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색
이번 여행의 컨셉은 올리브다.
사실 올리브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은 아닌데, 건강과 생명의 지혜를 담은 식물이라는 의미에 이끌려 이번만큼은 올리브색과 가까워져 보기로 했다. 평소 네일아트는 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온라인 게임에서도 어딘가 불편하다.
이쁘지만 불편한 네일아트는 특별한 일상을 보내는 여행에서만 허락하는 작은 이벤트다. 어찌 보면 손을 많이 쓰는 집안일이나 물을 묻히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다. 뻣뻣하고 수줍은 손톱에 올리브색을 입히자 손끝이 한결 세련돼 보였다.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여행 내내 올리브 네일을 자주 눈여겨본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처럼 올리브 빛 커피 머그잔을 마주했다. 내 손과 여행지의 머그잔이 이렇게 닮아있다니. 신기한 마음에 미소가 번진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올리브색을 품고 다닌 시간 끝에 닮은 빛깔의 머그잔을 만났으니 말이다. 예전 같으면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 같다. 내가 고민했던 것만큼이나 그 색도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니.
우연이란 어쩌면 마음이 먼저 발견해 내는 인연의 다름 이름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