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길

by선비천사

반듯한 길을 두고

자꾸만 비탈진 골목을 헤맸던 것은

그늘진 모퉁이마다

저녁노을이 오래 머물러 있어서였습니다.


남들보다 멀리 돌아가느라

발끝이 깨지고 거친 자갈에 다쳐도,

길이 구부러질 때마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 조용히 설렜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가파르게 휘어진 모퉁이,

길이 갑자기 끊어지는 절벽의 끝에서

벼락처럼 눈이 맞았던 당신.


내가 걸어온 무수한 우회와

어긋났던 방황의 시간들이

당신의 굽은 어깨에 닿아

비로소 둥글게 맞물리는 것을 봅니다.


그제야,

이 굽은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왔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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