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민음사 빵, 이게 뭐라고..

by부소유

출판계의 뜨거운 감자, 민음사에서 빵도 출시했다. 매년 국제도서전의 흥행을 견인(?) 했던 대형 출판사 민음사는 올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문학전집 500권 출간..!! 뭐 이런 것이 아니고, 팝업 스토어, 굿즈 판매, 한정판, 그 밖에 다양한 SNS 행사, 그리고 놀랍게도 출판사 직원이 국민 예능 ‘라스’에도 출연하며 텍스트힙의 분위기를 이어가더니 빵까지 출시했다. 작년 이맘쯤 뜬금없이 빵을 만들며 각종 논란으로 해명 방송까지 하며 문 닫았던 ‘슈카빵‘과는 조금 결이 다른 양상이다.


사실 민음사 빵이 출시된 것은 어느덧 지난달 이맘쯤인데,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 수도권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지방이기도 하고 어쩌다 편의점에 다른 목적으로 들러도 구경조차 못했기에 이 빵은 과연 지방에 내려오기는 하는 것일까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아내의 말로는 앱으로 주변 편의점에 입고된 빵의 재고를 확인할 수 있다지만 주변 10개가 넘는 편의점에 그 빵의 재고는 언제나 0개라고 했다. 언젠가부터 아내는 수시로 편의점 앱에 접속해서 빵의 재고 유무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편의점 점장조차도 그렇게 자주 재고확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남에도, 성심당의 도시 대전에도 찾기 어렵다


한 번은 동네를 걷던 중 그 빵이 들어온다는 편의점 중에 1개가 갑자기 떠있는 곳을 찾아 들어가서 아내와 민음사 빵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빵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린 결국 계산대를 지키고 있던 알바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체 그 빵이 들어오기는 하는 것인지 물었고 들려오는 대답은 어처구니없었다. 젊은 알바생은 그 빵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알바생은 의외의 적극성을 발휘하여 점주에게 전화를 걸었고 점주조차 그 빵이 뭔지 모르고 있다는 확인을 받았다. 앱을 열어서 현재 1개의 재고가 떠있다고 보여줬지만 그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건 또 뭔가.


그러던 중에 아내가 아이의 하굣길에 문득 들른 편의점에서 드디어 그 빵을 2개 발견해서 바로 구매했다. 계산을 하며 편의점 알바와 나눈 대화로 그 편의점 기준으로는 주중에 11:00 ~ 11:20에 4개씩 민음사 빵이 입고되고 있다고 하며, 주 5일간 입고된다고 한다. 입고되면 거의 바로 판매되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서 와야 구매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입고와 동시에 판매되기도 하는 것 같았다. 따라서 편의점 재고 확인 앱으로는 거의 업데이트할 틈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빵을 구매했다고 들은 뒤로 휴일에 아내와 둘이 점심을 사 먹고 산바카라할 겸 혹시나 해서 다른 편의점을 또 들러봤다. 그랬더니 그 빵을 현장에서 바로 발견했다. 그렇게 또 2개를 구매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점주로 보이는 어르신이 계산을 하며 ‘민음사 빵’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미소를 지으셨다. 나는 이 빵이 대체 왜 이렇게 구하기 힘든지 모르겠다고 아쉬운 소리를 했고, 그는 사실 이 빵은 입고되면 거의 실시간으로 팔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앱을 믿지 말라고 한다. 사실 그러면 안 되지만 몰래 숨겨두었다가 단골손님이 올 무렵에 내놓기도 한다는 이상한 말씀도 하셨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그동안 앱만 믿고 있었다. 편의점 이곳저곳에 들어가서 문의했다면 이런 사정을 더 빨리 파악했을 것인데.



우린 빵의 가격도 보지 않고 구매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깨찰빵 종류는 2700원, 모카빵 종류는 3700원이다. 뭐 함께 들어있는 바카라갈피에다 시중의 소금빵 생각하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어쨌든 어렵게 구한 빵은 제법 맛이 좋았다. 냉장보관이라는 번거로운 관리가 필요했지만 그만큼 속에 들어있는 크림이 아주 넉넉했고 부드러웠다. 제조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립, 롯데, 뚜레쥬르 등이 아닌 엠즈베이커스라는 매일유업의 계열사였다. 익숙하지 않은 빵 제조사이지만 맛은 꽤나 안정적(?)이었다. 그만큼 익숙한 맛이었다. 어렵게 구했는데 맛도 없다면 실망했을 텐데 일단 맛이 합격점이었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바카라갈피 품질도 나쁘지 않았다. 투명 플라스틱이라서 지문이 잘 묻어나기는 했지만 그만큼 어디에 두어도 깔끔했다. 사실상 이 플라스틱이 품절사태를 만들고 빵을 찾고자 편의점을 떠도는 사람들의 피로도를 높인 것이다.



그리고 밀려오는 현타.. 대체 이게 뭐라고 난리인지. 민음사는 유튜브 채널도 상당히 성장했지만 국제도서전 이후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품절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팬덤 마케팅 혹은 또 알 수 없는 이상한 마케팅 등 각종 나도 처음 들어보는 현상을 만들어 텍스트힙을 이끌고 있다. 민음사 측은 그런 마케팅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과연 지금의 굿즈, 빵, 방송 등의 바카라 이외의 것을 이용한 마케팅이 정상적인 출판 마케팅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랜 시간 민음사 세문전을 수십 권 읽어온 애독자로서 그 출판사에 비호감 이미지가 생기는 일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바카라으로 평가받는 상황도 아니고 그 이외의 형태로 평을 받고 있는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옆동네는 지금 새 주인을 찾아야 해서 분위기가 뒤숭숭한 모양인데, 대한민국 출판업을 이끄는 큰 형님들이 부디 논란 없이 잘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다.


믿음의 민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