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가 먼저 녹았다
남겨진 것은 둥글게 마모된 절벽
둔탁한 반성의 머리만 자라나
비틀거리는 각도가 곧 나의 보폭이 되었다
— 기울어질수록 명료해지는 바닥의 문법
왼편으로 깊이 기울고
정수리를 바닥에 박아 짓이겨 보아도
둥근 바닥은 매정하게 지면을 밀어내며 일어선다
끝내 수직을 복원하는
발바닥 밑, 고요한 납덩이의 고집
— 뉘라서 내 안의 추를 이토록 꼿꼿이 붙드는가
까무러쳐 잠들고 싶은 순간마다
목뼈를 치받고 올라오는 지독한 기립의 본능
하늘을 향한 머리는 이제 형벌
증발하지 못한 비탄들이
가장 낮은 곳에서
기어이 나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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