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2명짜리 채널과 1,000명짜리 채널

— 자동 양산이 답이 아니었다

byukkukk

내 유튜브 채널 목록을 처음 보는 사람은 보통 같은 질문을 한다.
"이거… 하나는 구독자 1,000명인데, 옆에 건 왜 2명이에요?"

맞다. 같은 사람이, 같은 컴퓨터에서, 비슷한 AI 도구로 만든 채널인데 하나는 1,000명을 넘겼고 하나는 2명이다. 오타가 아니다. 2명. 그중 하나는 아마 나다.

이 장은 그 격차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내가 AI로 뭔가를 만들려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AI로 많이 찍어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나는 "공장"을 지었다


부업을 AI로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내 머릿속 그림은 단순했다. 콘텐츠는 많을수록 좋다. 사람이 만들면 하루 한 개도 벅차지만, AI에게 시키면 하루에 여러 개도 찍어낼 수 있다. 그러니 공장을 짓자. 대본을 뽑고, 이미지를 만들고, 음성을 입히고, 영상으로 합치는 걸 전부 자동으로 도는 파이프라인으로.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다. '혼행노트'라는 채널을 위해 이미지 자동 생성까지 붙였다. 로컬 컴퓨터에 이미지 생성 환경을 깔고, 대본 자동화를 붙이고, 영상 제작을 스튜디오처럼 돌리는 시스템을 세웠다. 기술적으로는 꽤 근사했다. "비전공자가 이런 걸 굴린다고?" 소리를 들을 만했다.


결과는? 구독자 2명. 조회수 6,000회 남짓. 몇 주가 지나도 증감 ±0.

주간 회고 기록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혼행노트 — 구독자 2/1,000명 (0.2%) — 변화 없음


주간 조회수 +19회

+19회. 일주일에. 이건 성장 그래프가 아니라 심전도 정지에 가깝다.



그런데 옆 채널은 터졌다


같은 시기, 나는 '이슈한컷'이라는 채널도 운영하고 있었다. 세상 돌아가는 시사 이슈를 짧게 편집해 올리는 채널이었다. 이쪽은 자동 양산 공장이 아니었다. 뭘 다룰지, 어떤 장면을 잘라 붙일지 사람이 판단해서 올렸다. AI는 편집을 돕는 도구였지, 채널을 대신 운영하는 주인이 아니었다.

그 채널이 어느 날 구독자 1,000명을 넘겼다.


이슈한컷 구독자 1,000명 돌파!


주간 +24명, 총 조회수 81,718회, 시청시간 465시간


숫자를 나란히 놓아 보자. 같은 주에, 한 채널은 일주일에 구독자가 24명 늘었고, 다른 채널은 0명 늘었다. 한쪽은 시청시간이 수백 시간 쌓이는데, 다른 쪽은 9시간이었다. 공장을 더 정교하게 지은 쪽이 진 것이다.

처음엔 이 결과가 당황스러웠다. 나는 분명히 혼행노트에 더 많은 기술을 넣었으니까. 자동 이미지 생성이라니, 얼마나 그럴듯한가. 그런데 시장은 기술의 정교함에 표를 주지 않았다.



무엇이 달랐나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차이가 보였다. 두 채널의 진짜 차이는 "AI를 얼마나 썼느냐"가 아니었다. "무엇을 만들지를 누가 정했느냐"였다.


혼행노트는 무엇을 만들지까지 자동화에 떠넘겼다. 시스템이 도니까 콘텐츠가 나온다. 그런데 그 콘텐츠가 "누가, 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나조차도.


이슈한컷은 무엇을 만들지는 사람이 붙잡고, 만드는 수고만 AI에게 넘겼다. 어떤 주제가 지금 사람들의 관심사인지, 어떤 장면을 잘라야 사람이 멈춰서 보는지는 내가 판단했다.


AI는 "어떻게"를 값싸게 만들어주는 도구다.

