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가 되는 시간

by선비천사

거친 가뭄을 앓아낸 산등성이,

기어이 푸른 숨이 차오르는 결을 본다

꺾이고 깨진 물살이면서도

바다로 가는 행로를 잊지 않는 완강함


지나온 발자국마다 남은 물기와

흉터를 밀어 올리며 돋는 새순들


삶의 서글픈 여백들을

저녁이 와서 가만히 쓸어안을 때

나는 무릎 위의 시간을 털어내며 생각한다


얼룩도 가만히 두면 내 몸의 무늬가 된다고

그러니 이 외롭고도 눈부신 것들을

끝내 사랑할 수 있으리라고


기어이 터진 틈 사이로

배어 나오는 저 지독한 짠물까지도,

나는

온몸으로 껴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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