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어사에서 있었던 일
내 마음의 힐링을 위해 나서는 출사. 오늘의 출사는 만어사다.
교수님을 포함해 11명이 모였다. 3대의 차로 나눠타고 만어사로 출발했다. 어젯밤 내린 비로 아침의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운무로 둘러싸인 산들의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만어사로 올라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은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가득했다. 만어사는 해발 674m인 만어산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도로를 타고 사찰 주차장 앞까지 갈 수 있었다.
도착해보니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서로 엉키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만 마리의 물고기가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엄청난 규모의 암석들이었다. 신비한 종 소가 나는 바위도 있다고 한다.
보물로 지정된 3층 석탑과 소원 돌도 있었다. 소원 돌은 소원 빌기 전에 들면 쉽게 들리고, 소원을 빌고 나면 들어 지지가 않는다는 신비한 돌이라 했다.
다른 언니 몇 명이 소원 돌을 들어 보는 동안 나와 다른 언니 몇 명은 여기저기 사찰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이 사찰 마당에 뛰어놀고 있었다.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모습에 오늘 힐링이 다 된 기분이었다.
대웅전 앞에 기왓장 사진을 찍고 있는 교수님을 따라 그곳에 가 사진을 찍었다. 몇 명 언니들도 따라와 찍었다. 기왓장 밑에 예쁜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었다. 꽃잎 위에 있는 작은 물방울에 영롱함이 느껴졌다. 마침, 햇살이 밝게 비추었다. 교수님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우리는 카메라에 그 꽃들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꽃들을 찍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발짝 떼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한 언니가 고함을 질렀다.
벌떼들이 갑자기 공격한 것이다. 그 언니는 도망가기 전에 벌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벌들을 쫓아내느라 휴대 전화기를 땅에 떨어뜨렸다. 두 방의 벌에 쏘이고 저만치 도망치듯 뛰었다. 다행히 벌은 나를 따라오지를 않았다. 벌에게 포위된 언니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손과 발을 흔들며 벌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살려달라는 외침으로 바뀌었다. 언니가 너무 걱정되었다. 하지만 수십 마리에 둘러싸여 있는 그 언니한테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언니는 엎드려 계속 고함을 지르다 일어나 도망치듯 벌들을 쫓아내며 달렸다. 다행히 더 이상 벌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언니 상태를 보니 귀 부분과 팔, 다리, 배 부분이 부어올라 있었다. 우리는 급하게 병원으로 출발했다.
한 언니가 운전하고 다른 동생이 병원 검색을 하며 갔다. 보건소가 가장 가까웠다. 15분을 달리는 동안 상태를 관찰하며 증상이 나타나는 것들을 물으며 갔다. 나도 벌에 쏘인 부분이 따끔따끔했다. 부어오르고 있었다. 전속으로 달려 도착한 보건소는 문이 닫혀 있었다. 매주 금요일만 진료한다고 쓰여 있었다. 다시 다른 병원을 검색했다. 1분 거리에 내과 의원이 있었다.
그곳에 들러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잠시 뒤, 뒤따라오고 있던 교수님과 일행들을 모두 만났다. 모두 걱정해 주어 고마웠다. 언니들은 소원 돌을 들지 않아서 그렇게 됐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정말 그랬나? 오늘 무사히 보내달라 소원을 빌걸'하고 생각했다.
나는 오늘 놓친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자연에 대한 나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자연에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해 왔지만, 조심하지 않고 호기심만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나의 조심스럽지 못한 행동에서 생명체들을 깨운 것이었다. 오늘 벌들이 내게 보낸 경고였는지 모른다.
자연은 언제나 열려 있지만, 함부로 침범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사건이었다.
사진 한 장 보다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나의 태도를 뒤돌아본 하루였다.