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10월의 서프라이즈'

byAltusSolum

지난 7월 초(대형변수를 기다리며, Waiting for 'October Surprise'),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선의 수렁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판을 단숨에 뒤흔들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를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트럼프가 꺼내든 서프라이즈의 제물은 우크라이나를 넘어, 다름 아닌 대한민국 안보의 심장부인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김정은과의 직거래'로 급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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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과 '한국의 시선' 사이의 기이한 괴리감이다. 워싱턴과 도쿄 등 전세계 외교안보 분석가들이 연일 충격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동안, 정작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위정자들은 섬뜩할 정도의 안이함에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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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비의 잣대(Mark to Market)와 '눈에는 머리'의 실체화

지금 트럼프가 벌이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100억 달러의 방위비 협박은 일시적 충동이 아니다. 불과 일주일 전(유연한 현실주의), 트럼프 2기의 국방전략을 총괄하는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국방부 정바카라차관은 마닐라 연설과 대담을 통해 "모든 동맹은 시장에 맞게 철저히 재평가(Mark to Market)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콜비가 천명한 '거부 전략(Strategy of Denial)'과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 중심 재편의 핵심은, 더 이상 동맹국을 무조건 지켜주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피를 흘리고 비용을 대는 '동업자'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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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략적 패러다임의 전환은 국무부의 외교 언어로도 증명되었다. 우리는 이미 마르코 루비오 장관을 통해 미국의 문법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눈에는 머리(A Head for an Eye)"(54번 글)로 바뀌었음을 확인했다. 이란전 파병을 거부하고 무임승차하려는 동맹국 한국을 향해 트럼프가 "김정은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데 우리를 돕지 않는다"며 안보 방패를 거두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이 차가운 대전략이 행동으로 실체화된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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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방기한 안보와 레버리지의 기회들

트럼프의 냉혹한 거래주의를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정직하게 직시해야 할 자성이 있다. "국가 스스로 안보의 방패를 벼리고 전략적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숱한 골든타임을 왜 번번이 멍하니 놓쳐버렸는가"하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수개월간 국가 시스템이 스스로 기회를 차버린 징후들을 거듭 목도해 왔다.


ㅇ기업 영역의 기형적 정치화: 기업의 일상적 관리 과실과 행정 제재로 다루어야 할 사안을, 적법 절차(Due Process)에 따른 합리적 규명 대신 국내 정치용 '호통 청문회'의 무대로 끌고 가 인민재판식으로 소비했다. 그 결과, 미국 의회 사법위원회로 하여금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공식 보고서(쿠팡보고서)를 발간하게 만들며 외교·통상적 방어 명분을 스스로 훼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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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글로벌 룰 세팅에서의 자발적 퇴장: 전 세계 60여 개국이 워싱턴에 모여 '자본주의와 체제 수호의 새로운 연동 시스템'을 선포하던 장관급회의 당시, 대한민국 현지 외교 사령탑인 주미대사는 한국에 불려 오느라 현장을 비우며 새롭게 구축되는 글로벌 규범의 테이블에 우리의 지분을 확보할 기회를 날렸다.회의에 누군가 참석했다고 미측에서 확인했지만, 누군지는 발표되지 않아 여전히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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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가치 증명'의 기회 방기: 주요국들이 미국의 에너지 공급망과 안보 요구를 면밀히 분석해 자신들의 대체 불가능한 지정학적·경제적 효용 가치를 증명(눈에는 머리)하고 동맹의 몸값을 올리는 동안, 우리는 다자 정상회의와 안보 포럼 등 숱한 계기 속에서도 독자적 방어망이나 상호 의존적 지렛대(유연한 현실주의)를 구축하려는 치밀한 준비 없이, 오직 과거의 익숙한 관성에만 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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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안보 관념은 어디로?

미국과 북한이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정치적 쇼를 벌이든, 그것이 우리의 생존과 무관하다면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관심하게 지켜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거래의 판돈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안보 방패다.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철저히 문밖에 세워둔 채 우리 머리 위로 직접 거래의 판을 짜고 있는 것이다.


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내놓은 공식 반응은 갸우뚱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실은 미·북 접촉을 두고 "의미 있는 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한국이 한미 공조 하에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서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South Korea’s presidential Blue House said it hoped the “friendly relationship”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n leaders would lead to “meaningful” dialogue between Washington and Pyongyang. “To this end,” Seoul said in a statement, “we will make the necessary diplomatic efforts as a ‘pacemaker’ in close coordination with the United States.”

