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잔을 내려놓을 때마다
탁자 위에 보이지 않는 금이 하나씩 늘어났다
우리는 그 금을 밟지 않으려고
말 대신
젓가락을 집었다
접시를 두드리는 소리가
자꾸만 입 안쪽으로 번져
누군가는 끝내 발음되지 못한 것을
혀 밑에 접어 넣었다
너는 웃을 때마다
이빨 사이에 낀 채 마르지 않는 하루를
조금씩 흘렸고
나는 그걸 닦지 않기 위해
물 대신
목을 넘겼다
넘긴 것들이 내려가지 않고
눈으로 고이는 동안
잔은 비어 있었고
우리는 번갈아
비어 있지 않은 것을 입에 댔다
탁자 위의 금이
서로의 발밑에서 갈라질 때
누군가 먼저
잔을 내려놓았고
다른 한 사람은
끝내
손을 떼지 못했다
금이 손등까지 올라와도
그래도
아직 마시고 있는 쪽이
우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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