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당할 수 없으니까요
출산과 육아에 대해 물어보는 후배나 동생들에게 나는 한결같이 이렇게 답한다.
“애는 무조건 낳아야지. 이건 절대 나만 당할 수 없는데? 너도 무조건 당해야지!!“
다들 깔깔 웃는다. 나 역시 웃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하다’라는 말 외에는 달리 이 상태를 설명할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겪어봐’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고되고, ‘함께하자’라고 하기엔 턱없이 다정하다. 육아는 분명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의 모든 순간이 사랑스러움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흔에 시작한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키우는 일이 힘들다는 사실은 아무런 모순 없이 동시에 존재했다. 사랑한다고 해서 덜 지치는 것은 아니었고, 행복하다고 해서 매 순간 기쁜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 육아가 어떠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몽글몽글한 행복만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빡센 하루가 너무 많았다.
물론 이제 28개월을 막 지나온 나의 육아 이야기는, 까마득한 육아의 세계에서 보면 지극히 얕은 소견일 수 있다. 고작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겨우 몇 번의 계절을 지나왔을 뿐이다. 아이가 자라날수록 내가 마주해야 할 육아의 형태도 다시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래도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라는 사람이 겪은 균열과 변화만큼은 분명했다.
아이를 키우며 길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아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 작은 존재 역시 누군가의 무수한 밤잠과 무거운 기다림을 지나 여기까지 왔겠구나. 한 사람이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들어갔을까. 예전엔 당연해 보이던 일들이 더는 당연하게 읽히지 않았다. 나 역시 엄마의 엄청난 수고를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사실을, 육아를 하며 몸으로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가 또 있다. 이전의 나였다면 결코 다다르지 못했을, 경험해 보지 못한 타인의 마음들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던 오만한 시절에는, 타인이 가진 고단함을 비교적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출산과 육아로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크게 한 번 바뀌고 나서야, 타인의 삶들이 비로소 입체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아이 둘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사람이 보이고, 카페 구석에서 유모차를 흔들며 식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보인다. 그 사람들의 아득함과, 말없이 견뎌내는 깊이를 이제는 조금 가늠해 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언니와 선배의 얼굴을 하고 말한다.
“진짜 꼭 애는 무조건 낳아. 이거 나만 당할 수 없잖아.”
이 무심한 말속에는 솔직한 억울함도, 깊은 진심도 들어 있다. 이렇게까지 지칠 줄은 몰랐다는 고백과, 이렇게까지 한 존재를 깊이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고백이 겹쳐 있다. 어느 하나만을 진짜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두 마음은 모두 진실이다.
이 글을 쓰는 것으로 온라인카지노북이라는 하나의 기록은 마침표를 찍지만, 나의 육아는, 그리고 나와 남편의 동지애를 가장한 싸움도 앞으로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28개월의 시간을 지나왔듯, 앞으로 밀려올 수많은 날들 속에서 나는 또 자주 지칠 것이고, 왜 이런 힘든 선택을 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 밤을 만날 것이다. 그러다 아이가 웃어 보이면, 나는 또 그 웃음 앞에서 무장해제 될 것이다.
육아란 그렇게 완성이 아닌, 단 하나의 정돈된 마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날들을 묵묵히 이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언젠가 부모가 되기로 선택한다면, 그때는 나의 이 툭 던지는 농담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어도 나는 똑같이 말할 것이다.
육아는 정말이지 나만 당할 수는 없으니까.
지금까지 [마흔, 이제야 엄마라니]를 함께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마음만큼 연재 약속을 잘 지키지 못했습니다. 육아의 피로에 짓눌려 글이 들쭉날쭉 올라가고 뒤죽박죽 된 날도 많았지요. 그럼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글을 기다려주시고 따뜻한 흔적을 남겨주신 덕분에, 아이를 키우며 지나온 이 소중한 시간들을 글로 남길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하나의 온라인카지노북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지만, 제 육아는 앞으로도 이어질 테니까요. 언젠가 또 새로운 기록들로 슬그머니 찾아뵙겠습니다 :)
늘 건강하시고, 각자의 계절 속에서 따뜻하고 다정한 날들 보내시길 마음 담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차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