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회색
오늘도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창문 커튼을 걷힌다. 아직 덜 뜬 실눈으로 커튼이 걷힌 창문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띄어지며 놀랜다. 밤사이 밖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올해 겨울, 첫눈이다.
아직도 부족한지 회색 하늘에 하얀 눈,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눈이 오면 길이 막힐 것은 뻔하고, 일찍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한참 후에야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선다. 버스 창문 너머로 펼쳐진 눈 덮인 세상은 황홀하다. 집 창문에서 보던 풍경과는 다르다. 하늘은 더 이상 파랗지 않고, 소나무는 짙은 초록색을 감춘 채 하얀 눈을 이고 있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단장한 거리의 모습이 평소와는 색다르다. 하얀 눈은 배경에 따라 밝은 회색빛이 띠기도 하고 은은한 아이보리빛이 보이기도 한다. 흰색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표정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나이가 드니 이 첫눈은 설렘 가득한 연인의 눈이 아닌 나 자신에게 건네는 계절의 인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감상도 잠시, 이내 길이 막힌다는 현실에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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