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바닥에 넓게 펼쳐진 신문지 위로 서늘한 쇳소리가 떨어졌다. 아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전지가위를 들고 인도고무나무 앞에 서 있었다. 내 목덜미를 훌쩍 넘길 만큼 자란 녀석이었다. 짙은 녹색 윤기를 뿜어내며 거실 한구석을 묵묵히 채워주던 나무였지만, 최근 들어 위태롭게 웃자란 탓에 수형이 엉성해져 있었다.
서걱, 서걱.
망설임 없는 가위질 소리가 날 때마다 굵직한 가지들이 툭툭 신문지 위로 떨어졌다. 싱싱한 잎사귀들이 바닥을 구르는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괜히 아려왔다.
“너무 바짝 자르는 거 아니야? 저러다 몸살이라도 앓으면 어쩌려고.”
나의 조심스러운 핀잔에도 아내는 시선을 고정한 채 다음 가지를 겨누었다.
“위로만 훌쩍 크면 아래쪽 가지가 햇빛을 못 봐.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부실해지는 거야. 수형을 잡으려면 한 번은 과감하게 솎아내야 해.”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나는 말을 아꼈다. 잘려 나간 가지의 단면에서는 끈적하고 뽀얀 수액이 천천히 배어 나왔다. 아내는 휴지로 수액을 연신 닦아내며 상처 부위를 갈무리했다. 며칠 동안 나는 뭉툭해진 고무나무 곁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가지 끝이 잘려 나간 나무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거실의 정적 속에 조용히 잠겨 있었다. 가지를 잃은 빈자리가 유독 깊고 허전해 보였다.
변화는 이 주일 남짓 지났을 무렵 찾아왔다.
아침 물을 주려 나무 곁으로 다가갔을 때였다. 무심코 잘린 단면 아래를 살피던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갈색으로 단단하게 아물어 붙은 상처 바로 밑, 마디와 잎자루가 만나는 틈새마다 좁쌀만 한 돌기들이 솟아 있었다. 짙은 붉은빛을 띤 그것은 분명 새로운 순이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뭉툭하게 잘려 나간 가지 곁면마다, 심지어 오랫동안 새 잎을 내지 않던 굵은 목대에서도 껍질을 밀어내듯 붉은 순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멈춰 있던 나무 전체가 일제히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위로 향하던 길이 막히자, 나무는 단단한 제 몸통을 뚫고 새로운 방향으로 길을 내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쪼그려 앉아 그 작고 야무진 새순들을 들여다보았다. 뻗어가던 줄기를 잃어버린 자리에 머물지 않고, 미처 닿지 못했던 방향으로 자신을 다시 밀어 올리는 식물의 침묵이 경이로웠다.
거실 창을 넘어온 아침 햇살이 붉은 잎눈 위로 내려앉았다. 살아가며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했던 나의 잘려 나감들이 그 위로 조용히 겹쳐졌다. 평생을 바칠 것 같던 일터에서 걸어 나오던 날의 서먹함이나, 끝내 놓아주어야 했던 사람들의 얼굴 같은 것들. 애써 뻗어갔던 길들이 꺾일 때마다 나는 그것이 삶의 단절이라 여겨 긴 시간 주저앉아 있곤 했다.
나는 고무나무의 단단해진 둥치를 가만히 쓸어보았다. 잘린 자리 아래로 돋은 붉은 순 하나가 아침 햇살을 받고 있었다. 아직 잎이라 부르기에도 작은 것이, 어제까지는 없던 방향을 향해 온 힘으로 몸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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