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장미꽃
얼마 전에 황당한 일이 있었다.
장미의 아름다움에 숨겨진 가시에 찔린 것이다. 길을 걸어가다가 발목이 삐끗하는 바람에 인도 옆 장미꽃 쪽으로 넘어졌다. 그 순간 검지와 중지 사이를 장미 가시가 그대로 훅하고 훑었다.
자잘한 가시들이 예민한 피부를 파고들자 섬뜩하고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손가락 사이에는 주홍색 피가 줄줄 흘렀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아픔이었다. 가시 한두 개 정도에 찔린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여러 개의 가시가 한꺼번에 예민한 피부를 뚫는 것은 일생에 한 번도 없을 경험이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는 다섯 군데나 할퀴었다.
그제야 아름답다고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장미의 의도를 다시금 이해하게 되었다. 언제나 경각심을 가지고 자신을 지키려는 장미와는 달리 나는 그날따라 지친 몸과 우울한 감정으로 하여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갔던 것이다.
며칠 후 그 길을 다시 지나갔다. 순간 긴장되면서 장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니 장미꽃을 본 게 아니라 자그마한 풀색 가시만 보게 되었다. 여전히 장미는 자신을 지킬 준비를 하고 있는 공격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