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대의 바이올린이 동시에 울리면

도서관 바이올린 수업 첫날.


교실에 들어갔더니 사람이 많았다.


스무 명 남짓.


모두 바이올린을 바카라상에 펼쳐놨다.


수준도 제각각이었다.


오늘 처음 바이올린을 잡아보는 쌩초보가 있는가 하면, 스즈키 7권을 켜는 분도 있었다.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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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방식도 예전에 다니던 학원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 자리에서 각자 연습한다.


그러니까 한 교실 안에서 스무 명이 서로 다른 곡을 켠다.


처음에는 몰랐다.


그게 어떤 소리인지.


잠시 후,

끼이익—
깽—

삐익—

따라라라—


여기서는 음계가 올라가고,


저기서는 스즈키가 들리고,


어딘가에서는 같은 두 마디가 무한 반복되고,


그 사이를 활 긁는 소리가 뚫고 지나간다.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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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한 대의 삑사리도 제법 강력한데 스무 대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연주하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신기한 일이 생겼다.


그 소음 속에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처음 악기를 잡은 사람은 활 잡는 법부터 배웠다.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아도 몇 번이고 다시 활을 그었다.


조금 배운 사람은 같은 마디를 계속 반복했다.


그리고 저쪽에서는 스즈키 7권을 펴놓고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다.


잘한다.


나도 모르게 귀가 그쪽으로 갔다.


그러다 내 악보를 내려다봤다.


나도 해야지.


이상하게 자극을 받았다.


누가 누구보다 잘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잘하는 사람도 연습하고 있었고,


처음 온 사람도 연습하고 있었다.


스무 명이 각자 다른 자리에서,


각자 다른 속도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광경을 어디에서 또 볼 수 있을까.


누군가는 오늘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고,


누군가는 스즈키 7권까지 왔다.


그 사이에는 수많은 단계의 사람들이 앉아 있다.


그리고 모두 아직 배우는 중이다.


나는 요즘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


영어를 다시 배우는 사람,


악기를 처음 잡는 사람,


오래 배운 것을 계속 이어가는 사람.


다들 참 열심이다.


그 틈에 앉아 있으면 나도 조금 열심히 켜고 싶어진다.


혼자였다면 오늘은 연습을 건너뛰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옆에서 누군가 계속 같은 마디를 켜고 있으면 나도 슬그머니 활을 든다.


배움에는 전염성이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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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전염에는 약간의 부작용도 있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세상이 고요했다.


아.


조용하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그래도 다음 주에 나는 다시 그 교실로 갈 것이다.


스무 대의 바이올린이 각자 다른 곡을 켜는,


귀에서는 피가 날 것 같지만
이상하게 나도 열심히 하고 싶어지는 그곳으로.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