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더욱 깊어진 가을
화려한 잎과 열매를 모두 떨구고
텅 빈 가지와 줄기, 뿌리로
홀로 의연히 서서
추위를 맞는다
참 많은 일을 해냈고
쉼 없이 달려왔다
겨울이 온다
멈추고 돌아보아
스스로 정돈할 시간이다
새벽엔 시를 쓰고
낮엔 땀 흘려 일하고
밤이면 바카라을 읽는다
이토록 단순한 삶
자신에게 신의를 지키는 삶
이미 이루었으니
이제는 겨울, 비움의 계절
비움은 헐벗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뿌리를 다지는 시간이다
바깥이 아닌 내면으로
침잠하는 계절이다
봄을 제대로 꽃 피우기 위해
속속들이 추위를 겪어야 한다
실가지 에는 바람 끝에
꽃망울 맺히리니
소복이 눈이불 덮고
겨울잠에 들 때다
봄은 겨울을 필요로 한다
실가지 에는 바람 끝에
꽃망울 맺히리니
봄은 겨울을 필요로 한다
나는 너를 필요로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