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보다 중요한 것
쉼표 카페의 짹짹이들 ⑤
가을이 무르익어 갈수록 쉼표 카페에는 더 많은 새들이 찾아왔다.
감나무에는 붉고 달콤한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새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감을 찾아 날아다녔다.
감은 달았고,
배는 쉽게 채워졌다.
하지만 부엉이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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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거의 매일 감나무를 찾았다.
가장 높은 가지에 앉아 있었고,
가장 늦게 떠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누구도 부엉이가 감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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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먼저 물었다.
"왜 안 먹어?"
"뭘?"
"감."
"감이 이렇게 많은데."
부엉이는 잠시 감나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나는 감을 먹으러 온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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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더욱 궁금해졌다.
"그럼 왜 오는 건데?"
"보려고."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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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나무 너머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감나무가 왜 이렇게 풍성해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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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이해하지 못했다.
감은 감일뿐이었다.
배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쉬면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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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새들은 감을 찾아 분주했다.
누가 더 큰 감을 먹는지,
누가 더 빨리 발견하는지,
누가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지.
온종일 그런 이야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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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엉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감 하나보다
감나무 전체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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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물었다.
"그걸 보면 뭐가 좋은데?"
부엉이는 웃었다.
"많은 걸 알 수 있거든."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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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굵은 줄기를 바라보았다.
"봄에 꽃이 피었다는 것."
조금 후에는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여름에 햇빛을 견뎌냈다는 것."
그리고 상처 난 가지를 바라보았다.
"비바람도 지나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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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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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도 비슷해."
부엉이가 말했다.
"무슨 뜻이야?"
"결과는 보는데 과정을 안 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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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문득 떠올렸다.
가장 먼저 떨어진 감을 두고 싸우던 새들.
밤이 되어서야 상처를 보게 된 감들.
그리고 자기 속도를 찾아 떠났던 작은 새.
모두 감만 보았다.
하지만 부엉이는 늘 나무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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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붉은 노을이 감나무를 물들였다.
참새가 다시 물었다.
"그래도 배고프잖아."
"배고프지."
"그런데 왜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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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웃었다.
"먹어."
"응?"
"아주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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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깜짝 놀랐다.
"그럼 왜 안 먹는 척했어?"
부엉이는 고개를 저었다.
"안 먹는 척한 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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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다만 먹는 것이 전부가 아닐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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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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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마지막 햇살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고픔은 몸이 보내는 신호야."
"......"
"하지만 호기심은 마음이 보내는 신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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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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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배를 채우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멈춰 서서 바라보는 일도 필요하다.
조금 더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조금 더 이해하고 싶어 하는 마음.
조금 더 넓게 보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우리를 더 멀리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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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새들은 가끔 감을 먹다가도
고개를 들어 감나무를 바라보았다.
감을 보는 것과
감나무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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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배고픔은 먹어야 할 것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1화 《시간이 만드는 나무》
감이 익기 전에 나무를 보라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28
2화 《가장 먼저 떨어진 감》
먼저 얻는 것이 늘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29
3화 《밤에만 보이는 감》
어둠이 알려주는 것들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30
4화 《가장 늦게 오는 새》
서두르지 않는다는 재능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31
https://fishingproductfr.com/@39d166365bd047c/727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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