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색
순백색이라.
그 색은 빨강이나 파랑처럼 익숙한 색이 아니라 카키색, 물빛, 벽돌색, 마젠타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표현되는 색이다.
눈으로 확인하고, 입으로 소리내고, 다시 머릿속에 그 색을 그려본다.
의미는 어렴풋이 이해된다. 화장대의 아이섀도와 립스틱에서 그 색을 비스듬히 찾아보고, 출근길에서 그 색과 닮은 기억들을 불러낸다. 이런 형상적인 색은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순백의 종이 위에 확실하지 않는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일과 같다.
나는 매일 과거의 추억을 그리며 하루를 천천히 그 색채들로 물들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색은 선명해지기보다 서로 스며들어 새로운 빛을 만든다. 어떤 기억은 바래고, 어떤 기억은 뜻밖의 순간에 짙어진다. 그러면서 그날의 나를 물들인다.
결국 내가 마주하는 하루는 단 하나의 색이 아니라 수많은 추억이 겹겹이 쌓여 완성된, 나만의 색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