 게임'이었다. 매달 찍히는 교육비 출금 내역을 확인하고 있노라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밑 빠진 독에 물을 한없이 쏟아붓고 있는 듯한 아득함과 막막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밤 10시가 넘어 땀과 흑연 가루로 범벅이 된 채, 피곤에 겨워 어깨가 처진 채 돌아오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그 차가운 가성비와 계산서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지쳐 눈이 감기면서도, 자신이 그날 그린 소묘의 명암이나 형태력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엄마, 오늘 선생님이 형태력이 많이 늘었대!" 하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의 얼굴 앞에서는 통장 잔고의 압박감 따위는 억지로 눌러 담아야 했다.




매달 거침없이 빠져나가는 학원비보다 부모를 더 무겁게 만든 것은, 그 금액의 무게를 아이에게 짐으로 느끼게 하지 않으려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혹여나 내 불안한 눈빛이나 통장을 보며 내쉬는 조용한 한숨 소리에 아이가 '내가 부모에게 너무 큰 빚을 지우고 있나', '실패하면 어쩌지'라며 붓끝을 흔들까 봐, 나는 매달 숫자의 경고음을 뒤로한 채 아이 앞에서는 더욱 담담하고 의연하게 웃어 보이려 애썼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독 안에서 아이는 매일 조금씩 제 손으로 연필을 깎고 붓을 쥐며, 자신의 꿈과 미래를 채워 넣고 있었다. 엔지니어의 산술적인 계산법으로는 절대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하이리스크의 투자였지만, 자식의 눈빛이 희망으로 반짝이는 순간을 지켜주는 것보다 가치 있는 재무제표는 세상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차가운 숫자의 경고음을 지워내며, 아이의 꿈이라는 독에 기꺼이 내 마음과 현실의 무게를 쏟아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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