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물든다

가을바람

by햇살나무 여운




바람이 물든다

푸르르게 뜨겁던 들녘

고독한 허수아비 발 아래

풍요로운 황금빛 가을이 물든다


바람이 물든다

무더위에 늘어진 사람들

헐벗고 널브러진 옷차림

멋스럽게 여미우는 가을이 물든다


바람이 물든다

농부의 손길마다 배어든 땀방울

시고 떨떠름한 과실

탐스럽게 여무는 가을이 물든다


바람이 물든다

앞만 보고 달리던 영혼들

공허했던 마음을 채우듯

바카라장을 쓸어 넘기는 가을이 물든다


바람이 물든다

수많은 밤들을 지새웠던

쓰리고 처절했던 상실들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을이 물든다





시간은 무르익고
가을물 짙어진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7화동네바카라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