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는 숫자였고, 이유는 자존심이었다
시작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종이에 적을 수 있는 목표였고, 하나는 종이에 적기 민망한 이유였다.
내 목표는 처음부터 숫자였다. 부업으로 월 500만 원 이상. 두루뭉술한 "언젠가 잘 되고 싶다"가 아니라, 기한까지 붙인 숫자. 이게 왜 중요한지는 뒤에서 계속 나오니 여기선 한 가지만 짚겠다. 숫자 목표가 있으면, 만들지 말아야 할 걸 걸러낼 수 있다.
AI로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면 아이디어가 끝없이 샘솟는다. 만드는 게 쉬우니까. "이것도 만들면 재밌겠는데?"가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른다. 그때 숫자 목표는 필터가 된다. "이게 월 500에 어떻게 기여하지?"라고 물어보면, 재밌지만 돈과 무관한 절반이 걸러진다. 나는 이 질문을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리고 이 질문을 안 던져서 몇 개를 갈아 넣고 껐다. 그건 뒤 장들에서.)
솔직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이 만든 걸 쓰기만 하는 게 싫었다.
세상에는 이미 좋은 앱이 넘친다. 가계부 앱도, 다이어트 앱도, 주식 분석 도구도 다 있다. 상식적으로는 그걸 쓰면 된다. 그런데 나는 그게 답답했다. 내가 원하는 딱 그 기능은 없고, 쓸데없는 기능에 돈을 내야 하고, 내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어느 날 서비스가 문을 닫으면 내 기록도 같이 사라진다.
"내가 원하는 걸, 내 방식대로, 내 컴퓨터 안에서." 이 욕심이 사실상의 엔진이었다. 그래서 내 원칙 중 하나는 지금도 외부 의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남의 서버, 남의 유료 구독, 남의 플랫폼에 목줄을 걸지 않는 방향을 선호한다. 비전공자에게 이건 언뜻 무모해 보이지만, AI 시대에는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다. 예전엔 이런 걸 만들려면 개발자를 고용해야 했으니까.
내가 몇 년 전에 이 결심을 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지금 가능한 건 순전히 타이밍 덕이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수준을 넘어 "말로 시키면 알아서 만들고 고쳐주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게 판을 바꾼다. 예전의 벽은 "코드를 짤 줄 아는가"였다. 지금의 벽은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결과가 맞는지 판단할 수 있는가"로 옮겨갔다. 그리고 후자는 코딩 실력이 아니라 생활인의 감각이다. 뭐가 불편한지, 뭐가 팔릴지, 뭐가 쓸 만한지 — 이건 비전공자도 안다. 오히려 종일 코드만 보는 사람보다 잘 알 때도 있다.
그러니 "나는 코딩을 몰라서 안 돼"는 이제 반쯤 틀린 말이다. 정확히는 이렇다. 코딩은 AI가 한다. 당신은 방향을 잡고, 결과를 검사하고, 끝을 맺는다. 이 바카라의 나머지는 전부 그 세 가지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1. 숫자 목표를 하나 정하라.
막연한 목표는 필터 역할을 못 한다. "부업으로 월 ○○만 원, ○○월까지" 정도면 충분하다. 이 숫자를 프로젝트를 고를 때마다 잣대로 쓴다.
2. "왜 남의 걸 안 쓰고 내가 만드나"에 답하라.
답이 "그냥 만들어보고 싶어서"여도 괜찮다. 단, 그건 학습용 프로젝트라고 정직하게 이름 붙여라. 학습용과 수익용을 섞으면, 돈도 안 되고 배움도 어정쩡해진다.
3. 첫 프로젝트는 "내가 매일 겪는 불편" 하나에서 골라라.
남을 위한 걸 만들려면 시장 조사가 필요하지만, 나를 위한 걸 만들면 사용자(나)가 바로 옆에 있다. 검증이 공짜다. 내 첫 실용 프로젝트들도 다 "내가 불편해서"에서 나왔다 — 내 주식을 매일 들여다보기 귀찮아서, 내 지출이 문자로 오는데 정리가 안 돼서.
4. AI에게 던질 첫 질문은 "만들어줘"가 아니라 "이거 만들 만한가"다.
예:
나는 [매일 겪는 불편]이 있다. 이걸 해결하는 [앱/자동화]를 만들고 싶다. 비전공자가 AI 도움으로 만들 수 있는 규모인지, 가장 단순한 첫 버전(MVP)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내가 놓치고 있는 위험은 뭔지 먼저 알려줘. 아직 코드는 짜지 마.
"아직 코드는 짜지 마"가 핵심이다. AI는 시키면 바로 만들기 시작하는데, 방향을 잡기 전에 코드부터 나오면 엉뚱한 걸 정성껏 만들게 된다.
코딩은 AI가 한다. 당신이 할 일은 방향을 잡고, 결과를 검사하고, 끝을 맺는 것 — 그리고 그건 코딩 실력이 아니라 생활인의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