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 수업 #2 영어 수업은 노래로 시작한다

오후 1시 30분.


정각이 되면 선생님은 영어바카라보다 먼저 노래를 펼친다.


팝송이다.


그리고 직접 부른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영어회화 수업을 들으러 왔는데 시작부터 다 같이 노래라니.


나는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러 왔는데.


그런데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자신 있게 말한다.


“저는 어릴 때 노래를 배웠어요. 그래서 노래를 잘해요.”


정말 잘 부른다.


우리 선생님은 자신의 장점을 굳이 숨기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선생님이 먼저 부르면 우리는 가사를 보며 따라 부른다.


처음 듣는 노래는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가사를 눈으로 보면 분명 아는 단어인데, 노래로 들으면 전혀 다른 말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다.


선생님은 가사 아래에 발음을 적어두었다.


어디에 강세가 들어가는지,
단어와 단어가 만나면 소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실제로 귀에는 어떻게 들리는지.


예를 들어


My eyes will

마이 아이스열


을 단어 하나씩 또박또박 읽는 것이 아니라, 실제 노래에서 이어져 들리는 소리를 한글로 적어주는 식이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영어 가사 밑에 한글 발음을 이렇게까지 적는다고?


그런데 따라 불러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철자를 보고 한 단어씩 읽을 때보다 입이 훨씬 쉽게 따라갔다.


선생님은 노래를 부르면 좋은 점이 세 가지 있다고 했다.


첫째, Brush up on your pronunciation.

한동안 묵혀두었던 발음 실력을 다시 갈고닦을 수 있다.


둘째, Improve your singing skills.

영어도 배우고 노래 실력도 좋아진다.


셋째, Learn beautiful and natural expressions.

노래 속에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을 익힐 수 있다.


가만히 듣고 보니 꽤 남는 장사다.


영어 발음도 좋아지고,
노래도 잘하게 되고,
좋은 표현까지 얻는다니.


영어회화 수업에 왔다가 일타 삼피다.


물론 첫날부터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여럿이 함께 팝송을 부르는 것이 조금 어색했다.


그런데 수업을 시작할 때 한 번,


끝날 때 또 한 번.


같은 노래를 자꾸 듣고 따라 부르다 보니 어느 순간 멜로디가 익숙해졌다.


가사도 조금씩 입에 붙었다.


그리고 더 이상한 일은 집에 와서 생겼다.


유튜브를 켰다.


수업 시간에 배운 팝송을 찾아 다시 틀었다.


누가 숙제를 내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한 번 더 들어보고 싶었다.


잘 안 됐던 부분을 다시 듣고,
가사를 보면서 따라 부르고,
선생님이 알려준 연음을 떠올리며 또 불렀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나, 이 방법을 처음 해보는 게 아니었다.


예전에도 ‘팝송으로 배우는 영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나도 중학생 때 영어 시간에 팝송을 몇 곡 배웠다.


그때는 영어 공부라고 생각하기보다 노래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 배운 노래를 아직도 기억한다.


멜로디가 나오면 가사가 따라 나오고, 몇몇 영어 문장은 지금도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온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영어 단어를 외웠던가.


문법바카라도 여러 권 봤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사라진 단어도 많고, 외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문법도 많다.


그런데 중학생 때 노래로 배운 영어는 아직 남아 있다.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아, 이거 효과가 있긴 있구나.


선생님은 영어를 단어로 외우지 말고 문장으로 익히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노래 한 곡에는 문장이 통째로 들어 있다.


멜로디가 문장을 기억하게 하고,
리듬이 강세를 기억하게 하고,
계속 따라 부르는 동안 입은 영어의 소리를 기억한다.


외우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어느새 한 문장이 입안에 남는다.


영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발음이 좋아졌는지도 잘 모르겠다.


노래 실력은 더더욱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중학생 때 배운 영어 노래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It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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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 우리 집에서는 가끔 팝송이 들린다.


그리고 그 노래를 어설프게 따라 부르는 사람도 하나 있다.


샤는 요즘, 영어를 노래로 배우는 중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