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쓰러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by선비천사

사지가 먼저 녹았다

남겨진 것은 둥글게 마모된 절벽

둔탁한 반성의 머리만 자라나

비틀거리는 각도가 곧 나의 보폭이 되었다


— 기울어질수록 명료해지는 바닥의 문법


왼편으로 깊이 기울고

정수리를 바닥에 박아 짓이겨 보아도

둥근 바닥은 매정하게 지면을 밀어내며 일어선다

끝내 수직을 복원하는

발바닥 밑, 고요한 납덩이의 고집


— 뉘라서 내 안의 추를 이토록 꼿꼿이 붙드는가


까무러쳐 잠들고 싶은 순간마다

목뼈를 치받고 올라오는 지독한 기립의 본능

하늘을 향한 머리는 이제 형벌


증발하지 못한 비탄들이

가장 낮은 곳에서

기어이 나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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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한 송이 안아보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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