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지의 자리

떠난 것들이 남기는 풍경

by쉼표JEONGSEON

쉼표 카페의 짹짹이들 ⑥


가을은 조금씩 깊어지고 있었다.


쉼표 카페 앞 감나무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때는 붉은 감으로 가득했던 가지들이

하나둘 비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

참새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쉽다."

까치가 물었다.

"뭐가?"

"감이 없어지잖아."

---

참새는 빈 가지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크고 붉은 감이 매달려 있던 자리였다.

지금은 바람만 지나가고 있었다.

---

"원래 그런 거 아니야?"

까치가 말했다.

"그래도 아쉽잖아."

참새는 고개를 떨구었다.

---

사실 참새는

그 감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언젠가 먹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결국 다른 새가 먼저 먹어버렸다.

---

그 이후로 참새는

빈 가지만 보면 괜히 마음이 허전해졌다.

---

그날 저녁.

황혼빛이 감나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높은 가지에는 부엉이가 앉아 있었다.

---

참새가 물었다.

"부엉이."

"왜?"

"빈자리를 보면 안 아쉬워?"

---

부엉이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쉬울 때도 있지."

"그런데 왜 괜찮아 보여?"

---

부엉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를 바라보았다.

---

"나는 빈 가지를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해."

"무슨 생각?"

---

부엉이는 천천히 말했다.

"저 자리에 감이 있었다는 생각."

---

참새는 눈을 깜빡였다.

---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

부엉이가 웃었다.

"사람들은 대개 없는 것만 보거든."


ChatGPT Image가을의 저녁, 들판과 과실 2026년 6월 22일 오전 11_59_59.png"빈 가지는 상실의 증거가 아니라, 한때 풍성했던 계절의 흔적이었다."

---

참새는 다시 빈 가지를 보았다.

정말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는

'감이 사라졌다'라고 생각했는데,

부엉이의 말을 듣고 나니

'감이 있었던 자리'처럼 보였다.

---

둘은 비슷한 말 같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

까치도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

부엉이는 말했다.

"떠난 것들은 사라지는 게 아니야."

"......"

"흔적을 남기지."

---

감이 달렸던 자리에는

작은 꼭지가 남아 있었다.

새들이 쉬어 갔던 가지에는

가벼운 흔들림이 남아 있었다.

비가 지나간 자리에는

촉촉한 냄새가 남아 있었다.

---

세상은 늘 그렇게 흘러갔다.

---

떠난 사람.

끝난 계절.

지나간 시간.

잃어버린 기회.

---

우리는 자꾸

없어진 것만 바라본다.

---

하지만 부엉이는 달랐다.

---

그는 떠난 것이 아니라

남겨진 것을 보고 있었다.

---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감나무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

참새가 물었다.

"그럼 빈자리는 슬퍼할 필요가 없는 거야?"

---

부엉이는 고개를 저었다.

---

"슬퍼해도 돼."

"......"

"아쉬워해도 돼."

---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덧붙였다.

---

"다만 그것 때문에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을 놓치지는 말자."

---

참새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

감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빈 가지도 있었고,

아직 붉게 익어가는 감도 있었다.

---

그제야 알 것 같았다.

---

삶은 떠난 것들과

남아 있는 것들이

함께 만드는 풍경이라는 것을.

---

바람이 지나갔다.

빈 가지가 가볍게 흔들렸다.

그 모습은 이상하게도

쓸쓸하기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

*"떠난 것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풍경으로 남는다."*


☕ 쉼표 카페의 지난 이야기

"빈 가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지나간 계절들이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


? 1화 《시간이 만드는 나무》
감이 익기 전에 나무를 보라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28

? 2화 《가장 먼저 떨어진 감》
먼저 얻는 것이 늘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29

? 3화 《밤에만 보이는 감》
어둠이 알려주는 것들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30

? 4화 《가장 늦게 오는 새》
서두르지 않는다는 재능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31

? 5화 《감을 먹지 않는 부엉이》
배고픔보다 중요한 것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32


☕ 쉼표 카페의 문을 여는 글

? 프롤로그 《쉼표 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27



... 쉼표 JEONGSEON

sticker sticker

#쉼표카페의짹짹이들 #빈가지의자리 #떠난것들이남기는풍경 #상실과흔적 #우화에세이 #감성에세이 #온라인카지노작가 #쉼표JEONGSEON #쉼표의정원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