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먹지 않는 부엉이

배고픔보다 중요한 것

by쉼표JEONGSEON


쉼표 카페의 짹짹이들 ⑤


가을이 무르익어 갈수록 쉼표 카페에는 더 많은 새들이 찾아왔다.


감나무에는 붉고 달콤한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새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감을 찾아 날아다녔다.

감은 달았고,

배는 쉽게 채워졌다.

하지만 부엉이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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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거의 매일 감나무를 찾았다.

가장 높은 가지에 앉아 있었고,

가장 늦게 떠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누구도 부엉이가 감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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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먼저 물었다.

"왜 안 먹어?"

"뭘?"

"감."

"감이 이렇게 많은데."

부엉이는 잠시 감나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나는 감을 먹으러 온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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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더욱 궁금해졌다.

"그럼 왜 오는 건데?"

"보려고."

ChatGPT Image 황혼 속 고요한 자연 풍경2026년 6월 22일 오전 11_30_26.png"모두가 감을 볼 때, 부엉이는 나무를 보고 있었다."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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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나무 너머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감나무가 왜 이렇게 풍성해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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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이해하지 못했다.

감은 감일뿐이었다.

배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쉬면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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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새들은 감을 찾아 분주했다.

누가 더 큰 감을 먹는지,

누가 더 빨리 발견하는지,

누가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지.

온종일 그런 이야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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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엉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감 하나보다

감나무 전체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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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물었다.

"그걸 보면 뭐가 좋은데?"

부엉이는 웃었다.

"많은 걸 알 수 있거든."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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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굵은 줄기를 바라보았다.

"봄에 꽃이 피었다는 것."

조금 후에는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여름에 햇빛을 견뎌냈다는 것."

그리고 상처 난 가지를 바라보았다.

"비바람도 지나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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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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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도 비슷해."

부엉이가 말했다.

"무슨 뜻이야?"

"결과는 보는데 과정을 안 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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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문득 떠올렸다.

가장 먼저 떨어진 감을 두고 싸우던 새들.

밤이 되어서야 상처를 보게 된 감들.

그리고 자기 속도를 찾아 떠났던 작은 새.

모두 감만 보았다.

하지만 부엉이는 늘 나무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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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붉은 노을이 감나무를 물들였다.

참새가 다시 물었다.

"그래도 배고프잖아."

"배고프지."

"그런데 왜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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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웃었다.

"먹어."

"응?"

"아주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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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깜짝 놀랐다.

"그럼 왜 안 먹는 척했어?"

부엉이는 고개를 저었다.

"안 먹는 척한 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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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다만 먹는 것이 전부가 아닐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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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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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마지막 햇살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고픔은 몸이 보내는 신호야."

"......"

"하지만 호기심은 마음이 보내는 신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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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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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배를 채우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멈춰 서서 바라보는 일도 필요하다.

조금 더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조금 더 이해하고 싶어 하는 마음.

조금 더 넓게 보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우리를 더 멀리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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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새들은 가끔 감을 먹다가도

고개를 들어 감나무를 바라보았다.

감을 보는 것과

감나무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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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배고픔은 먹어야 할 것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쉼표 카페의 지난 이야기


1화 《시간이 만드는 나무》
감이 익기 전에 나무를 보라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28

2화 《가장 먼저 떨어진 감》
먼저 얻는 것이 늘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29

3화 《밤에만 보이는 감》
어둠이 알려주는 것들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30

4화 《가장 늦게 오는 새》
서두르지 않는다는 재능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31



쉼표 카페의 문을 여는 글

프롤로그 《쉼표 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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