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머리' 시대를 준비하는 첫걸음

2026.7.24(금)

byAltusSolum

미 국무부(DoS)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보통 각국의 장차관들과의 대담 및 성명의 전문이 공개된다. 그런데 오늘 새벽, 내 눈에는 굉장히 생경하게 일본 NHK 기자(Tak Togawa)가 국무장관과 한 인터뷰의 전문이 실려있었다. 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서 살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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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국무부는 회담 결과를 전달할 때 두 가지 방식을 쓴다. 첫째, 보도자료(Readout/Statement)형식으로 한미일 3자 회담이나 여타 국들과의 회담처럼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다"고 대변인 명의로 짤막하게 정리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인터뷰 전문(Transcript)을 업로드 하는 형식이다.

통상적인 3자 회담 결과 발표문(Readout) 수준을 넘어, 언론 중 유일하게 일본 매체와의 대담만을 국무부 공식 서버에 띄워 전 세계에 타전한 이 이례적인 장면. 이 텍스트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21세기 미국이 세계를 재편하는 냉혹한 힘의 논리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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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기자(Tak Togawa) 단독 인터뷰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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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이란 상황과 협상 전망

기자: 장관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이란 상황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중동 상황에 우려를 표해왔고, 최근 미국은 10일 이상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타격이 이란의 협상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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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현재 그들의 협상 태도는 '협상을 구걸(begging)'하는 수준입니다.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며 합의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합의를 맺을 때마다 마음을 바꾸거나 합의를 위반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며, 그 대가는 매일 밤 더 커질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그들은 더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그들은 아직 자신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경제의 파국적 붕괴(catastrophic collapse)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 같습니다. 며칠 내로 준비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그들과 대화하는 것에 큰 가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합의하는 법을 모르거나 합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며 누가 지나가고 못 지나가는지를 결정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전 세계가 이 점에 단합해야 합니다. 모든 국가가 이란에 전화해서 "이런 짓을 계속하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를 인질로 잡겠다고 말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들을 응징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입니다. 그들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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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예멘 후티 반군의 개입

기자: 예멘의 후티(Houthis) 반군에 대해 질의하겠습니다. 그들은 사우디 유조선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장관님의 반응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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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는 같은 맥락입니다. 후티 반군은 여러모로 이란의 대리인(proxy)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는 현명함을 보였지만, 이란은 그들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새로운 분쟁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란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똑같은 전술이기 때문입니다. 후티 반군은 정신을 차리고 이 사태에 끌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는 그들의 파멸(demise)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란의 음모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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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미국의 전쟁 개시와 후회 여부

기자: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미국이 이 전쟁을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점이 있습니까?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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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우리가 가질 유일한 후회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두는 것'뿐이며, 그것이 바로 그들이 노리던 바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대량 생산하려던 수만 기의 미사일과 드론 뒤에 숨으려 했습니다. 지금부터 1년 후면 그들은 15,000기의 중거리 미사일과 20,000기의 드론을 보유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 시점이 되면 그들은 어떤 방어망이든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짓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재래식 무기라는 방패 뒤에 숨어 핵 프로그램을 추진했을 것입니다. 불행히도 과거의 다른 대통령들은 이 위협을 해결하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는 치러야 할 대가가 따르지만, 이란은 훨씬 더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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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후회는 전혀 없는가?

기자: 그렇다면 미국 측은 전혀 후회가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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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유일한 후회가 있다면 '우리가 더 일찍 행동에 나섰어야 했다'는 것 정도일 겁니다. 더 일찍 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들이 하지 못한 행동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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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일본의 역할과 에너지 안보

기자: 일본 역시 중동에서 많은 석유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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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일본은 해군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뿐만 아니라 해협에 의존하는 많은 국가들이 이란이 연료를 운송하는 선박을 표적으로 삼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저는 일본이 지금 하고 있는 일, 즉 에너지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들은 점점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중동은 오랫동안 매우 불안정한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환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동맹국인 일본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매우 가깝고 중요한 동맹입니다. 우리는 이미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일본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중동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대안을 우리가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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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중일 관계와 공급망 무기화

기자: 중일 관계에 대해 묻겠습니다. 어제 장관님께서는 현재의 중일 관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미국은 일본과 중국이 어떤 관계를 맺기를 바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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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제가 우려하는 이유는 베이징의 수사(rhetoric)가 매우 공격적이고, 특히 일본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이자 긴밀히 협력하는 국가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모습을 보는 것은 우려스럽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억지력(deterrence)'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지력을 갖추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의 관계를 계속 강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경제적 위협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와 다른 나라들도 겪고 있지만, 중국은 핵심 광물 및 공급망 접근성을 무기화(weaponized)하여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일본을 상대로 이를 남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일본, 그리고 다른 국가들 간의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이를 논의하는 쿼드(Quad)가 있고, 한미일 회의도 열렸습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다시는 인질로 잡히지 않도록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공통의 이익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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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시진핑 방미와 대만 무기 수출

