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드론을 띄우다

새로운 경험은 또 다른 경험으로 이어진다


올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를 피해 몽골로 3박 5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몽골 여행이었다. 한 번 다녀온 곳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무엇을 새롭게 해볼까?’

얼마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드론이 떠올랐다. 드넓은 몽골 초원 위로 드론을 높이 띄우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아직 조종이 능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용기를 내어 드론을 여행 가방에 챙겼다.


공항 검색대에서는 드론과 배터리를 따로 검사했다. 혹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긴장했지만, 다행히 반입에 문제가 없는 용량이라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다.


몽골에 도착해 울란바토르를 지나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작년에 보았던 그 푸른 초원이 여전히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넓은 초원을 바라보니 다시 몽골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이번 여행은 가이드를 포함해 서른한 명이 함께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초원을 걷는 사람도 있었고, 릴스를 찍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초원을 뛰어다녔다.

나는 가방에서 드론을 꺼냈다.

드디어 상상했던 순간이었다.

드론의 날개를 펴고 평평한 땅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조종 장치를 켜고 천천히 드론을 띄웠다.


위이잉!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작은 드론이 초원 위로 가볍게 떠올랐다. 조금씩 고도를 높였다. 내 눈앞에 있던 드론이 점점 작은 점이 되어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잘 돌아올 수 있겠지?’

조종기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드론을 멀리 하얀 게르가 보이는 곳까지 보내보았다. 조종기 화면에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몽골의 풍경이 펼쳐졌다. 초원과 게르, 멀리 이어지는 산과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잠시 그 풍경을 담은 뒤 드론을 다시 내 쪽으로 돌아오게 했다. 가까워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천천히 착륙시켰다.

무사히 땅에 내려앉는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일행들이 박수를 쳤다.


“와! 잘한다!”

그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해외에서 처음 띄운 드론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내게는 작은 도전을 무사히 끝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날 저녁, 테를지 국립공원에 자리한 숙소에 도착했다. 해가 지기 전 룸메이트 언니와 다른 언니 한 명과 함께 숙소 앞 초원 언덕에 오르기로 했다.


언덕으로 향하는 길에는 야생화가 지천이었다. 노란 꽃, 붉은 꽃, 보랏빛 꽃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은 사진을 찍어 검색해 보기도 했다. 이름조차 생소한 꽃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에델바이스는 몽골에서 처음 만난 꽃이었다.

꽃 앞에 고개를 숙여 향기를 맡아보고, 반가운 마음에 손끝으로 살며시 만져보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니. 몽골에 다시 오기를 참 잘했구나.’


숨을 헐떡이며 마침내 언덕 위에 올랐다.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름다웠다. 저녁 햇살을 받은 야생화와 초원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마음속에 쌓여 있던 무언가까지 멀리 날아가는 것 같았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다음 날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일이 생겼다.

일행 가운데 아버지와 함께 여행 온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내가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을 보며 관심을 보였다.


“한번 해볼래?”


아이에게 드론 조종법을 하나씩 알려주었다. 그런데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아차리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조종기를 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

처음인데도 아이는 겁을 내지 않았다. 드론을 높이 띄우고 멀리 보내는 것도 재미있어했다. 아이의 아빠도, 룸메이트 언니도 옆에서 응원했다. 우리는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고, 그 모습은 한 편의 영상으로 남았다.

문득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가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몽골까지 가져온 작은 드론 하나가 어느새 한 아이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고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초원에 핀 야생화를 만났고,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노래를 불렀다. 푸르공을 타고 어두운 들판으로 나가 쏟아질 듯한 별과 은하수를 바라보았다. 말을 타고 계곡을 건넜고, 전통 게르에서 몽골 음식 허르헉도 맛보았다.


그리고 나는 몽골의 드넓은 초원 위로 드론을 띄웠다.


생각해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멋진 풍경만이 아니었다. ‘한번 해보자’며 낯선 경험 앞에 한 걸음 내디뎠던 순간들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면 마음 한쪽에서 늘 작은 두려움이 올라온다. 잘할 수 있을까, 실수하면 어떡하지, 괜히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마음을 안고도 한 걸음 내디디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펼쳐진다.

드론이 땅에서 떠올라 더 높은 곳에서 초원을 바라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나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익숙한 자리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볼 수 없었던 풍경들. 용기를 내어 조금 더 높이 올라가고, 조금 더 멀리 나아갔기에 만날 수 있었던 순간들.

몽골 초원 위를 날았던 것은 드론이었지만, 그날 조금 더 높이 날아오른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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