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나에게 금이 갔다.
소리도 없이 생겨난 균열은
유리 위를 천천히 번져 나가고,
갈라진 틈 사이로
미처 지우지 못한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리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흉터가 아니라
내 안에 남겨진 시간들이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은
깨진 모서리를 따라 되돌아오고,
거울은 하나의 나 대신
수많은 나를 받아 적기 시작한다.
저마다 다른 표정을 가진 나는
같은 출구를 향해 걸어가고,
같은 불안을 품은 채
비슷한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눈물 한 방울이
유리 안쪽의 금을 건드릴 때마다,
빛은 잘게 흩어져
수백 개의 눈이 된다.
그 눈들은 서로 다른 초점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조각난 나는
그 시선들 사이에서
끝없이 번역된다.
허공으로 흩어진 비명은
깨진 틈새에 조용히 걸려 있고,
서늘한 침묵 속에서
조각난 자아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나를 다시 읽어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수많은 균열과 기억,
끝내 사라지지 않은 상처들이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낸
하나의 번역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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