기자: 장관님께서는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시 주석의 방문 전까지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이 없을 것이란 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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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무기 판매와 방문은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바로 지난 12월에 대만에 역사상 단일 규모로 최대의 무기 판매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무기 판매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가 보유한 무기만 팔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수요를 먼저 충족시켜야 합니다. 일본에 대한 무기 판매 역시 우리 군의 자체 생산 요구량 때문에 검토 중인 것입니다. 팔기 전에 우리 쓸 것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시 주석의 방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중국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 대국이자 핵보유국입니다. 두 나라 모두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협력해야 합니다. 물론 이견이 있는 분야도 있을 것입니다. 무역 문제나 항행의 자유 문제 등에서는 지속적인 이견이 있을 것입니다. 두 강대국 간의 경제적 또는 기타 분쟁은 다른 국가들에게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잘 관리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분쟁의 장이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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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시진핑 방미의 우선순위

기자: 시진핑 주석의 방미 성공이 현재 장관님의 최우선 과제(top priorities) 중 하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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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언제나 '미국의 국익'입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중요한 일정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국가의 지도자가 만나는 것은 항상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구체적 성과물(deliverables)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역내 파트너들에 대한 헌신과 약속을 저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명확히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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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대만 정바카라의 불변성

기자: 미국의 대만 정바카라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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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바카라은 지난 베이징 방문 때도 거듭 밝혔으며,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Well, the U.S. policy towards Taiwan was reiterated during our visit to Beijing and remains un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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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0. 중간선거와 에너지 가격

기자: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고, 가스 가격은 여전히 꽤 높습니다. 선거 전에 이란과의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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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글쎄요, 결국 상당 부분은 이란이 제정신을 차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 전쟁 자체가 선거의 결정적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저는 국무장관으로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에 개입하지 않지만, 많은 요인들이 작용할 것임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미국이 이제 세계 최대의 에너지 공급국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석유를 중동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 생산할 뿐만 아니라 파트너들에게 수출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지만, 우리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비싸긴 하지만, 미국은 에너지 안보 불안에 직면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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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1. 이란과의 합의(MOU) 재개 가능성

기자: 이란과의 양해각서(MOU)에 대해 묻겠습니다. 현재 MOU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향후 외교적 협상을 통해 새로운 MOU를 체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예전 MOU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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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MOU의 문제는 그들이 합의해 놓고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MOU는 매우 명확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공격을 결행했습니다. 우리는 제재를 풀고 봉쇄를 해제하는 등 우리의 의무를 다했지만, 그들은 선박을 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그들이 MOU를 위반했고, 그들이 MOU를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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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2. 루비오 장관의 정치적 미래

기자: 마지막으로, 현재 국무장관으로 재직 중이신데요. 훗날, 언젠가 미국 대통령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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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웃음)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정말 좋아합니다. 어떤 자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이 직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대통령 출마) 생각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은 국무장관으로서 임무를 잘 수행하고 가능한 한 자주 일본에 돌아오는 것 외에는 다른 계획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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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대단히 감사합니다.

루비오 장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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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격

솔직히 나도 사람인지라 바로, 왜? 왜 일본만? 왜? 어떻게 그래? 이런 마음이 더 컸다. 사실이다. 반성한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서, 질문이 좋으니 답도 좋을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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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돋보인 이유는 파편적인 현안에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를 묻고, 그것을 즉각 일본의 에너지 수급 문제로 연결했으며, 이를 다시 중국의 핵심 광물 무기화와 인도-태평양 안보라는 거대한 지정학의 톱니바퀴로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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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상대의 질문 수준에 거울처럼 반응한다. 얄팍한 단기적 이슈를 물으면 정치적 방어 논리만 돌아오지만, 거시적인 대전략의 판을 깔아주자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차가운 세계 재편 매뉴얼을 쏟아냈다. 기자는 미 국무장관과 철학적·지정학적 스파링을 벌이며, 은연중에 일본을 '미국 패권 질서의 가장 핵심적이고 지적인 파트너'로 세계에 각인시켰다. 권력자의 입에서 가치 있는 대전략을 끌어내는 저널리즘이야말로 그 자체로 훌륭한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의 무기임이 증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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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증명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지 않을 수없다. 왜 하필 일본(NHK)일까? 그리고 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민간 원전 기술을 얻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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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를 두고 막연히 "미국이 동맹이나 주요국에 특혜를 준다"고 착각하지만, 국제정치의 본질은 도덕이나 의리가 아니라 철저한 '이익의 교환(Give and Take)'이다. 미국이 일본 언론에만 단독 인터뷰를 하고, 사우디에 원전기술을 주는 것은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치밀한 준비를 통해 '자신들의 지정학적·경제적 효용 가치'를 증명해 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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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공급망 위협과 이란의 에너지 불안으로 골머리를 앓을 때, 일본은 막대한 자본을 들여 미국산 원유와 LNG를 역대 최대로 사들이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채워주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미국이 원전 기술을 주지 않으면 중국이나 러시아와 손잡겠다"는 강력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미국 스스로 통제권(Safeguard)을 전제로 기술을 내어주게끔 판을 짰다. 이들은 상대가 자신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도록 매력적인 명분과 지렛대를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다. 이런게 동맹외교다. 서로의 아픈 부분을 주물러 주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측면지원해주고. 이익을 나누기 위해 부담도 함께 지는 것(burden sharing)이다.


