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도(玉句島) 편지

— 까치 울음으로 남은 편지들

by선비천사

옥구도 산길을 오르면 소리보다 먼저 흔들리는 참나무들
참나무 가지를 옮겨 앉으며 까치가 운다
허공에 뚝, 뚝 부러져 내리는 음절들
그것은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소리다.


울음을 따라가면 오래 비워 둔 집 한 채.
사철나무 울타리에는 적막이 내려앉고
참죽나무 꼭대기의 작은 둥지는
아직도 누군가의 기별을 품고 있다.


아침 밥상 위로 새의 울음이 떨어질 때마다
뒤란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던 식구들.
시커먼 아궁이는 마지막 온기를 품고 있었고
어머니의 해진 옷고름엔 오래된 눈물이 말라 있었다.
황토벽에 기대 앉은 아버지,
밤새 기침을 삼키던 할아버지.
그 집은 오지 않는 편지를 기다리던 산방이었다.


지금 도시의 우편함은 고지서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푸른 액정의 빛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빛보다 빠른 말들이 오가지만
아무도 문밖의 기척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새 한 마리가 허공을 향해 울어도
산을 내려온 울음은 도시의 경계를 넘지 못한다.
도착지를 잃은 소리들은
소음으로만 흩어질 뿐.


가장 그리운 이름은 언제나 봉투 없이 도착하고
우리는 이제
우는 새의 가슴에서
어떤 문장도 읽어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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