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없는 게 거의 없습니다. 새로 생긴 맛집도 많고, 보고 싶은 공연도 있고, 퇴근 후에 갈 만한 곳도 많습니다. 사람을 만나기도 쉽고, 마음만 먹으면 매일 다른 하루를 보낼 수 있죠. 그래서 서울에 살면 조금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한적한 지역으로 내려가면 삶은 편안해질 수 있어도 심심하고, 새로운 자극이나 즐거움은 줄어들 것 같고요. 그래서 도대체 어디에 살아야 더 행복한걸까요?
2026년 Journal of Happiness Studies에 발표된 Stefano Maria Iacus와 Giuseppe Porro의 연구는 미국에서 작성된 위치정보 기반 트윗 약 26억 건을 분석해 이 질문을 살펴봤습니다. 즉, 도시와 시골에서 온라인에 올라온 표현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입니다. 그 결과 도시에서는 ‘행복하다’는 표현이 더 많았지만, 농촌에서는 ‘내 삶에 만족한다’는 표현이 더 많았습니다. 우리가 같은 뜻처럼 사용하는 행복과 삶의 만족이 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작성된 위치정보 기반 트윗을 분석했습니다. 사람들이 남긴 문장에 지금 기분이 좋고 즐겁다는 표현이 들어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삶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표현이 들어 있는지를 생성형 언어모형으로 구분했습니다. 그 결과, 도시와 도시 주변 지역에서는 순간적인 행복을 드러내는 표현이 더 많았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도시에는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람과 모임, 맛있는 음식점, 공연이나 전시 관람 기회, 늦은 시간에도 활동하기 좋은 환경까지 있죠. 그래서 도시의 다양한 자극과 선택지가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유리한 겁니다.
반면 시골은 새로운 자극은 적더라도 익숙한 사람과의 관계, 안정적인 생활방식,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애착이 삶 전체에 대한 만족을 높였습니다.
심리학에서 행복과 삶의 만족을 서로 다른 개념으로 구분합니다. 행복은 오늘 하루 기분이 어땠는지와 가깝습니다.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었거나, 여행을 갔거나, 좋아하는 공연을 봤다면 그 순간의 행복은 높아질 수 있죠. 하지만 삶의 만족은 조금 더 긴 시간을 바라봅니다. 내가 사는 방식이 마음에 드는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내 삶은 괜찮은지를 물어봅니다.
둘은 대체로 답변이 비슷하게 나오긴 합니다만 제한적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면서 매주 새로운 식당과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높은 주거비와 매일 힘겹게 타야하는 지옥철, 뒤쳐지면 안되는 경쟁적인 생활 때문에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한편 특별한 행사가 자주 없는 지역에 살더라도 주거가 안정적이고, 가까운 사람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며, 현재의 생활을 여유롭게 즐기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러울 수도 있죠.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2020년부터 2022년에는 행복을 드러내는 표현이 급격하게 줄어든게 발견되었습니다. 반면 삶의 만족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작았습니다. 즉, 당장 사람을 만나기 어렵고 외출과 여행이 제한되면 일상의 즐거움은 빠르게 줄어들지만, 자신의 삶 전체를 어떻게 평가하는 만족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여러분은 큰 사건이 생겼을 때 휘청거리지 않을 만큼 삶에 만족하고 계신가요?
이 최신 심리 연구만으로 서울을 떠나야 한다거나, 반대로 서울로 이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의 적용성, 연구분석방법, 지역에 대한 각자의 표현방법 등 제한점이 많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중요하게 생각해볼만 합니다. '나는 살 곳을 선택할 때 지금 어떤 기준을 세우고 있지?'
특히 대한민국은 '나중에 집 값이 오르면...' 이라는 기준으로 살 곳을 많이 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 값이 오르고 집을 팔아 차액을 실현했을 때 그 돈으로는 주로 행복을 사는 거지, 삶의 만족을 사는게 아니라는 것도 같이 고려해볼만 합니다. 심리학에서 잘 사는 삶은 즐겁게 행복한 삶이기도 하지만, 특별할 것 없어도 대체로 내 삶에 만족하는 삶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