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말이 통하게 하는 법

— 프롬프트가 아니라 "지시"다

byukkukk


사람들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는데, 비전공자에게 이 단어는 겁만 준다. 나는 이걸 훨씬 소박하게 이해한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건, 처음 온 유능한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과 똑같다.


이 비유가 왜 중요하냐면, 우리는 이미 사람에게 일 시키는 법을 안다. 신입 직원이 왔는데 "알아서 잘 해봐"라고만 하면 엉뚱한 걸 열심히 해온다. 반대로 "무엇을, 왜, 어디까지" 짚어주면 제대로 해온다. AI도 똑같다. 그리고 AI는 사람보다 훨씬 유능하지만, 훨씬 순진하다 — 시킨 그대로, 의심 없이, 즉시 한다. 그래서 잘못 시키면 잘못된 걸 아주 빠르고 정성스럽게 만들어낸다.



좋은 지시의 네 가지 뼈대


내가 수백 번 시켜보고 정리한 뼈대는 이렇다. 무엇을 / 왜 / 어디까지 / 하지 말 것.


① 무엇을 (What)


당연해 보이지만 대부분 여기서 뭉갠다. "가계부 앱 만들어줘"는 지시가 아니다. 소원이다. 무엇을 만들지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문자로 오는 결제 알림을 자동으로 읽어서, 날짜·금액·가맹점으로 나눠 목록에 쌓아주는 화면."


② 왜 (Why)


이유를 주면 AI가 빈칸을 스스로 잘 채운다. "나는 카드 쓸 때마다 문자가 오는데 그걸 일일이 옮겨 적기 귀찮아서"라고 말해주면, AI는 "아, 자동화가 핵심이구나. 수동 입력은 최소화해야겠다"를 알아서 판단한다. 이유는 AI에게 주는 나침반이다.


③ 어디까지 (Scope)


이게 비전공자가 제일 자주 놓치는 부분이다. AI는 시키면 끝없이 키운다. 그래서 첫 버전의 경계를 못 박아야 한다. "지금은 딱 목록에 쌓이는 것까지만. 통계·그래프·로그인은 나중에." 경계를 안 주면, 간단히 확인하려던 게 거대한 기능 뭉치로 자라서 뭐가 잘못됐는지 찾기도 어려워진다.


④ 하지 말 것 (Constraints)

"아직 코드는 짜지 말고 계획부터", "외부 유료 서비스는 쓰지 말고", "기존 파일은 백업부터".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미리 말하면 사고가 준다. 나는 특히 "바꾸기 전에 원본을 백업해줘"를 습관처럼 붙인다. 이 한 줄이 나를 여러 번 구했다(15장에서 자세히).



실제로 이렇게 시킨다


나쁜 지시:

다이어트 앱 만들어줘. 예쁘게


좋은 지시:

[무엇을]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을 위한 앱을 만들 거야. 첫 화면에서 '공복 시작' 버튼을 누르면 타이머가 돌아가고, 목표 시간(예: 16시간)에 도달하면 알려주는 것.
[왜] 나는 단식 중에 '지금 몇 시간째지?'를 계속 확인하는데, 매번 계산하기 번거로워서야.
[어디까지] 이번엔 타이머 기능 하나만. 식사 기록·통계·캐릭터는 다음 단계로 미루자.
[하지 말 것] 아직 코드는 짜지 말고, 화면 흐름부터 글로 설명해줘. 로그인 기능은 넣지 마.

두 번째로 시키면 AI는 훨씬 정확한 걸 내놓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신이 결과를 검사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을·어디까지를 당신이 정했으니, 나온 결과가 그 경계 안에 있는지 판단할 기준이 생기는 것이다. "예쁘게 만들어줘"라고 시키면, 나온 게 잘 된 건지 아닌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한국어로 시켜도 된다


비전공자가 자주 하는 오해 하나. "영어로 시켜야 잘 되지 않나요?" 요즘 도구는 한국어를 아주 잘 알아듣는다. 나는 거의 전부 한국어로, 그것도 평소 말투로 시킨다. 존댓말이든 반말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무엇을·왜·어디까지가 지시 안에 들어 있느냐다.



AI 활용 노트 — 붙여 쓰는 지시문 뼈대


아무 프로젝트에나 이 틀을 채워 넣어라. 빈칸만 바꾸면 된다.


[무엇을] ___를 만들고 싶어. 구체적으로는 ___가 ___하는 것. [왜] 나는 ___가 불편해서/필요해서야. [어디까지] 이번 단계는 딱 ___까지만. ___와 ___는 다음으로 미루자. [하지 말 것] 아직 코드는 짜지 말고 계획부터 보여줘. 기존 파일을 바꾸기 전엔 백업부터. 유료 외부 서비스는 쓰지 마. [확인] 시작하기 전에, 네가 이해한 걸 세 줄로 요약해서 나한테 먼저 확인받아.


마지막 [확인] 줄이 은근히 강력하다. AI가 이해한 바를 먼저 요약하게 하면, 시작 전에 오해를 잡아낼 수 있다. 비전공자는 코드로는 오해를 못 잡지만, 요약문으로는 잡는다.


한 가지 습관: 큰일을 한 문장에 몰아넣지 마라. "만들고 → 확인하고 → 다음"의 작은 단위로 쪼개서 시켜라. 한 번에 다 시키면, 어디서 틀어졌는지 못 찾는다.



이 장의 한 줄

AI는 유능하지만 순진한 직원이다. "무엇을·왜·어디까지·하지 말 것"을 짚어주면 제대로 하고, "알아서 잘"이라고 하면 엉뚱한 걸 아주 정성껏 만든다.
수, 일 연재
이전 03화2장. 첫 도구를 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