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운전

라벤더색

by소수지

시간을 훌쩍 넘긴 운전길.

밤새 대지를 씻어낸 새벽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로는 겹겹이 쌓이고 가슴은 점점 답답해졌다. 나는 조수석에 두었던 작은 오일병을 집어들었다. 얼마 전 아로마테라피 수업에서 직접 블렌딩한 오일이다.


뚜껑을 열자 은은한 라벤더 향이 새벽안개처럼 번졌다. 향과 함께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들숨과 날숨이 반복될수록 팽팽하게 굳어있던 몸과 마음도 조금씩 이완되었다. 어느새 답답함은 서서히 옅어지고 긴장은 바람처럼 흩어졌다.


잠시 향기에 마음을 맡긴 것만으로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겼다. 남은 길은 여전히 길었지만, 마음에는 조급함 대신 잔잔한 여유가 찾아온다.


그렇게 나는 한결 가벼워진 상태에서 운전대를 새롭게 잡으며 전방을 주시하며 아침의 안개를 거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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