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아이와 바카라을 읽고 있었다. 바카라을 읽다가 문득 말했다.
“엄마도 아빠도 언젠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서럽게 울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나는 당황했다.
“알았어, 알았어. 엄마 아빠 안 늙을게.”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해버렸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물었다.
“지금 이 모습이었으면 좋겠어? 영원히?”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도 못한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늙는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유가 궁금했다.
“왜 그렇게 싫어?”
아이의 대답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귀여웠다.
“목마를 탈 수가 없잖아.”
나는 그 말을 듣고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엄마 아빠가 늙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가 고작 목마를 탈 수 없어서라니.
아이에게 영원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아빠 어깨 위에 올라가 세상을 조금 더 높이 바라볼 수 있는 것.
엄마와 뛰어다니고, 안기고, 목마를 탈 수 있는 것.
그게 아이가 바라는 영원이었다.
그날 이후에도 아이는 가끔 자다가 벌떡 일어나 묻곤 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되는 거 아니지?”
나는 또다시 거짓말을 했다.
“응, 안 될게.”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나도 이 모습 그대로, 조금만 더 오래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조금만 더 젊은 엄마로, 조금만 더 힘센 엄마로, 조금만 더 오래 아이를 번쩍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영원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날만큼은 욕심이 났다.
아이의 엄마로, 아이의 친구로,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조금 더 오래 이 모습 그대로이고 싶었다.
그래서 문득 다짐했다.하루하루 더 늙기 전에 아이와 더 많이 몸으로 놀아주자고.
목마도 더 태워주고, 달리기도 더 하고, 번쩍 안아도 주고, 땀이 나도록 함께 웃자고.
언젠가는 아이가 목마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날이 올 테니까.
지금은 아직, 목마를 탈 수 있는 아이이고, 목마를 태워줄 수 있는 엄마이니까.
어쩌면 아이가 붙잡고 싶었던 건 엄마 아빠의 젊음이 아니라,함께 놀 수 있는 오늘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