NK News 영문 기사(8월 17일 자)

https://www.nknews.org/2026/08/trump-says-kim-jong-un-responded-positively-to-downsized-military-drill-talk/




국제정치의 냉혹한 체스판에서 자신의 방어막이 부서지고 협상 테이블의 '메뉴판'으로 전락했다. 그런데도 자신의 객관적 처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식당 주인과 손님의 식사 속도를 조절해 주겠다며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고 나서는 이 희극적인 상황을 대체 어떤 안보 관념으로 이해해야 할까?


평소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자며 한가한 감상적 민족주의를 설파하던 이들과 집권 세력은, 국가 생존의 기둥이 흔들리는 이 결정적 순간에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어쩌면 내심 '대화의 국면'이 열렸다며 흐뭇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보 방패가 해체되는 치욕을 '평화'로 오독하며,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는 대가로 자신들의 낡은 이념적 환상을 채우려는 지독한 자기기만이다.


그리고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조만간 2019년 하노이 회담 때처럼, 또다시 나흘 밤낮을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나타난 독재자와 강대국의 지도자가 전 세계의 카메라 플래시를 독점하는 거대한 '정치 쇼'가 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화려한 10월의 서프라이즈 무대를 세우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입장료가 바로 '연합훈련 축소'와 '안보 주권'이다. 열강과 독재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나누어 가질 때, 정작 제 살을 내어준 우리는 철저히 무대 밖으로 쫓겨나 박수나 쳐주는 구경꾼 신세가 될 뿐이다. '페이스메이커'라는 낭만적 수사는 이 비참한 현실을 가리기 위한 허사에 불과하다.


□ 질문해야 할 시간: 외신이 경악할 때 서울은 왜 평온한가?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과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등은 "동맹의 억제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상벨을 울리고, 재팬 타임스는 이를 안보를 담보로 한 '보호비 갈취(Protection Racket)'라며 경악하고 있다. 그런데 왜 당사국인 한국의 정치권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한가? 혹시 안보의 방패가 해체되는 치욕을 '가짜 평화의 도래'로 착각하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거 1919년의 숭고한 독립 정신이 있었음에도 물리적 힘이 없어 전승국 테이블에 앉지 못했던 쓰라린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미군 패트리엇이 중동으로 차출되는 지금, 우리 스스로의 독자적 방어망과 대체 불가능한 지렛대를 쥐지 못하면 동맹은 언제든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 대바카라을 준비

국내 언론과 정치권은 오늘도 "트럼프가 무슨 말을 했다", "워싱턴의 누가 우려했다"며 외신의 따옴표를 나르기에 바쁘다. 남의 입만 쳐다보는 무기력한 중계방송은 이제 멈춰야 한다. 현상에 대한 탄식을 넘어, 우리는 지금 당장 살아남기 위한 '독자적 대안'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미국의 변덕을 원망하거나, 대화가 시작됐다며 낭만적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가 아니다. 강대국이 100억 달러의 영수증을 들이민다면, 우리 역시 그들의 목줄을 죌 '대체 불가능한 청구서'를 내밀어야 한다.


첫째, 미국의 패권 유지에 한국을 '필수불가결한 톱니바퀴'로 강제 연동시켜야 한다.

도덕적 혈맹의 시대는 끝났다. 붕괴된 미국의 해군 함정 건조 및 수리(MRO) 역량, 첨단 반도체 공급망, AI 인프라를 우리가 틀어쥐고 "한국이 무너지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제해권과 첨단 산업도 붕괴한다"는 차가운 현실을 워싱턴에 각인시켜야 한다. 미국이 우리를 버리는 것이 곧 그들의 손실이 되도록 상호의존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독자적 물리력(비대칭 전력)'의 스위치를 켜야 한다.

미국이 방공 자산을 빼가고 연합훈련을 축소한다면, 이를 역이용해야 한다. 미국의 안보 공백을 명분 삼아 K-방산의 독자적 방어망(L-SAM 등)을 전면 배치하고, 우리를 옥죄던 한미원자력협정의 틈새를 벌려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는 '잠재적 핵능력(Nuclear Latency)'을 기어이 확보해 내야 한다. 스스로 피 흘리고 무장하지 않는 자를 지켜줄 동맹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 자명종을 끄는 자가 범인

불이 났을 때 사이렌을 울리는 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지금 외신과 워싱턴의 지성들이 울리고 있는 자명종은 명백하다. 한반도는 이미 거대한 10월의 서프라이즈를 위한 거래의 제단에 오르고 있다. 이 엄중한 시국에도 이념적 낭만에 취해, 혹은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며 안보의 해체를 방관하는 위정자들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국가를 팔아넘기는 주범이다. 더 이상 남 탓할 시간조차 없다. 이제는 얼음처럼 차가운 '국가 이성(Raison d'État)'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 '지렛대'를 준비 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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