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 수업 #1 영어회화 교실에서 짝꿍이 생겼다

by해서 Madame Proust

영어회화 첫날.


나는 교실에 들어가 자리를 먼저 살폈다.


어디를 가든 두 번째 자리를 좋아한다.


맨 앞은 조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너무 뒤로 가는 것도 싫다.


두 번째쯤.


적당히 잘 보이고 적당히 숨어 있을 수 있는 자리.


그런데 내가 앉고 싶은 자리에 이미 어떤 여성이 앉아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맨 앞자리에 앉았다.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슬쩍 뒤를 돌아봤다.


내가 원했던 자리에 앉은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예쁘고 우아하게 생긴 분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와우!


그리고 다시 앞을 봤다.


쉬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에는 조금 여유 있게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그분도 나를 보고 있었다.


서로 얼굴을 몇 초쯤 바라봤을까.


그분이 먼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나도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봤다.


“어머!”


그제야 서로 알아보고 웃었다.


예전에 발레를 다닐 때 알고 지냈던 분이었다.

살이 많이 빠져서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냉큼 그분 옆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어딜 가나 마이웨이형이다.


혼자 가고,
혼자 앉고,
수업이 끝나면 혼자 돌아온다.


옆 사람과 굳이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디를 가든 꼭 짝꿍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늘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고,
쉬는 시간이면 이야기를 나누고,
끝나면 함께 교실을 나선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별생각 없는 척했지만,

어쩌면 조금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날 속으로 슬쩍 정했다.


좋아. 이번 학기 내 짝꿍은 이 사람이다.




첫 시간에는 자기소개서도 한 장씩 받았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영어 이름을 정해야 했다.


금방 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참 고민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선생님이 이름을 골라주기도 했다.


나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Sharon.


종종 쓰던 영어 이름이다.


“저는 Sharon으로 할게요.”


선생님이 나를 한번 쓱 보더니 말했다.


“딱 Sharon이네요. 잘 어울려요.”


재미있게도 다른 사람들이 영어 이름을 말할 때도 선생님은 비슷한 반응을 했다.


“어머, 그 이름하고 정말 잘 어울리세요.”


평생 한국 이름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영어 이름 하나씩 붙여놓았을 뿐인데, 듣고 나면 정말 그 이름처럼 보이는 걸까?


나는 Sharon이 되었다.

혼자서는 가끔 ‘샤’라고 부른다.

Sharon의 앞글자이기도 하고, 프랑스어로 고양이를 뜻하는 chat도 ‘샤’라고 발음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 마음에 드는 별명이다.


그렇게 영어회화 첫날이 유쾌하게 지나갔다.


영어 이름 하나가 생겼고,
뜻밖의 짝꿍도 하나 생겼다.


둘 다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도서관에 영어를 배우러 갔다가 사람을 하나 다시 만났다.


그리고 평소라면 혼자 새침하게 앉았을 내가 다음 시간에는 어디에 앉을지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짝꿍 옆자리.


마이웨이형에게도 가끔은

짝꿍이 생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