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한 마리가
내 발치까지 따라왔다
걸음을 늦추자
녀석도 멈춰 섰다
내 구두 앞코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잿빛 깃털 위로
오후의 햇살이 내려앉았다
나는 그 색을 알고 있었다
삼십여 년 전,
인천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어머니가 입으셨던
그 스웨터의 색이었다
“엄마 왔구나.
나, 잘 살고 있어.”
말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가슴 밑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당시 서른 넘은 장정이었던 나는
인천터미널 광장의 찬 바람 속에서
당신의 등이 보이기만 하면
소년처럼
손바닥에 땀을 쥐었다
그건 상봉이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 남아 있던
‘내 편’을 확인하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어머니의 삶은
자신을 지워
나를 하나의 흔적으로 남기는 일이었다
손등은 겨울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고
손톱 밑에는
지워지지 않는 흙이 남아 있었다
좋은 것은 늘 내게로 밀어내고
당신은 언제나
생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지우개 가루가 되어
나를
끝까지 써 내려가고
당신은 먼저
이야기를 덮었다
나는 안다
저 비둘기가
어머니일 리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녀석이 내 곁을 맴도는 순간
나는
믿고 싶어진다
그리움이
깃털의 몸을 빌려
잠시
나를 찾아왔다고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은행나무 위로
회색 점 하나가 작아졌다
공중에 흩어진 깃털 하나가
못다 한 인사처럼
천천히 떨어졌다
나는 다시 걷는다
목적지는 사라졌지만
길은 여전히
발밑에 있었다
어머니
당신은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구나
당신에게도, 그렇게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 하나쯤은 남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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