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첫 도구를 고르다

— 뭐부터 깔아야 하나요

byukkukk

AI로 뭔가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비전공자가 제일 먼저 부딪히는 벽은, 놀랍게도 도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Claude, ChatGPT, Codex, Cursor, Copilot, Gemini… 이름은 들어봤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고, 각자 자기가 최고라고 한다. 유튜브를 보면 다들 다른 걸 쓰라고 한다. 여기서 지쳐서 시작을 못 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 장은 "정답 도구"를 알려주는 장이 아니라, 비전공자가 도구를 고르는 기준을 세워주는 장이다. 도구는 계속 바뀌지만, 기준은 오래간다.


도구는 크게 두 종류다

복잡해 보여도 실은 두 부류로 나뉜다.


1. 대화창형 (채팅봇).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말로 물어보는 것. 코드를 짜달라고 하면 코드를 텍스트로 뱉어준다. 그걸 내가 복사해서 어딘가에 붙여야 한다.


2. 작업자형 (코딩 에이전트). 내 컴퓨터(또는 코드 폴더)에 직접 접근해서, 파일을 열고 고치고 저장하고 실행까지 하는 것. 말로 시키면 직접 손을 움직인다.


비전공자에게 진짜 판을 바꾸는 건 2번이다. 1번은 "코드를 알려주는 과외 선생"이고, 2번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직원"이다. 나는 처음에 1번으로 시작했다가, 복사-붙여넣기가 너무 고돼서 금방 2번으로 옮겼다. 코드를 모르는 사람이 코드를 복사해서 정확한 위치에 붙이는 건, 생각보다 사고가 잘 난다.



내가 도구를 고른 기준 세 가지


나는 다음 세 가지로 골랐다. 순서대로 우선순위다.


① 비용이 적게 드는가.
부업은 돈을 벌자고 하는 건데, 시작부터 월 구독료가 여러 개면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나는 가급적 무료이거나, 하나의 구독으로 여러 일을 하는 도구를 우선했다. 유료 API 키를 여기저기 발급받아 요금이 새는 구조를 특히 경계했다. (이 주제는 18장에서 따로 다룬다. 고정비는 조용히 수익을 갉아먹는다.)


② 외부 의존이 적은가.
가능하면 내 컴퓨터 안에서 도는 걸 선호했다. 음성 변환이나 이미지 생성 같은 것도 남의 유료 서버에 매번 돈 내는 대신 로컬에서 도는 무료 수단이 있으면 그걸 먼저 찾았다. 느리고 손이 더 가도, 목줄이 남에게 없다는 게 장기적으로 편하다.


③ 말귀를 알아듣고, 되돌리기 쉬운가.
비전공자는 실수한다. 그러니 "고쳤다가 아니다 싶으면 되돌리기" 쉬운 환경이 안전하다. 작업 내역이 기록으로 남고, 잘못됐을 때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도구가 좋다.



그래서 뭘 쓰라는 거냐


기준만 말하고 도구를 안 찍어주면 야속할 테니 정리하면 이렇다.

"코드 폴더에 직접 접근해 파일을 고치고 실행까지 해주는 작업자형 도구" 하나를 주력으로 삼아라. 나는 이 부류의 도구들을 성격에 따라 나눠 썼는데(누구는 앱 화면 만들기, 누구는 자동화·파일 처리에 강하다), 그건 11장 '여러 AI를 부리는 법'에서 자세히 다룬다.


처음엔 딱 하나만 정해서 익숙해지는 게 맞다. 도구 여러 개를 동시에 배우려다 시작 자체를 못 하는 게 가장 흔한 실패다. 하나로 작은 걸 하나 끝까지 만들어보고, 손에 익으면 그때 두 번째를 붙여라.



한 가지 마음가짐: 도구를 신봉하지 마라


이 바닥은 반년이면 판도가 바뀐다. 오늘의 최고가 내년의 구식이 된다. 그러니 특정 도구에 정체성을 걸지 마라. 나는 실제로 쓰던 도구를 몇 번 갈아탔다. 중요한 건 도구 이름이 아니라, 말로 시켜서 만들고 검사하는 그 방식 자체다. 그 방식만 손에 익으면 도구가 바뀌어도 당신은 안 흔들린다.



AI 활용 노트 — 도구 선택 체크리스트


새 도구를 볼 때 이 다섯 가지를 물어보라.


돈: 공짜로 시작할 수 있나? 유료라면 하나로 여러 일을 하나, 아니면 자잘한 요금이 계속 새는 구조인가?


접근: 코드를 텍스트로 뱉기만 하나(과외형), 아니면 파일을 직접 고치고 실행까지 하나(직원형)? 비전공자는 직원형이 낫다.


되돌리기: 잘못 고쳤을 때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나? 작업 이력이 남나?


한국어: 한국어로 시켜도 잘 알아듣나? (요즘은 대부분 되지만 확인은 하라.)


잠금: 이 도구를 떠나면 내가 만든 게 같이 사라지나, 아니면 결과물(코드·파일)은 내 손에 남나? 결과물이 내게 남는 걸 골라라.


시작 규칙: 도구는 딱 하나로 시작한다.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그 도구로 끝까지 만들어본 뒤에야 두 번째를 고민한다.



이 장의 한 줄

도구는 반년마다 바뀐다. 붙잡을 것은 특정 이름이 아니라 "말로 시켜 만들고, 결과를 검사하고, 언제든 되돌린다"는 방식이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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