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연한 손짓들이
등 뒤에서 가시 돋친 넝쿨로 자라났다
뿌리칠수록 살결을 파고드는 생의 기척을 피해
나는 이름 없는 짐승의 입구로 들어섰다
손에 쥔 지팡이는 비릿한 뱀의 척추였다가
비겁한 부처의 미소였다가
끝내 내 이마를 내려치는 도깨비 흉기로 변했다
죽음이 웅크린 두 기의 무덤 사이,
거슬러 오를수록 물이 깊어지는 계곡
두개골 위로 떨어지는 상수리알
마른 염불이 산맥을 건너오고
서낭당 무당은 이미 파국의 칼춤으로 작두 위를 걷는다
나무에 걸터앉은 신의 침묵이
비린내처럼 허공에 가득하다
짐승의 눈동자로 마주한 계집
허기를 참지 못한 들개들이 혀를 길게 뽑아 물을 핥고
데워진 계곡물 위로
도화 꽃잎들이 일제히 몸을 눕혀 흘러간다
젖은 울음을 토해내는 까마귀의 부리
축축한 동굴 속에서 혼이 허물처럼 벗겨지는
비명은 어둠의 뺨을 후려치는데
아아, 저 산 너머
절망의 정점에서 피어난 가장 화려한 기만
쌍무지개,
두 개의 올가미가 하늘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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