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たかが韓国語の講師のくせに”

이번 학기 내 연인은 486명이다

by혜준

"엄마... 나 내일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놀고 싶은데 돈 좀..."

하고 덩치는 나보다 큰 녀석이 애교를 부린다.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용돈 관리를 하게 해서 경제적 개념을 키워 줘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듣고 읽었는데 막상 용돈을 주려고 하면 어떻게 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용돈을 매달 준다고 해도 아이들이 필요하다면 또 그냥 쥐어 줄 것 같아서, 용돈 시스템을 도입하겠다 마음만 먹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용돈을 받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엄마에게 손을 벌렸는데, 속일 생각도 없는 딸과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 엄마의 신뢰가 선순환이 되어, 정말 필요한 것에만 돈을 썼던 것 같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나와 똑같지 않겠지만, 내가 용돈을 받아 본 기억이 없어서인지 좀처럼 체계를 세우기가 어럽다.


나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돈의 소중함을 좀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 엄마 열심히 일하면서 사는 거 알지?" (좀 아껴 쓰라는 말이다 이놈아)

했더니 "엄마 돈 많이 벌잖아"한다.(뭐? 네가 보태준 거 있냐? 이런....)

"너 기억나? 예전에 たかが韓国語の講師のくせに...(기껏해야 한국어 강사인 주제에...)라고 했던 거. 강사가 무슨 돈을 많이 버니?"

했더니

"그땐 내가 너무 어렸잖아..."

지갑에 돈을 꼼꼼하게 챙겨 넣으며 느물 느물 웃는다.

그러더니 절을 꾸벅하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당시 아들의 말이 지금도 가끔씩 떠오른다.

생각하면 너무 후회스럽지만, 아이들이 중학교 입시를 준비할 때 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너무나 시야가 좁고 어두웠다.

12월 말에 태어나 같은 학년 친구들보다 어린 데다가 워낙 늦된 아들을 내 욕심과 불안으로 몰아가던 어느 날, 내가 늘어놓는 잔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들이 조용히 내뱉은 한 마디가 바로

"たかが韓国語の講師のくせに..."

였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그 작은 입술에서 그 어떤 것보다 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말이 한순간에 내 뇌리와 가슴에 깊숙이 박혔다.

화가 나기보다는 무안했다.

그리고 나를, 나의 속내를 투시한 듯한 아들의 말에 몸이 굳어졌다.

순간적으로 "내가 누구 때문에 강사를 하게 됐는데!"하고 마음속으로는 외쳤지만, 그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은 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그 말이 얼마나 부끄러운 변명인지 안다.


아들의 그 말 이후 난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알았다.

아들의 말과 자신의 소리 없는 외침에 왜 그리 동요되었는지...

난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는 평생 한국어나 가르치며 살 사람이 아니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거야.

결혼만 안 했으면, 육아만 하지 않았다면,

지도교수에게 더 적극적으로 어필했으면.... 지금쯤 나는...

이런 못난 생각을 나는 오랫동안 품고 살았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세상의 시선과 평가로 저울질해서, 보잘것없다고 부끄럽다고 느끼고 있었다.

내 전공 분야나 좀 더 있어 보이는 분야가 아니라,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능력이 되지 않아서 기껏해야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어리석게도...

아들의 말은 내가 늘 스스로에게 던지던 말이었고, 내 소리 없는 외침은 그 말에 끝까지 저항하려 했던 초라한 변명이었다는 걸 알았다.


더 이상 자신에게 변명을 하고 싶진 않았다.

내 못난 생각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껏해야"가 아니라, 내 일을 소중히 하는 당당한 한국어 강사이고 싶었다.


그러자 이제까지 내가 품고 있던 내 아이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도 놀랍도록 줄어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한국어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데이트를 가는 기분으로 학교에 간다.

이번 학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486명이다.

한 명 한 명이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고 인연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기를 쓰고 그들의 이름을 다 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