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이 해야 할 결정적 한마디

진짜 PM으로 성장하기

by첼라

PM이 하루 종일 하는 일을 한마디로 하자면 말하기의 연속이다. 회의실에서, 메신저로, 메일로 끊임없이 누군가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고 인력, 일정, 품질 관리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러니 그 대화의 분위기라는 것이 항상 날 선 칼 위에서 걷는 기분을 주기도 한다. 기획자로 오랜 시간 일했다 보니 여러 파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늘 해오던 일이지만 PM으로서의 대화는 또 다른 결을 요구했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결국 PM이 해야 하는 업무는 한 방향으로 귀결된다. 파트 간의 조율(그것이 일정이든 업무 범위든 뭐든)과 문제의 해결.

처음 PM이 되고 나서 내가 가장 큰 실수를 범했던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함에 괜히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컸고, 그러니 주제에 대한 답을 내가 결정하고 다른 사람들은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결정적 한마디를 내뱉는 스스로가 꽤 멋있다는 생각도 했고, 제법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는 착각에 우쭐거리기도 했다. 당연히 모든 업무는 삐그덕거리기 시작했고 각 파트원으로부터의 불만과 업무적인 평판 저하는 더불어 따라왔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에야 내가 가진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정이 아닌 바카라임의 포지션

관리 직급이 된 이상, 실무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기술적인 노하우가 있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내가 많이 해봐서 아는데~” 만큼 위험한 접근은 없다. PM의 가장 큰 걱정은 늘 일정이기 때문에 실무자에게 의견을 구할 때 항상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내 예상보다 더 긴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쩌지?

이거 충분히 할 수 있는 건데 못한다고 하면 어쩌지?


그러니 온갖 경험치를 다 뒤져가며 방어막부터 치게 된다. 그러니 그놈의 “라떼는 말이야”가 출동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 망할 노파심은 절대로 넣어둘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PM이 결단을 하기보다는 실무자 스스로가 해결 방법 찾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바카라이 된다. 실무자가 그런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PM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말은 참 멋있는데 사실 이런 마인드를 갖는 것이 쉽지는 않다. 특히 그것이 어떤 사고(problem)로 인한 것이라면 실무자도 당황하고 소심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PM도 상당히 쫄린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오픈을 목전에 둔 통합테스트 기간 중 갑자기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전달한 업무 처리 기준이 달라졌다며 오픈 직전까지 수정해 주기를 요청했다. 해당 건은 서비스 프로세스의 전면 수정이 들어가야 하는 생각보다 큰 건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아연실색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정 없이 서비스를 오픈하기에는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받아보는 결과 자체가 달라지는 건이기 때문에 해결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픈 일정 변경이라는 방법 밖에 없었지만 우선은 해당 사항을 각 팀에 공유하고 잠시 기다렸다. 회의가 다시 소집되었고 파트 간 협의를 통해 도출된 방법은 최종 결과 페이지로 이동하기 전, 프로세스를 추가해 보완하여 우선 오픈하고, 이후 전면 수정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프로세스 추가에 대한 작업 시간, 서비스 로드 속도 등 완전한 해결바카라은 아니었지만 오픈 일정을 변경하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때서야 처음으로 나는 PM다운 한 마디를 할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이 방향으로 진행하시죠. 바카라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pm1.png


물론 그 한마디를 내뱉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수천 개의 계산기를 돌렸지만 그 순간에서야 알았다.


아,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구나!


임시적으로 만들었던 추가 프로세스는 빠르고 정확하게 완료되었고, 이후 기존 프로세스 수정도 생각보다 빠르게 완료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일정 변경이나 이슈 없이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결국 상황을 해결한 것은 어깨를 으스대며 자랑질하던 라떼 스토리도, 높은 자존심으로 떠벌이던 노하우도 아니었다. 현재의 실무자, 그 자신들이다. PM으로 했던 것은 사안의 문제점과 중요도를 공유하고 의견을 신뢰한 것, 그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