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 둔 이유
쉼표 카페의 짹짹이들 ⑦
가을이 끝나가고 있었다.
쉼표 카페 앞 감나무도 이제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붉게 주렁주렁 달려 있던 감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나뭇잎도 절반 이상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감나무 꼭대기,
가장 높은 가지에 홍시 하나가 남아 있었다.
딱 하나.
참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저건 왜 안 먹지?"
까치도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모르겠네."
사실 그 감은
며칠 전부터 누구나 볼 수 있었다.
충분히 익었고,
충분히 달콤해 보였다.
먹으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새들은 모두 한 번쯤 그 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누구도 날아가지 않았다.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느 날 참새가 물었다.
"부엉이."
"왜?"
"저 홍시는 왜 아직도 남아 있는 거야?"
부엉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남겨진 게 아니라."
"......"
"남겨 둔 거란다."
참새는 더 헷갈렸다.
"그게 무슨 차이야?"
부엉이는 마지막 홍시를 바라보았다.
노을빛이 감의 표면에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남겨진 것은 잊힌 거야."
"......"
"하지만 남겨 둔 것은 이유가 있지."
참새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며칠 후,
첫서리가 내렸다.
감나무 주변은 훨씬 조용해졌다.
많은 새들이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고,
마을의 바람도 차가워졌다.
그날 아침.
쉼표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까치는
낯선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작고 야윈 겨울새였다.
긴 여행 끝에 도착한 듯
몹시 지쳐 보였다.
겨울새는 천천히 감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홍시를 발견했다.
잠시 후,
작은 부리가 감을 건드렸다.
참새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그래서였구나.
그 홍시는
가장 늦게 오는 손님을 위해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해마다 감나무는 알고 있었다.
봄에는 꽃이 오고,
여름에는 비가 오고,
가을에는 새들이 오고,
겨울에는 늦은 손님이 온다는 것을.
그래서 마지막 하나는 남겨 두었다.
충분히 가질 수 있었지만 남겨 두었고,
충분히 먹을 수 있었지만 남겨 두었고,
충분히 차지할 수 있었지만 남겨 두었다.
부엉이가 조용히 말했다.
"풍요로운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란다."
"......"
"남길 줄 아는 사람이지."
참새는 마지막 홍시를 바라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먼저 먹어야 할 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세상에는
지금 당장 가져야 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위해 남겨 두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는 것을.
노을이 감나무를 붉게 물들였다.
마지막 홍시는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그 모습은 이상하게도
쓸쓸하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아마도 그것은
열매가 아니라
배려였기 때문인지 모른다.
명언
"풍요는 많이 가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남겨 둘 수 있는 마음이다."
? 프롤로그
《쉼표 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1화
《시간이 만드는 나무》
? 2화
《가장 먼저 떨어진 감》
? 3화
《밤에만 보이는 감》
? 4화
《가장 늦게 오는 새》
? 5화
《감을 먹지 않는 부엉이》
? 6화
《빈 가지의 자리》
"감나무의 계절은 끝났지만, 쉼표 카페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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