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to Market(시장에 맞게 재평가)
트럼프 1기 미 국방부에서 전략·전력발전 담당 부차관보(DASD:Deputy Assistant Secretary of Defense for Strategy and Force Development,)를 지내며 밑그림을 그렸고, 현재 트럼프 2기에서 국방부 정바카라담당 차관(Under Secretary of Defense for Policy)을 맡아 미국의 국방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는 2주 전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 대담과 마닐라 연설을 통해 미국 대전략의 근본적 변화에 대해 다시한번 강조했다.
https://youtu.be/ZQ2dqdkEqZQ?si=ma-OobDj574PDQDv
흥미로운 점은,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매체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Ross Douthat)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트럼프의 핵심 전략가가 직접 나와 밀도 높은 토론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두 사람은18살 하버드 신입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20년 지기 친구였기에 가능한 섭외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이 극명하게 갈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최고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이어가는 이 대담은 미국의 진짜 저력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대담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 라는 대전략을 현재 국방정바카라의 담당자가 직접 뼈대부터 설명한 의미있는 자료다.
콜비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는 낭만주의는 끝났으며, 이제 모든 동맹 관계는 '시장에 맞게 철저히 재평가(Mark to Market)'될 것이라는 선언이다. 이 차가운 힘의 재편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래 세 가지 구조적 현실을 진지하게 직시해야 한다.
콜비가 언급한 미국 외교의 본질은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다. 이념적 십자군 외교나 남의 나라를 개조하겠다는 무모한 국가 건설(Nation Building)을 전면 거부하고, 철저히 국익과 물리적 힘의 균형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을 배제한 중견국 간 안보 연대를 "망상(Delusion)"이라 일축하면서도, 동맹국들을 향해 "더 이상 일방적 수혜를 입는 '보호령(Protectorate)'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진정한 파트너'로 체급을 올리라"고 요구했다. 동맹을 '회계법인 동업'에 비유한 그의 지적처럼, 옛정이나 가치관에 기댄 공짜 안보의 시대는 끝났다.
이 기조를 이해하려면 그가 저술한 <거부전략(The Strategy of Denial)>을 살펴보면 된다. 이 바카라에서 그는 미국 안보 전략의 패러다임을 다음과 같이 완전히 바꿀 것을 주문했었다.
ㅇ 응징(Punishment)이 아닌 거부(Denial): 과거 미국은 적이 침공하면 나중에 보복 응징하거나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하겠다는 방식을 취했지만 거부전략은 적이 침략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영토 점령 등)를 아예 물리적으로 달성하지 못하도록 현장에서 진입 자체를 막아서는(Denial) 전략이다.
ㅇ 기성사실화(Fait Accompli) 차단: 중국이나 북한 같은 적대국이 전격전으로 핵심 요충지를 기습 점령한 뒤 "이미 판이 끝났으니 현상 유지하자"고 나서는 '기성사실화'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ㅇ 제1도련선과 동맹의 의무: 이를 위해 미국은 제1도련선(대만·일본·필리핀·한국)을 따라 강력한 해상·공중 방어막을 구축하되, 이 방어망은 미군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를 지킬 압도적 재래식 전력을 키워 함께 결합할 때만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스스로를 지킬 진짜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동맹은 앞으로의 외교 무대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 국방부의 전략적 재편은 이미 현장에서 팩트로 증명되고 있다. 이란전 장기화로 미군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가 바닥나자, 미국은 주한미군에 배치된 패트리엇과 사드(THAAD) 자산까지 중동으로 차출했다. "미국의 무한한 재래식 우산이 한반도를 완벽히 지켜줄 것"이라는 신화에 실체적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미사일 부족을 호소하자 "우리도 미사일이 없다"고 거절한 미국의 현실은, 방공망 자립과 독자적 억지력 확보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방공 자산 차출에 우리가 취해야 할 현실적 대안은, K-방산의 독자적 방공망(천궁, L-SAM)을 전선에 최우선 배치해 자립적 방어망을 갖추고, 미국이 더 이상 한반도를 이탈할 수 없도록 우리의 방산 및 군사적 몸값을 올리는 '대등한 파트너십'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안보의 기둥이 흔들리는 시점에도, 우리는 안팎으로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 전직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를 "마오쩌둥보다 심한 독재자"로 몰아가며 본질을 가린다. 이는 사태의 본질인 '선출된 권력과 영구 관료 집단(Deep State) 간의 주도권 싸움'을 이분법적 정치극으로 소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지금 미국 대전략의 변화는 단순히 트럼프라는 특정인물이나 정당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 다음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 되든 이 거대한 대외정바카라의 전환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언제나 내부에서 기인한다. 최근 불거진 '통합사관학교' 구상이 과연 진정으로 진실로 진실로 국가안보를 위한 길인가? 미군을 비롯한 세계 모든 군사 강국이 육·해·공 사관학교를 엄격히 분리 운영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상, 해상, 공중이라는 전장(Domain)의 특성에 맞는 '전문성과 군종 정체성'은 4년간의 몰입 교육을 통해서만 형성되기 때문이다. 초급 장교 단계에서부터 색깔을 지워버리는 통합 교육은, 첨단 미래전에 대응할 정예 장교를 양성하기는커녕 '이도 저도 아닌 회색 장교'를 양성하는 안보 자해 행위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밖으로는 초강대국 미국의 냉혹한 전략적 재편을 맞이하고 있고, 안으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법과 국방이라는 국가 인프라의 브레이크를 스스로 잘라버리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
미국 내부의 정치적 소란이나 자극적인 뉴스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미국이 거부전략에 기반하여 '파트너'의 시대를 요구하는 지금,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다.
정치적 구호와 가치관이라는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지독할 정도로 차가운 현실주의적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독자적 방어망과 군사적 전문성을 강화해 국제 무대에서 대체 불가능한 '강력한 파트너'로 바로 서는 것이다.
사법과 국방이라는 국가의 백년대계가 일부 정치인들의 단견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결코 바카라임지지 않을 것이고, 그 청구서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사관학교 통합 관련>
https://blog.naver.com/altus_solum/22432180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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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전략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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