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닳아가는 나를 밟으며, 기어이 푸른 침묵에 닿기까지
발바닥 아래
조금씩 닳아가는 나를 밟으며 걷는다.
입속에 모난 돌들을 가두고
서로의 살을 깎아 둥글게 굴리는 동안,
강둑의 갈대들은
허공에 마른 손등을 긁어대며 서 있을 뿐이다.
누가 마음속에 끊임없이 흙을 퍼붓는지
물길은 제 얼굴을 잃고 뒤섞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을 밀어내고,
가로막은 산허리의 늑골을
기어이 휘감아 안으며
강물은 낮은 곳으로 제 몸을 부순다.
도착한다는 것은 결국
나라는 비릿한 이름을 버리는 일.
그 끝에서 바다는 아무 말 없이 출렁이고,
물은 다시 푸른 익명(匿名)으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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