눈에는 머리(A Head for an Eye)

반면, 지금 국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301조 강제노동 관세 발표(한국산 제품에 12.5% 부과)와 그에 따른 비명뿐이다. "어떻게 혈맹에게 이런 관세를 때릴 수 있느냐",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민간 원전 기술까지 퍼주면서 왜 한국만 차별하고 쥐어짜느냐"는 식의 피해의식과 억울함이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부 사이트에 올려진 루비오 장관의 발언 원문을 단 몇 줄이라도 읽어본다면, 이러한 상황 파악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소리인지 단번에 깨닫게 된다. 지금 세계정치는 한국 언론이 한가하게 '동맹의 도덕적 의리'나 '관세의 불공정함'을 논할 낭만적인 무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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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이 기자들 앞<기자단 브리핑, 7.23>에서 쏟아낸 언어들은 심지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에 대해 그는 이란 외무장관의 '눈에는 눈'이라는 말을 받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바카라은 (눈에눈 눈이 아닌) '눈에는 머리'(The President’s policy is a head for an eye)라고 단언했다. 이란의 해군과 방공망은 이미 완전히 파괴(Crushed)되어 지도상에서 지워졌으며, 이란이 매일 제3국을 통해 "제발 협상하자"고 애걸하고 있지만, 확실한 비핵화와 굴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매일 밤 더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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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난 직후 기자들 앞에서 "러시아군이 매주 5,000~6,000명씩 전사하고 있는,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라며 기존의 어설픈 평화안들은 이미 쓰레기통에 들어갔음을 서슴없이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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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미 국무부가 전 세계에 숨김없이 공개한 21세기 외교의 본질이다. 힘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장에서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의 국익과 패권을 중심으로 재래식 무기 체계, 에너지 공급망, 핵심 기술 카르텔을 판가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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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읽어내고, 준비해야해!

우리가 미 국무부 홈피에 올려진 날것의 대담 전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권력의 핵심부에서 주고받는 거친 언어와 대전략을 읽지 못하면, 우리는 늘 제국이 던지는 관세 한 봉지, 규제 한 조각에 온 나라가 흔들리는 능동적 주체가 아닌 '피해자'의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는 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는거냐"는 식의 대응은, 국제정치의 무자비한 생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동기적 발상이다. 미국은 동맹이란 이유로 혜택을 시혜하는 선한 구원자가 아니며, 오직 자국의 패권적 국익과 통제력 확보를 위해서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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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가 불타버린 국내 정당 정치의 위선에 2030 세대가 실존적 구역질을 느끼듯, 외교 무대에서도 '동맹의 가치'라는 기만적인 수사 뒤에 숨겨진 냉혹한 힘의 재편을 직시해야 한다. 관세 부과라는 단편적 현상에 경악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국제슬롯의 언어들을 공부하고, 읽어내고, 준비해야 한다. 입체적인 사유의 틀을 가지고, 우리가 쥐고 있는 진짜 냉정한 레버리지가 무엇인지 철학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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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먼 훗날 무대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미국의 대전략과 이 거친 외교의 흐름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내부의 경제적·재정적 상황 또한 예전 같지 않기에, 과거처럼 세계경찰 역할을 더이상 할 수가 없다. 어쩌면 사방에서 정치적 공격을 받으며 거래의 판을 흔드는 지금의 트럼프가,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예측 가능한 대안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거두고, 지금부터라도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외교의 레버리지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가혹한 '눈에는 머리'의 시대를 생존하기 위한 우리의 첫걸음이다.



<국무장관 NHK(Tak Togawa) 인터뷰, 7.23>

https://www.state.gov/releases/office-of-the-spokesperson/2026/07/secretary-of-state-marco-rubio-with-tak-togawa-of-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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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장관 기자단 브리핑, 7.23>

https://www.state.gov/releases/office-of-the-spokesperson/2026/07/secretary-of-state-marco-rubio-remarks-to-the-press-15/​


<국무장관 기자단 브리핑, 7.22>

https://www.state.gov/releases/office-of-the-spokesperson/2026/07/secretary-of-state-marco-rubio-remarks-to-the-press-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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