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장례식장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울어야 하는 자리였는데, 이상하게 자꾸 웃음이 올라왔다.
누군가는 울고 있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도 자꾸 웃음이 새어나왔다.
배가 안쪽에서 비틀리듯 조여 오고,
광대뼈가 떨리며 얼굴 근육이 제멋대로 경련했다.
영정 사진 속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살아 있을 때도 그랬다.
농담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웃는 법을 잊은 듯한 얼굴로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말을 하던 사람.
그래서였을까.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조문객들이 하나둘씩 절을 하고 지나갔다.
“좋은 데 가셨을 겁니다.”
“편히 쉬세요.”
익숙한 말들이 공기 중에 떠다녔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정말로 ‘좋은 데’를 믿었을까.
그 순간이었다.
생전에 그가 했던 말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죽으면 그냥 끝이지, 뭐가 더 있냐.”
술잔을 기울이며 툭 던지던 말이었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들었는데,
그 말이 왜 하필 지금 떠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떨기 시작했다.
누가 내 얼굴을 볼까 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울음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웃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 같았다.
“야, 나 좋은 데 안 간다니까.”
그 무심한 말투 그대로.
그 순간,
이 모든 장면이 어딘가 어긋난 연극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울고 있는데,
정작 그는 웃고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상상이
견딜 수 없게 우스웠다.
나는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입을 틀어막고,
숨을 참고,
어깨를 더 크게 떨었다.
이건 웃음이 아니라
실수에 가까웠다.
슬퍼야 하는 자리에서
슬퍼하지 못하는,
어딘가 고장 난 감정.
잠시 후,
나는 겨우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그저
또 하나의 슬픔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이
조금 안심되면서도,
조금 서글펐다.
어떤 슬픔은
웃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고,
어떤 이별은
눈물이 아니라
어이없는 기억 하나로 남는다.
나는 다시 영정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뚝뚝했다.
그래서 더 확신이 들었다.
아마 그는 지금도
저 표정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왜 그렇게들 심각하냐.”
나는 그 생각에
다시 조금 웃음이 났다.
그 사람은 웃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마지막에 나를 웃게 만들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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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바카라]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 | 방철호 |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