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익기 전에 나무를 보라
쉼표 카페의 짹짹이들 ①
감은 이미 붉게 익어 있었지만, 까치는 감보다 나무를 먼저 보고 있었다.
마을의 새들은 가을을 좋아했다.
특히 감이 익는 계절을 좋아했다.
홍시가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하늘은 시끄러워졌다.
참새들은 감나무 주변을 정신없이 날아다녔고,
비둘기들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우르르 몰려왔다.
심지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새들까지 나타나 감나무를 둘러쌌다.
그때마다 까치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참 이상한 일이지. 이들은 나무가 버텨온 모든 계절을 무시하고, 단 하나의 열매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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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다.
참새 한 마리가 까치에게 물었다.
"야, 너는 왜 감도 없는데 맨날 감나무 주변을 맴도는 거야?"
까치는 감나무 가지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나는 감을 보러 온 게 아니다."
"그럼? 뭘 하는 거야?"
"나무를 보러 왔다."
참새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감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
감이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까치는 달랐다.
녀석은 열매보다 나무를 먼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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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어떻게 새순이 돋는지 보았다.
가지 끝마다 초록빛이 스며드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여름이 오면 폭우가 쏟아질 때 줄기가 어떻게 버티는지 보았다.
바람에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는 그 탄력을 기억했다.
가뭄이 닥치면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생각했다.
땅 위로는 가지가 뻗어 있지만, 땅 아래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버텨내고 있는지를.
감나무가 조용히 견디는 시간을 지켜보았다.
다른 새들은 재미없다며 떠났다.
그러나 까치는 계속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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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뒤 가을이 왔다.
그리고 마침내 홍시가 주렁주렁 열렸다.
그제야 마을의 새들이 몰려들었다.
"와! 감이다!"
"홍시다!"
"빨리 자리 잡아!"
"늦으면 못 먹어!"
하늘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참새도 날아왔다.
비둘기도 날아왔다.
까마귀도 나타났다.
모두 홍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까치는 여전히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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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물었다.
"야, 홍시 안 먹어?"
까치는 웃으며 말했다.
"먹지."
"그런데 왜 감보다 나무를 보는 거야?"
까치는 붉게 익은 감 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은 계절이 만든다."
참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까치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나무는 시간이 만든다.
봄의 새순도, 여름의 비바람도, 가뭄의 뿌리 깊이도.
모든 계절이 쌓여서 이 나무가 되었다.
감은 한 계절이 주는 선물이지만, 나무는 모든 계절의 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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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처음으로 감나무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붉은 홍시 뒤에 숨어 있던 굵어진 줄기를 보았다.
앙상한 겨울을 견뎌낸 흔적들이 새겨진 가지를 보았다.
묵묵히 버텨온, 눈에 띄지 않는 그 시간을 보았다.
그 순간 참새는 조금 이해한 것 같았다.
왜 까치가 감이 없을 때부터 이곳에 왔는지.
왜 열매보다 나무를 먼저 보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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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늘 홍시를 좋아한다.
결과를 좋아하고,
성공을 좋아하고,
눈에 보이는 열매를 좋아한다.
하지만 까치는 알고 있었다.
열매는 언젠가 떨어진다.
그러나 좋은 나무는 다시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까치는 오늘도 홍시보다 나무를 본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결과를 쫓지 말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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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저녁.
쉼표 카페 창가에 앉은 까치는 따뜻한 커피 향을 맡으며 미소 지었다.
카페 주인 쉼표가 물었다.
"짹짹이들아, 커피 한 모금 마실래?"
까치는 창밖 감나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오늘도 나무는 잘 자라고 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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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예고
《참새는 왜 늘 늦게 들어갈까》
참새는 늘 똑똑했다.
소문도 빨랐고,
정보도 빨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좋은 자리는 늘 남의 차지였다.
과연 참새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
다음 주,
쉼표 카페에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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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표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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