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自身)에게 자신(自信)을

진심이 담긴 '인정'의 힘

by혜준

자신(自信)이 없어 움츠러들고

자신(自身)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누군가에게, 그것도

경쟁자 혹은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실력자에게

단순한 위로나 입에 발린 동정이 아닌

진심이 담긴 ‘인정’을 받아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랬을 때

얼마나 기쁘고 신이 나며

에너지가 넘쳐 나는지,

날아오를 것만 같은 그 벅찬 희망과 의욕,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을 때의 안심감과

순수한 행복을 느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런 행복을 느끼게 된

한 어린 소녀를 너무나도 따뜻한 시선으로 스크린 위에 표현한 작품을 보았다.


是枝 裕和(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실사 영화

≪ルックバック≫(룩백).

원작은 藤本 タツキ(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ルックバック』이다.

애니메이션은 이미 2024년에 상영되었고,

이번 실사 영화는 현재 일본에서 상영 중인데 10월에는 한국에서도 개봉된다고 한다.


나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 버린 실사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가 축소, 변형되는 경우가 많아 실망하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내 사정이니, 원작을 영화화한다는 게 나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룩백≫의 애니메이션은 만화를 안 읽은 상태에서 우연히 봤고,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실사 영화는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

굳이......?라는 생각.

괜히 봤다가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좋은 이미지가 사라질까 두려웠다.


며칠간 실버위크라는 연휴로 난 출근을 했지만 아이들은 등교를 하지 않았다.

아침 도시락 걱정이 없어서 오래간만에 혼자 심야 영화를 보려고 검색하고 있자니,

아들이 따라나선다.

밤에 상영하는 몇 개 되지 않는 작품 중에,

마침 아들이 ≪룩백≫을 보고 싶어 해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혹시나……?” 했더니

엔딩 크레디트의 마지막에 “역시나......” 고레에다 감독의 이름이 있다.

영화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므로 권할 용기는 없다.

하지만, 나는 같이 보자고 한 아들에게 고마울 정도로 이 영화가 참 좋았다.


노력을 했음에도 결국 라이벌의 월등한 재능에 의해

스스로의 한계에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던 한 소녀가 있었다.

우연히 라이벌에게

실은 오래전부터 너를 동경해 왔다고,

네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혼자서 기뻐하는 장면의 연출이 눈물이 나올 만큼 너무나 인상 깊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진심 어린 '인정'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거대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스크린 밖으로 훅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클로즈업된

기쁨에 상기된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와닿는 동시에,

부러움이 가슴에 가득 찼다.

참 좋겠다......


나도 뭔가 표현에 대한 갈망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감정을 혼자 쓰는 일기로는 뭔가 부족하고,

내 지식을 체계적으로 나열하는 논문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내 언어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옮기는 번역을 해 봐도 허전했다.

그렇다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쓸 자신은 없었던 내가

익명이 가능한 공간에서 시작은 했지만,

주위의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잘 쓰는 사람들에게 압도되어

또 포기하고 싶었다.

소녀 후지노처럼 이를 악물고 노력도 하기 전에 항복이 하고 싶었다.

どうせ(어차피......)

今更(いまさら)(이제 와서......)

라는 말이 늘 머릿속을 맴돌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글쓰기도 자기만족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누군가의, 그것도 진심이 담긴 '인정'이 몹시도 필요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