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빈 마음에 몰래 싹튼 저 푸른 것

by선비천사

지나온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손꼽아 보니 어느덧 십 년이라는 하세월

마음 하나 부릴 곳 없어 뒤돌아보던

그 숱한 나날들 속에서도

너는 끝내 곁을 내어주지 않았구나


금세 잊어버릴 법도 하건만

성미 급한 내가 무엇에 홀렸던가

너와 나 사이, 그 막막한 빈 공간에

이토록 질긴 마음의 끈을 매어 두었던가


네가 세운 경계가 높았기에

내 외로운 눈길은 갈 곳 없어 깊어만 가고

찬 바람에 펄럭이는 네 옷자락 끝은

그리운 향기가 되어 가슴속에 사무친다


이제야 알 것 같구나, 나를 경계함은

흔들리는 네 마음을 지키려 함이었음을

비우려 애썼던 네 빈자리마다

그윽한 물결이 번지는 것을 보며


세월이 가만히 묻는다

그토록 비워내려 했던 네 마음속에

몰래 싹튼 저 푸른 것이

대체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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