하지만 "무엇을·왜"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나는 이걸 거꾸로 알고 있었다. 가장 자동화하기 어려운 부분(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가)을 가장 먼저 자동화하려 했고, 정작 자동화가 잘 듣는 부분(만드는 노동)은 뒤늦게 신경 썼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많이 찍어내면 그중 하나는 터지겠지"라는 도박을 하고 있었다. 복권을 많이 사면 당첨 확률이 오르듯이. 그런데 콘텐츠는 복권이 아니다. 가치 없는 걸 100개 만들면, 가치 없는 게 100개 쌓일 뿐이다. 조회수 2회짜리 영상을 자동으로 매일 뽑는 시스템은, 아무것도 안 하느니만 못했다. 전기와 내 시간만 먹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했나


이 깨달음 뒤에 내가 한 일은, 어쩌면 이 바카라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일지 모른다. 잘 안 되는 공장을 껐다.

'한입지식'이라는 채널의 제작 자동화 시스템도 비슷한 시기에 폐기했다. 자동으로 영상을 뽑아내던 대시보드와 서비스를 통째로 내렸다. 대신 그 채널의 "분석" 기능만 남겼다 — 무엇이 먹히는지 보는 눈은 남기고, 아무거나 찍어내는 손은 잘라낸 것이다.


이건 실패를 인정하는 일이라 꽤 아팠다. 몇 주를 들여 만든 시스템이었으니까. 하지만 AI 시대의 부업에서 "만드는 비용이 거의 0에 수렴한다"는 건 축복이자 함정이다. 만드는 게 공짜면, 사람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까지 만든다. 그리고 그 쓰레기를 유지하고 관리하느라 진짜 시간을 쓴다.



AI 활용 노트 — 양산의 유혹을 이기는 법


이 노트는 콘텐츠 채널만이 아니라, 앱·블로그·자동화 등 "AI로 많이 찍어낼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1. "무엇을·왜"는 절대 먼저 자동화하지 마라.


AI에게 일을 넘길 때는 항상 이 순서를 지켜라.

① 무엇을 만들지 → 당신이 정한다. (자동화 금지 구역)

② 어떻게 만들지 → AI와 상의해서 정한다.

③ 만드는 노동 → AI에게 넘긴다.


거꾸로 ③부터 자동화하고 ①을 방치하면, 정교한 공장에서 팔리지 않는 물건이 쏟아진다. 내 혼행노트가 그랬다.


2. 만들기 전에 "이걸 누가, 왜 보나(쓰나)?" 한 문장으로 답해보라.


답이 안 나오면 만들지 마라. AI에게 시키기 전에, 이 한 문장을 지시문 맨 위에 적어라.


예:

[대상] 전기차 오너 중 해외에서 충전소를 찾는 사람 [이유] 기존 앱은 현지어만 지원해서 불편하다 → 이걸 전제로, 아래 기능을 만들어줘: ...


이 한 줄이 있으면 AI의 결과물도 훨씬 날카로워진다. 대상이 없으면 AI는 "일반적으로 그럴듯한" 평균값을 뱉는데, 평균값은 아무도 사로잡지 못한다.


3. "양"이 아니라 "반응"을 측정하라.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 때 대시보드에 넣을 숫자는 "오늘 몇 개 생성했나"가 아니라 "어제 만든 게 반응을 얻었나"여야 한다. 생산량 지표는 기분만 좋게 하는 허영 지표(vanity metric)다. 나는 "매일 자동 생성됨"이라는 초록불에 속아 몇 주를 낭비했다.


4. 안 되는 건 끄는 것도 실력이다.


2~4주 돌렸는데 반응 지표가 바닥이면,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을 게 아니라 끄는 걸 먼저 고려하라. 유지비(당신의 시간·주의·전기)가 조용히 새어나간다. 끌 때는 완전히 지우지 말고 "분석/기록"만 남겨라 — 다음에 무엇이 왜 안 됐는지 배울 자산이 된다.



이 장의 한 줄

AI는 "어떻게"를 공짜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무엇을, 왜"를 당신이 붙잡지 않으면, 그 공짜는 당신의 시간을 먹는 청구서로 돌아온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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